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제프리 고든(Jeffrey I. Gordon) 교수 연구팀은 ‘비만인 사람의 장내 세균 비율은 박테로이데테스(날씬균)보다 퍼미쿠테스(비만균) 계열군이 약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해 관심이 주목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인간의 장 속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인 미생물이 있다. 이는 약 100조개 이상 존재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가 진행되면서 약 30~39조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생물 전체 숫자 중 95%는 대개 소화기관에 있다. 전체 미생물 무게는 약 2㎏(체중의 1~3%)에 불과하지만 장 내에 있는 미생물은 숫자에 따라 인간 유전자보다 약 150배 이상 많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미생물을 ‘제2의 유전자, 제2의 장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와 관련 장내 미생물 균형에 따라 쉽게 살이 찌거나, 빠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제프리 고든(Jeffrey I. Gordon) 교수 연구팀은 ‘비만인 사람의 장내 세균 비율은 박테로이데테스(날씬균)보다 퍼미쿠테스(비만균) 계열군이 약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006년 국제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제프리 고든(Jeffrey I. Gordon) 교수(왼쪽 뒤) 연구진과 대화를 하고 있다. 출처=워싱턴대학교

미국 아이오와대학교(The University of Iowa) 미생물학 박사 존 커비(John Kirby) 교수도 의학저널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에 항정신성 약물 ‘리스페리돈’을 장기 복용하면 체중이 증가한다는 기존의 연구가 리스페리돈이 장내 미생물 구성에 큰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장내 박테리아의 비정상적 변화가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실험용 쥐 실험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만을 유발하는 미생물인 퍼미쿠테스를 투여한 흰 쥐가 2주 만에 몸무게가 두 배로 불어났다. 이는 퍼미쿠테스가 포도당의 흡수를 비정상적으로 촉진해 체중 증가를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살을 빠지게 하는 미생물인 박테로이데테스가 장내 미생물 중 비율 우위를 나타내면, 탄수화물을 장에서 분해·배출하는 효과로 체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한진 을지대학교 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박테로이데테스균 종류들은 탄수화물 대사와 연관이 있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면서 “탄수화물의 분해를 하고 배출을 많이 시켜, 먹는 탄수화물에 의해 살찌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비만균의 일종인 ‘엔테로박터’가 신진대사를 방해해 지방축적을 돕고, ‘M스미시’는 과도한 소화촉진을 유도해 비만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들은 한 가지 미생물이 체중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유익균과 유해균의 미생물군의 비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크라이만릭 브라운 교수 연구팀은 “위 우회 수술로 위산이 줄면서 소장의 산성도가 낮아지고 산소량이 증가한 환자에게서 장내 미생물이 다양해졌다”면서 “지방산 축적을 막는 프로피온산염, 부리트산염과 같은 신호전달물질도 증가해 체중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정상적으로 음식이 들어와서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으로 쭉 나아가는 데 음식물을 흡수할 때 소장에서 많이 한다”면서 “이후 대장까지 소화가 진행되면서 장내 미생물이 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저하가 있거나 잘못된 식습관을 유지하면 장내 유해균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한진 교수는 “이 두 균은 중요한 균이고 60:40 꼴로 있다”면서 “이것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박테로이데테스가 좋아하는 음식, 생활습관 등을 먹으면 이 균이 증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면서 “그럴 가능성이 있으므로, 박테로이데테스를 늘릴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완벽한 근거는 없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