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ICT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업종을 가리지 않는 전투를 거듭하는 가운데, 이커머스와 콘텐츠 분야에서도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강력한 중앙집중형 플랫폼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을 힘있게 추진하는 네이버와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카카오의 한 판 승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 네이버의 소상공인 지원. 출처=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커머스 확장
네이버가 지난달 10일 개편된 모바일 첫화면을 일반에 공개한 가운데, 이스트랜드와 웨스트랩 사용자 경험을 전격 공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웨스트랩이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전략이 강하게 묻어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 9월13일 파트너스퀘어 광주 오픈행사에서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공개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오픈 1년 미만인 신규 창업자는 500만원 미만의 거래액에 대해서는 1년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스타트 제로 수수료가 핵심인 가운데 소상공인을 위한 프로젝트 꽃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당시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판매자가 직접 상품 노출, 판매, 고객관리까지 할 수 있는 등 판매자가 진짜 주인인 플랫폼” 이라면서 “네이버가 가진 모든 기술과 데이터를 제공해 판매자의 비즈니스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소상공인 지원과 육성이라는 큰 그림이 웨스트랩 사용자 경험에 축약됐다는 평가다. 실험적인 시도를 담아내는 웨스트랩을 중심으로 기존 소상공인들이 활동하는 영역의 노출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추후 셀럽을 중심으로 하는 동영상 이커머스 전략까지 가동할 발판을 마련했다.

네이버의 커머스 강화는 기존 이커머스 업계에 큰 충격파를 줄 것으로 보인다. 판매 창구와 같은 단편적인 사례를 넘어, 거대 판매자와 일반 판매자의 경계가 흐릿해진 것이 눈길을 끈다. 웨스트랩에 노출되는 제품의 우선순위는 내부 랭킹 데이터와 이용자의 선호도를 통해 결정되며, 대기업의 제품이라고 최상단을 차지하는 일은 광고를 단행하기 전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등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했으며 네이버쇼핑 등을 통해 사실상 시장에 정식 등판을 마쳤다는 평가다. 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전략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를 중심에 둔 원스톱 패키지 플랫폼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 네이버의 모바일 첫화면 개편이 보인다. 출처=네이버

카카오는 3일 커머스 사업부를 분사하며 시동을 건다. 최근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톡 주문하기는 분사되는 카카오 커머스와 관련이 없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스토어,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장보기, 카카오파머, 다음 쇼핑만 포함된다.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카카오 커머스 전략을 다르게 전개하고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톡 주문하기가 배달앱 시장을 정조준하며 카카오톡 생태계 내부에서 움직인다면, 카카오 커머스는 카카오톡의 강점을 바탕으로 카카오톡 외 플랫폼을 별도로 구축하는 개념이다.

카카오는 이미 자회사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선주문 중심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를 중심으로 카카오톡을 기준으로 내외부의 플랫폼 전략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코리아센터와의 합병도 초미의 관심사다. 코리아센터는 내년 6월 상장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카카오와의 합병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메이크샵'과 해외배송대행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는 카카오의 이커머스 전략과 만나 일종의 풀필먼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당장 코리아센터가 글로벌 풀필먼트 플랫폼을 내년 1월 출시한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카카오의 이커머스 전략도 비슷한 맥락을 따라갈 전망이다. 해외 직구까지 포함하는 대단위 플랫폼이다.

▲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가 픽코마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콘텐츠 경쟁도 치열
네이버와 카카오는 콘텐츠 시장에서도 격돌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 시리즈를 출시하며 '너에게만 무료'를 전면에 세웠다. 카카오가 이미 내세운 '기다리면 무료'와 비슷하지만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미 카카오재팬 픽코마를 통해 유료 콘텐츠 플랫폼의 가능성을 확인한 카카오와 플랫폼 통합 전략을 구사하며 새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무장한 네이버의 전투가 시선을 끌고 있다.

아직은 카카오의 비교우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시리즈는 서비스 초기 불편한 사용자 경험으로 많은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최근 자체 콘텐츠 강화를 통해 플랫폼 외연을 넓히는 한편 다양한 IP 산업을 중심으로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는 약점을 가진 가운데 카카오재팬에서 콘텐츠 성공 가능성을 봤고, 이에 더욱 집중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지상파3사와 JTBC 등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해 CJ E&M 등 케이블 채널의 인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다시보기 서비스를 개시하는 한편 일본에서는 픽코마TV까지 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