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스몸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강제적인 수단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식의 전환이란 주로 스마트 기기 사용이 얼마나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고, 강제적 수단은 스마트 기기의 과도한 사용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를 하는 것이다.

▲ 스몸비 경고 문구.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보행 중이나 이면도로와 같은 위험한 도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이를 명확하게 인지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슬쩍 무언가를 알려주는 넛지(Nudge)처럼 아이디어 차원에서 시설물 설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많이 건너다니는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와 같은 곳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를 보여주는 전광판 같은 것을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안전한 보행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치 초등학교 근처 길을 지나가는 차량이 시속 몇 킬로미터로 지나가는지 보여주는 전광판처럼, 센서를 통해 ‘현재 길을 건너는 사람 100명 중 스마트폰 사용자는 30명이다’와 같은 내용을 보여주는 시설물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 박사는 “강제적인 수단도 필요하겠지만 우선 스몸비들에게 경각심을 줘 안전한 보행을 유도하는 방식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조치 필요… 때로는 강제성도 부여해야

스마트 기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꾸준하게 알리는 것만으로는 스몸비 관련 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 개선이지만, 직접 행동변화로 이어져야 효과가 있는 만큼 처벌이나 강제적 조치도 고려해 봐야 한다”면서 “위험성이 높은 횡단보도나 버스, 지하철 승하차 시에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이어 “현재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보행 중 안전을 담당하는 전담 공무원과 조직이 없는데, 일본 요코하마시의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찰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이 안전 담당 일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스몸비 보행사고가 늘어나는 만큼 전문성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스마트폰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는 시스템을 제품에 탑재하는 것도 강제적 방안 중 하나로 제안됐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스마트 기기를 출시할 때 의무적으로 스마트폰 관련 위험성을 알려주는 앱이나 시스템을 탑재하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현재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마트 기기는 중독 방지를 위한 앱이 의무적으로 깔려서 출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슬기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스몸비들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강제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까지 큰 사고가 많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서 스마트폰 중독에서 안심할 수 없는 만큼, 스마트 기기 사용 가이드라인을 권고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가도록 하는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스몸비 사고 이렇게 막고 있다… 국내외 사례는

현재 서울시는 스마트폰 사용금지 표지판을 횡단보도에 시범 설치했고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게 하는 앱도 개발했다. 또 횡단보도 바닥에서 신호등을 볼 수 있는 바닥 신호등도 세종로사거리와 시청역 교차로 등에 설치 중이다. 횡단보도 근처에는 스마트폰 사용주의 부착물도 설치되고 있다.

해외에는 강제성이 있는 규제도 시행 중이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작년 7월부터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가 모바일 기기를 보는 행위를 금지했다. 최초 위반 시 15~35달러,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75~99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아이다호주 렉스버그시에서는 공공도로 보행 중 휴대전화, 무선기기에 입력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최초 위반 시 벌금 50달러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서도 법적 규제 움직임이 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횡단보도를 횡단할 때 휴대용 전화 또는 방송 등 영상물을 수신하거나 재상하는 장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위반 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서울시도 조례를 개정해 시장의 기본책무에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 사항’을 추가했고, 시민의 권리와 의무 중 ‘모든 시민은 보행 중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함을 규정했다.

미국 워싱턴DC와 중국 충칭시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전용 보행도로를 설치했다. 벨기에 앤트워프에서는 쇼핑몰 바닥에 흰 선을 그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길을 유도한다. 일본에서는 통신사가 어린이들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강제 금지되는 앱도 개발했다.

국내 기업들도 작업장 내 스몸비들의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장 생산라인에서는 공장 내 이동 시 스마트폰 사용에 주의하라는 지침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큰 배를 만드는 현장 작업장에서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공장 곳곳에 보행 중·작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수칙이 쓰여 있다”고 밝혔다.

이수일 박사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스몸비 사고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점점 더 스마트 기기 사용자들이 많아지고 이와 관련한 사고가 부각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스몸비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