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고팔거나 전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부동산 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 이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부동산 관련 계약을 단 한 번이라도 체결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물론 등기사항이 아닌 임차권이나 유치권 등 점유와 관련한 내용은 예외지만,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해당 부동산에 관한 기본정보를 담은 표제부, 소유권에 관한 정보를 담은 갑구, 소유권 이외 권리에 관한 정보를 담은 을구로 이루어져 있어 부동산 등기부등본만으로도 해당 부동산에 대한 법률관계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믿고 집을 샀는데도, 진정한 소유자에게 집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은 어느 집주인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실관계는 이렇다. A씨는 지난 2016년 5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이 사건 아파트를 B씨로부터 구입하여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소유자로 등기까지 마쳤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월 A씨는 B씨 남편의 조카인 C씨라는 사람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상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A씨의 명의를 말소하고, 이 사건 아파트를 C씨에게 넘기라는 내용의 소송을 당했다. 2016년 5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A씨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통해 B씨가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자임을 확인하였고, B씨에게 정상적으로 돈을 줘 이 사건 아파트를 구입하였으므로 A씨로서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A씨는 이 사건 소송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B씨는 지난 2016년 내연남과 짜고 자신의 남편을 짜고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사하여 살해한 사람이었고, B씨는 남편이 사망한 후 남편의 명의로 되어 있던 이 사건 아파트를 B씨 자신의 명의로 옮긴 후 A씨에게 다시 팔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후 B씨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 수사를 받은 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뜻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법원의 판결은 정당하다.

- B씨는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민법상 배우자는 최우선 상속자다. 물론 자녀와 같은 직계 비속, 사망한 사람의 부모와 같은 직계 존속이 있다면 공동상속을 받게 되지만(민법 제1003조 제1항 참조), 이 사건에서는 이에 관한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일단 B씨가 유일한 상속인으로 단독 상속을 받게 될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B씨 남편을 죽인 것은 다름 아닌 B씨이므로, 이 경우에도 B씨가 B씨 남편의 상속인으로서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있는지 문제가 되는데, 민법상 고의로 사망한 사람을 죽인 상속인은 ‘상속결격자’로서 상속인의 지위를 상실한다(민법 제1004조 제1호 참조). 그렇다면 결국 상속은 그 다음 순위로 넘어가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는 배우자인 B씨와 같은 순위의 직계 비속, 직계 존속이 없는 것으로 보여 그 다음 순위인 형제자매, 만약 형제자매도 없다면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상속인이 된다(민법 제1000조 제1항 참조). 추측컨대, B씨 남편은 자녀도 없고, 부모, 형제자매도 모두 사망한 상태라 형제자매의 자녀, 즉 조카인 C씨가 상속인의 자격을 취득한 것이다.

-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믿고 이 사건 부동산을 산 A씨는 왜 소유자가 아닌가?

결론적으로 A씨는 B씨 남편의 상속인도 아니어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도 없는 사람인 B씨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산 것이 된다. 이 경우 A씨는 B씨와의 매매계약을 해제하면서 B씨에게 이른바 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A씨를 속인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등을 추궁할 수는 있지만, 이 사건 아파트 자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또한 B씨는 현재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므로 A씨가 ‘이론상’ B씨에게 그와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별론으로 그 돈을 ‘실제’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A씨로서는 부동산 등기부등본 확인부터 매매대금 지급까지 부동산 거래에서 부동산을 사는 사람이 해야 할 도리는 다 하고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가 부동산 거래에 있어 이른바 ‘공시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의 원칙’이란 물권에 어떠한 권리 변동이 있을 경우 이를 외부에서도 알 수 있도록 표시하라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로 ‘부동산 등기제도’를 들 수 있다. 즉 부동산과 관련하여서는 누구나 특정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발급, 열람하여 법적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등기제도’는 그 자체로 완벽하지는 않아 이번 사건처럼 실제 권리관계를 모두 반영하지도 못하고,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믿고 거래한 사람의 신뢰를 보호하지도 못한다. ‘공시의 원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시된 상태를 믿고 거래한 사람의 신뢰를 보호하는 법 원칙으로는 ‘공신의 원칙’이라는 것도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부동산 거래에 있어 ‘공신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었더라면, A씨는 이 사건 아파트와 관련하여 비록 이 사건 아파트와 관련하여 아무런 권리도 없는 B씨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구입했다 하더라도 법원은 A씨의 신뢰를 보호하여 A씨의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으로는 여전히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믿고 한 거래는 당사자로서 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 한 거래로 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부동산 거래와 관련하여 앞으로도 ‘공시의 원칙’을 계속 적용하는 한, 그리고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이번 사건과 같은 특수한 상황까지 대비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부동산 거래 시 상대방이 부동산을 취득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인할 필요는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