▲ 한국애브비가 판매하고 있는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다양한 제형. 출처=한국애브비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국계 글로벌제약사 애브비(AbbVie)가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20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가격을 10%에서 80%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보여, 그 이유와 국내외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반응에 관심이 주목된다.

5일 바이오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차드 곤잘레스(Richard A. Gonzalez) 애브비 대표는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휴미라 가격을 10%에서 80%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할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업계 예상보다 높은 할인율이다.

휴미라 가격 인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글로벌 제약사 암젠(Amgen), 산도스(Sandoz), 마일란(Mylan)‧후지필름교와기린(FKB) 등 바이오기업이 최근 유럽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는 것과 연관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의 유럽내 물질 특허가 지난달 만료되자마자 ‘임랄디’를 출시했다.

휴미라는 북유럽 등 국가 전체 공급원이 있는 공개 입찰에서 약가를 급격히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는 대개 오리지네이터보다 30% 낮은 가격에 팔린다. 애브비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오리지네이터 휴미라를 현재 가격보다 30% 더 낮춘 가격에 판매하면 바이오시밀러는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애브비는 미국에서 바이오기업들과 특허분쟁을 벌여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미국 진출을 늦췄다. 이 기업은 바이오기업들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럽 진출을 암묵적으로 허가하는 대신 미국에서는 2023년에나 출시가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애브비가 유럽에서 시작하는 초저가 마케팅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에서 휴미라의 시장 점유율을 지킨 후 이를 미국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FiercePharma)에 따르면 이 같은 전략은 제조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을 80%까지 인하하더라도 수익성이 보존되고, 2023년까지 미국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업 번스타인의 론니 갤(Ronny Gal) 애널리스트는 “유럽에서 공급가를 낮춰 휴미라 점유율을 유지하고, 미국에서는 품질 때문에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오리지네이터가 선택됐다고 주장하려는 속셈. 미국 시장을 방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면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할 때 투자한 연구개발(R&D)비용을 회수하려면 애브비의 입찰가를 맞추기 힘들 것.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한 기업들은 휴미라 가격의 50% 할인율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애브비의 유럽 오리지네이터 가격 인하 전략이 공개되면서 시장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한 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럽 가격은 오리지네이터보다 약 25~50% 낮은 가격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유럽 각 국가마다 판매가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달 17일 ‘임랄디’로 유럽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가격과 관련된 것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유럽 파트너사인 바이오젠(Biogen)을 통한 판매 경험과 노하우가 있고, 블록버스터 바이오시밀러 3종으로 의사와 환자들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등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또 “임랄디는 자동피하주사(오토인젝터) 기능으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고, 제품 수명을 확대해 오리지네이터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은 올해 8월 영국 약품‧건강제품통제국(MHRA)에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CT-P17’의 임상시험을 신청하고 안전성과 약동학 평가를 위한 임상 1상과 유럽 등 8개 국가 약 75개 기관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2020년 임상 완료를 목표로 뒀다. CT-P17은 휴미라가 고농도로 제형을 바꿈에 따라 이에 맞춰 고농도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