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오전 출근길 지하철 환승역에서 바쁘게 오가면서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어깨가 부딪히는 경험. 강남역 10번 출구와 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도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사람이나 사물과 충돌할 뻔한 경험. 골목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가다가 갑자기 나오는 차량에 부딪힐 뻔한 경험. 횡단보도라고 안심하면서 건너는 도중에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다가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까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경험이나 상황이다.

 

위험한 도로 위 스몸비들

스몸비가 되면 집중력 저하, 주의 산만 등 정신적 문제부터 시력저하, 근골격계 이상, 수면장애와 같은 신체적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스몸비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아찔한 사고는 인명사고다. 집이나 커피숍 같이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훨씬 더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문구.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시 시각 인지특성 연구’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차량 사고를 당한 사례는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 고객사고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3년 117건에서 2017년 177건으로 5년 새 51.3%가량 늘어났다. 현대해상의 시장점유율을 20%로 계산했을 때 전체 업계에서 스마트폰 보행자 관련 사고는 855건 정도로 추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주변 소리에 대한 인지거리가 50% 이상 감소한다”면서 “일반적으로 보행자가 소리를 듣고 인지하는 거리가 14.4m인데, 문자를 할 때는 7.2m, 음악을 들을 때는 5.5m로 인지거리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고령보행자의 경우 인지거리가 80% 이상 감소해 더 위험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박사는 “특수 장비인 아이트래커(Eye Tracker)를 착용하고 시야폭 감소실험을 했는데 스마트폰 사용 시 시야폭이 56% 감소했고, 전방주시율은 15%로 나타났다”면서 “스몸비들이 도로 위에서 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보행 중 주의분산 실태와 사고특성 분석’도 도로 위 스몸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20대 이하의 젊은 스몸비일수록 도로 위에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소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보행 중 주의분산에 의한 교통사고 분석에 따르면 전체 사상자 1791명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사상자가 1105명으로 전체의 61.7%를 차지했다.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사상자 중 사망자도 12명이 발생했다. 또 1105명 중 579명이 20대 이하 사상자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젊은 스몸비의 사상 비율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10대 이하가 22.9%, 20대가 30.8%, 30대가 14.1%, 40대가 13.5%, 50대가 11%, 60대 이상이 7.6%로 나타났다. 10대와 20대 사고의 71%는 등교·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에 집중 발생했다.

조사를 진행한 박가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이동하면 주변 소리 인지와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신호를 놓쳐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보행 중에는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야 하고 특히 횡단보도를 포함해 도로를 건너는 경우에는 휴대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얼마나 보고 있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한국인들 10명 중 3명은 보행 중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2016년 서울 광화문 사거리 부근의 보도와 횡단보도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률 조사에 따르면, 보도에서는 보행자의 33%, 횡단보도에서는 26%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같은 조사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이들은 주로 음악을 듣거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보행을 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도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횡단보도 4곳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스몸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전체 보행자 9850명 중 1996명에게서 주의분산 행동이 발생했고, 이 중 휴대전화 사용자가 1823명으로 파악됐다. 주의분산 행동 발생자 중 91.3%가 스몸비라는 것이다.

연구소는 “횡단보도 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타인과의 상충이 17.1%, 차량과의 상충이 20%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상충은 보행자와 차량 간 충돌 또는 보행자가 차량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뜻한다.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스몸비로 인한 사고 사례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인 전기자동차, 전동 퀵보드 등이 나오는데 소음이 적은 것이 특징이라서 스몸비들에게는 더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