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지난 달 31일 세계 최초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공개했다.  출처= Royol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완전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책과 같이 접을 수 있는 대형 화면의 스마트폰이 시장 부진의 타개책이 될 것이라고 확고히 믿기 시작했다. 접는 대형 화면의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시원한 영화를 감상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걸까.

애플을 포함해 세계 시장을 다투고 있는 휴대폰 제조사 중 최소한 5개 회사가 접혀지는 스마트폰 모델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이것은 10년 전 스마트 폰 시대가 도래한 이후 일반적인 모양이었던 평평한 직사각형 디자인의 가장 큰 변경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Huawei Technologies Co.) 등 최소한 두 회사가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화웨이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최초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출시한 회사는 삼성도 화웨이도 아닌 중국의 무명 디스플레이 스타트업이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 로욜(Royole)은 지난 달 31일 세계 최초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공개하고 이날부터 판매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제조 및 유통 경험이 없는 이 회사의 깜짝 제품에 대해 업계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설립6년만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과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스마트폰 회사들은 기기의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판매가 둔화됐다는 관점에서 그러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매년 소프트웨어, 화면 품질, 카메라 기능이 조금씩 향상되는 변화 정도로는 기기를 업드레이드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차세대 5G 무선 네트워크를 선보이면서 비디오, 가상 현실, 기타 시각을 자극하는 미디어의 소비가 가속화됨에 따라, 화면을 대형화 하면서도 지갑이나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화면의 품질과 내구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반으로 접을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적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또 필요한 자재에 대한 공급망 제한과 높은 제작 비용은 물론, 상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인 ‘소비자가 과연 그런 전화기를 원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IHS Markit)의 스마트폰 애널리스트 저시 홍은 "이러한 접이식 전화가 고객에게 얼마나 이익이며 얼마나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에만 수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해져 시장은 늘 새로운 것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를 추적하는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7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도에 비해 1% 감소한 14억 7000만 대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이후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첫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스마트폰은 기능과 소프트웨어면에서 크게 발전했지만 기본적인 모습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제는 아이폰 X를 포함한 고급 기기의 표준이 된, 테두리를 극소화한 에지투에지(edge to edge) 화면 같은 혁신도 기본 디자인을 바꾸지는 못했다.

스마트폰 디자인이 이처럼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슬라이딩 방식에서부터 열고 닫을 때 ‘딸깍’ 소리를 내는 ‘폴더형’ 모델, 실제 키보드를 본 딴 모델에 이르기까지 모양과 크기가 다양했던 초기 휴대폰의 발전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회사 ZTE는 올해 초에 액슨 M(Axon M)이라는 접이식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그러나 경첩으로 분리된 두 개의 화면을 갖춘 이 스마트폰은 제대로 판매되지 못했고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중국의 화웨이는 지난 3월 책 모양의 경첩에 연속 화면을 나타내는 스마트폰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애플은 접이식 장치에 대해 여러 건의 특허를 신청했는데 그 중 Z형 스택으로 접는 그림도 있었다.

중국 경쟁 업체인 오포(Oppo Electronics Corp.), 비보(Vivo Electronics Corp.), 레노보(Lenovo Group Ltd.) 같은 회사들도 책이나 지갑처럼 접을 수 있는 기기에 대한 특허를 현지 당국의 출원한 상태다. 한국의 삼성은 내년 초에 접이식 스크린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이다.

▲ 한국의 삼성은 내년 초에 접이식 스크린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이다. 출처= techlector.com

그러나 현재로서는 고도로 기술적인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몇몇 회사에 불과하다. IDC의 애너벨 휴 수석 연구원은 삼성 전자와 LG 디스플레이, 그리고 중국의 BOE(BOE Technology Co.) 정도라고 말했다.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은 현재 기존의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디스플레이 패널이 필요하다. 기존의 스마트폰은 일종의 액정 디스플레이 또는 LCD를 사용하지만, 접이식 스마트폰은 보다 유연한 액티브 매트릭스 유기 발광 다이오드(active-matrix organic light-emitting diode, AMOLED)를 사용한다. 이미 아이폰X와 삼성 갤럭시S에 사용된 이 기술은 LCD보다 값이 훨씬 비싸다.

재료 또한 조달이 어렵다. IHS 마킷의 저시 홍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삼성 디스플레이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AMOLED 디스플레이의 95%를 공급하고 있다.

접이식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의 수명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 또 이러한 전화기는 더 강력한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기 내부 하드웨어를 대폭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판매 가격도 걸림돌이다. 현재에도 1000달러나 내고 고급 스마트폰을 사려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저시 홍 애널리스트는 1세대 접이식 스마트폰의 가격은 거의 두 배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한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는 태블릿이나 태블릿형 PC가 널리 보급되어 있는 상황에서, 접이식 스마트폰의 시장이 얼마나 될지도 불확실하다. 과도한 가제트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호화로운 기기를 언제까지 수용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난 수 년 동안 스마트폰 디자인을 연구해 온 영국 서리대학교(University of Surrey)의 스티븐 템플 교수는 "누군가가 이 뜨거운 쟁점을 지적하기까지는 제조업체들은 매번 다른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