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총 상위 20개 종목 외인투자 비중 및 규모(단위:%, 백만원) [출처:한국거래소]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국민연금 역할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 개방과 동시에 외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한 주장이다. 국내 시장 변동성 확대 원인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1일 국민연금이 전일 공개한 ‘자산군별 포트폴리오 운용 현황 및 수익률(8)’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자산은 123조6020억원이다. 작년말 대비 7조9180억원 줄어든 수치다. 국내 증시 하락으로 평가액이 감소한 탓이다.

현재 기준 평가액은 더 크게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코스피 지수가 13% 가량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 대비 더 크게 하락했다. 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약 15조원이 넘는 추가 평가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민연금의 주식포트폴리오 변경을 배제할 수 없다. 정확한 손실 규모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국민연금의 역할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시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50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자금 대책은 턱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발언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1400조원이다. 이중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우선주 제외)이 48.64%(680조원)를 차지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보유 비중은 44%(약 300조원)이다. 코스피 대비로는 20%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이 외국인과 대등한 힘을 발휘하려면 현 국내 주식 투자 규모를 배로 늘려야 한다. 문제는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외국인 비중이 50%에 육박하거나 넘는 기업이 9개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투자규모를 늘리면 주식유통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과도한 투자로 매매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 있다. 주가 상승하면 외국인들은 차익을 얻고 빠져 나가면 그만이다. 유통물량이 증가할 때까지 국내 시장 진입을 꺼릴 수도 있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연금이 입게 된다.

물론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향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리상승, 미중 무역분쟁 등 각종 장단기 대외변수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원화는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 불안에 취약하다. 증시 안정은 국민연금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금융당국과 함께 외국인투자자들의 원화와 국내 증시에 대한 선입견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