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지난 10월 코스피 하락폭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 이후 최대치다. 시장 참여자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PBR 1배도 하회했다. 2008년 금융위기 공포의 망령이 부활한 것처럼 보였다.

반면,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점잖은’ 모습이었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는 ‘위기’보단 주도주의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3.53% 오른 2096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증시 급등의 원인은 미중 무역갈등 완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역합의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지난 10월 한 달을 되돌아보면 금융위기 망령이 부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는 13.4% 급락했고 2000포인트를 하회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양국 기업의 실적악화로 나타나 공포심을 증폭시켰다.

이번 코스피 하락은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23%,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 –12%를 각각 기록한 이후 가장 큰 폭에 해당된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컸을 수밖에 없다. 특히 코스피 주당순자산비율(PBR)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배를 하회했다.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심리가 펀더멘탈을 앞설 때는 과거 멀티플 지표로 시장 판단이 어렵다.

▲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 [출처: FRED]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올들어 지난 6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다 재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인상이 부담이라면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지속 확대돼야 하지만 미국의 강한 성장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다시 상승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과거 위기발발 당시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지만 미 하이일드 채권 고평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위기 발발 징후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최근에는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에 주목하고 있다”며 “그동안 미국 증시만 호황이었던 만큼 하이일드 채권도 강세를 보이면서 레벨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이슈가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채권시장도 심리가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펀더멘탈의 힘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채권시장을 통해 시장 레벨을 판단하기도 한다.

지난 2008년 10월과 2011년 8월의 증시 급락 당시 미 하일드 스프레드도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미 하이일드 스프레드도 오름세를 보였지만 그 폭은 매우 낮았다.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완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경제 둔화 등의 우려보단 투자자산별 고평가 저평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급락 이후 주도주 등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시장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히 높다. 시장 급락과 함께 투자자들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면 최근의 증시반등을 상승전환의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 다만, 여전히 가치주 대비 성장주의 상승이 닷컴 버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평가된 주식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우선 환율 시장 안정성에 집중해야 한다.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상 국내 시장은 글로벌 경기 동향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아 양국의 무역분쟁 전개에 따라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