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시장에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장면.(사진:연합)


한국의 남대문시장에서는 ‘안 파는 것 빼고는 다 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중국의 암시장이야말로 안 파는 것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온갖 해괴한 제품들이 팔려나가고 있다.

인터넷 이용 인구가 늘어나고 온라인 쇼핑몰이나 메신저, 블로그 등을 통한 암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불법 거래 품목들은 더욱 은밀하게 숨어들어 중국정부 당국의 단속을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대생 난자 매매도 암시장의 ‘인기 품목’ 중 하나다. 중국에는 수많은 난자 중개업체들이 암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 등 명문대학 여대생의 경우, 난자 가격이 3만위안(한화 531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대학의 인터넷 커뮤니티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가격을 제시하면 난자를 사겠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중국의 페이스북인 렌렌에는 명문대 재학 중이면서 키가 163cm 이상인 경우에는 3만위안을 난자 가격으로 지불하겠다는 게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난자 구매가 아닌 대리모 모집일 경우에는 가격이 20만위안(약 3543만원)으로 훌쩍 뛰어오른다. 아이 입양을 원할 경우, 가격은 1만위안(177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아기 전문절도단까지 생겨날 정도로 민심이 흉흉하다.

식품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에다 멜라민으로 유발된 유제품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중국의 암시장에서는 수입 분유를 넘어서 이제는 실제 모유를 사고파는 경우가지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중국 엄마들이 홍콩으로 분유 쇼핑 원정을 떠나거나 해외에서 분유를 수입하던 것으로도 모자라 신선한 냉동 모유를 구입한다는 얘기다. 특별 제작된 용기에 담긴 모유의 가격은 신선도에 따라서 39위안(6900원)에서 100위안(1만7700원)까지 다양하게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팔린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진짜 모유인지, 또 신선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모유량이 많아 남은 모유라면서 100ml나 200ml 단위로 팩에 넣어서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암시장의 또 다른 신체 관련 인기 상품은 신장 등 장기다. 중국 암시장에서 신장은 35만위안(619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기 브로커들은 형편이 어려운 농촌의 가정이나 학생들을 꼬드겨서 장기를 불법 시술 병원에서 적출, 싼값에 사들인 후 시장에서 비싸게 팔아넘기고 있다.

이러한 꼬임에 넘어간 고등학생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고 싶어서 2만위안(354만원)에 장기를 팔았다는 이야기가 얼마 전 알려져서 중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고등학생이 그토록 사고 싶어 했던 아이폰 역시 중국 암시장의 최고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딸리는데다 정식 제품보다 암시장 제품이 저렴하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직장인들로부터 암시장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 출시한 e북 리더기인 킨들(Kindle) 역시 중국 암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중국 정부가 차단하고 있지만 킨들을 이용해 접속할 경우 이들 중국 내 차단 사이트들을 무리 없이 접속할 수 있어서 인기를 얻었다.

일종의 호적인 후커우도 암시장의 단골 품목 중 하나다. 중국은 자신이 태어난 지역의 후커우를 발급받도록 되어 있는데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의 대도시에서 일하거나 거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후커우의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해당 도시의 후커우가 없는 경우 대학 입학 조건이 까다롭고 학비 지원도 받기 어려운데다 의료보험, 퇴직연금 등도 더 비싸다.

또 주택 구입이나 차량 구입 등에도 제한이 있어서 이들 대도시 후커우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이징 후커우를 받으려면 후커우 쿼터를 배정받은 기업에서 일을 하거나 베이징 시민과 결혼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암시장에서 15만위안(한화2655만원)~30만위안(5310만원) 사이로 구입하고 있다. 후커우를 받기 위해 애를 태우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200만위안(3억5400만원)을 내면 바로 후커우를 구해주겠다는 사기성 거래도 종종 인터넷에서 보인다는 것이 현지 경찰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외국인 여권 등의 신분증도 암시장 단골 품목이다.
이러한 암시장을 근절하기 위해 중국 공안부는 내년 2월까지 각종 인터넷 불법 거래에 대한 특별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암시장 단속 대상은 총기류, 폭발물, 도검류, 유독 화학물질, 도청 장치, 위조지폐, 위조 신분증, 개인 정보, 장기 등의 불법 거래다. 공안은 암시장 웹 사이트를 폐쇄하는 한편 범죄 가담자들이 사용한 전화번호와 온라인 계정도 정지시키기로 했다.

중국의 ‘활명수’ 윈난바이야오

윈난바이야오는 지혈 등에 쓰이는 가루약으로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콩들이 출혈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항상 지니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로 높은 신뢰도를 얻고 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지혈의 목적 외에 통증 치료 시, 항균 시에도 사용되고 이 가루를 양치질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 1902년 윈난지방의 추황장이 개발한 이 약재는 중국 정부 소유의 기업인 윈난바이야오 그룹이 생산하고 있다. 윈난바이야오 그룹은 지혈제를 비롯해서 타박상 제품, 치약에 이르는 윈난바이야오 시리즈를 생산하고 있다.

윈난바이야오에 대한 신뢰는 대단해서 중국 국내에서는 원료 배합 등 제조 방법에 대해 국가에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거론될 정도로 영업 비밀을 유지해오고 있다.

제조 방법에 대한 기밀 누설을 방지하기 위해 윈난바이야오 그룹 측은 중국 정부당국의 허가를 얻어 제품에 배합 방법과 원재료 구성 성분 등의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성분 표시란에는 원료 배합 및 제조 방법에 대해 국가가 비밀을 보호한다고만 표기해서 더욱 신비감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윈난바이야오에 대해 뒤늦게 미국 식품의약품 관리국(FDA)에서 윈난바이야오의 원료 구성 성분과 제조 방법 등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신비감이 다소 상실됐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