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나카무로 마키코·쓰가와 유스케 지음, 윤지나 옮김, 리더스북 펴냄.

요즘 데이터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숨겨진 맥락을 ‘정확히’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데이터를 정확하게 해석해야만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맥킨지는 한 보고서에서 2018년까지 빅데이터 심층분석 기술을 보유한 49만명의 근로자와 데이터에 능통한 150만명의 매니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책은 새로운 경제학 분야로 떠오르는 ‘인과추론(Casual Inference)’의 입문서다. 인과(因果, Cause-Effect)는 원인과 결과다. 추론(推論)은 ‘있는 사실’을 근거로 추리하고 추정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즉, 인과추론이란 두 개의 사실을 두고 “정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가?” “두 사실은 각각 원인과 결과인가?”를 평가하여 판단하는 방법론이다.

인과추론이 경제학인 이유는 간단하다. A가 원인이고, B가 결과임에 분명하다면, 우리는 A에 시간이나 돈을 투입해 B를 이끌어 낸다. 반면 A와 B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미리 파악한다면, A에 투자하는 잘못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인과관계로 착각하게 만드는 데이터들이 많다.

2012년 美 컬럼비아대 프랜츠 메설리 교수는 초콜릿 1인당 연간소비량이 많은 국가일수록 노벨상 수상자가 많다는 데이터 분석을 발표했다. 임상의학계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의 ‘비정기메모’에 게재된 이 연구에는 연간 국민 1인당 초콜릿 400g을 더 먹는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 늘어날 것이란 내용도 담겼다. 당시 초콜릿에 함유된 플라보놀 성분이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도 나온 터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초콜릿 소비량과 노벨상 수상자 수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초콜릿과 노벨상은 ‘상관관계(相關關係, Correlation)’가 있을 뿐이다. 부유한 국가일수록 초콜릿 같은 사치품이 많이 소비된다. 부국들에는 인재가 몰려 있고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크다. 후진국들보다는 노벨상 수상에 한결 유리한 환경인 셈이다.

상관관계란 언뜻 보기에는 한쪽에 이끌려 다른 한쪽도 변화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아닌 경우이다. “어려서부터 자식들에게 TV를 못 보게 했다”는 한 어머니의 세 아들 명문대 합격비결도 상관관계에 머문다. TV 시청과 성적 간 인과관계가 성립되려면, 그 세 아들이 TV를 시청했다면 불합격했을 것이라는 ‘반사실(反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

아예 상관관계조차 아닌 것도 있다. 액션스타 니컬러스 케이지의 연간 영화 출연 편수와 수영장 익사자 수, 미스 아메리카의 연령과 난방기구로 인한 사망자수 등을 각각 그래프로 그리면 두 변수들이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겹쳐진다. 이건 ‘우연의 일치(Coincidence)’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일본 TV에서 방영되면 미국 주가가 떨어진다는 ‘지브리의 저주’가 있다. 이 법칙은 <월스트리트 저널>에도 소개됐다. 물론 이것도 우연의 일치다. 다만, 두 변수가 매우 비슷하게 움직여 상관관계쯤은 있을 것으로 오인케 하는 것을 ‘거짓상관(Spurious Correlation)’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상관관계, 우연의 일치, 거짓상관 등 ‘짝퉁’ 인과관계를 믿고 개개인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의사결정을 하거나 회사나 국가가 사업과 정책을 수립·집행한다면 실패를 피할 길 없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두 가지 변수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검증하는 ‘인과추론’을 거치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다가 일부 식자(識者)들의 상투적 억지주장이 떠올랐다. “형벌을 강화했더니 흉악범이 더 늘었다” “경찰관과 CCTV가 많은 지역에서 범죄 발생 건수가 더 많다” “국방비를 늘리니까 전쟁위험이 증가하지 않냐”는 등인데, 이는 비논리적인 주장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역(逆)의 인과관계’라고 부른다. 흉악범이 증가하기에 형벌을 강화한 것이고, 범죄다발 지역이라 경찰관과 CCTV를 늘린 것이며, 전쟁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위력을 튼튼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유익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