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머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e스포츠, 지표는 긍정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의 지표는 모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국내외 인기 종목의 결승·준결승 무대 티켓은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고, 트위치,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시청자 수는 축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세계 e스포츠 시청자 수는 지난 2016년 1억6000만명에서 지난해 1억9200만명으로 늘었다. 뉴주는 올해 e스포츠 시청자 수가 3억8000만으로 급등했을 것으로 전망했고, 오는 2021년엔 5억5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e스포츠 경기 지표를 분석하는 사이트 ESC에 따르면, 올해 5월 e스포츠 총 시청자 수는 2억3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100만명 수준으로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주는 올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를 9억6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이는 1년 전보다 38% 상승한 수치다. 뉴주는 오는 2020년에는 e스포츠 시장 규모가 14억8800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e스포츠 대회의 총상금 규모도 유의미하다. e스포츠 상금을 집계하는 사이트 e스포츠 어닝스에 따르면 세계 e스포츠 총상금 규모는 지난 199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해마다 증가 폭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5년만 봐도 2013년(2220만달러), 2014년(3731만달러), 2015년(6659만달러), 2016년(9752만달러), 2017년(1억1146만달러)를 기록했고, 올해엔 10월까지 집계된 상금만 해도 1억2510만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총상금 규모는 ‘도타2’, ‘카운터스트라이크’,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순으로 높은데, 에픽게임즈가 판돈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5월 향후 포트나이트 대회의 상금으로 1억달러를 내걸겠다고 파격 발표했다.

국내 상황도 열기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여전히 PC방은 e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으며, 올해 국내에서 열린 롤드컵 대회의 모든 티켓이 빠르게 매진된 점도 e스포츠 열기를 증명한다. 특히 결승전이 열린 인천 문학 주경기장은 좌석이 2만석을 훌쩍 넘는다.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6년 830억원 수준이었다. 전년도보다 14.9%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통계와 마찬가지로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시장규모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다만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한계가 있는 점은 고려해야 하며, 국내 선수들이 세계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예를 들어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대회에서 받은 총상금 액수 순위 TOP 25에서 한국 선수가 무려 20명을 차지한다.

국내 기업들도 보는 게임 시장에 투자하는 추세다. 전용 경기장을 만들고, 프로팀을 창단하고, e스포츠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눈길이 간다. 기존 e스포츠 대회는 대부분 PC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최근엔 모바일에서도 e스포츠 대회가 활발하다. 그 대표가 되는 게임이 지난번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 등장한 ‘클래시로얄’, ‘아레나 오브 발러’, ‘하스스톤’ 등이다. 국내로는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워’가 2년 연속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무사히 마치며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스포츠 플랫폼은 향후 VR·AR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VR게임업체들은 개발 게임을 e스포츠 시장에 내놓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 멀다

발표되는 모든 지표가 긍정 신호를 보내지만 실상 국내 프로게이머 생태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또한 e스포츠 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도 별개로 존재한다. 우선 시스템에 대한 문제로는 게임의 저작권 문제, 짧은 수명 문제, 게임 내 밸런스 문제 등이 있다.

전통 스포츠는 저작권 개념이 없지만 e스포츠는 특정 회사가 만든 게임으로 경기를 하므로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 대회를 개최하는 데 있어서 게임 업체의 결정과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각에서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개별 게임 종목은 전통 스포츠에 비해 수명이 짧다는 점도 한계다. 게임은 소모적인 콘텐츠이며 인기에 유효기간이 있다. 인기를 끌던 게임이 다른 게임의 등장으로 갑자기 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프로게이머가 수년간 한 게임을 연습하며 준비했는데, 그 게임이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버리면 상황이 난처해진다.

무엇보다 국내에 e스포츠 선수가 설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문제가 크다. 선수들이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다. 지금 프로게이머 출신들은 e스포츠 관련 일과 인터넷 방송 등에서 모습을 비추고 있지만 소수다. 그 외는 개인 사업자, 공무원, 회사원, 포커 플레이어 등 각자 살 길을 모색하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국내 게임 업체도 각성할 필요가 있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지만 막상 하는 게임은 대체로 외산이다. 인기를 끄는 e스포츠 게임이 국내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올해 최초로 열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시범종목에서도 국내 개발 게임은 찾을 수 없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수익성이 좋은 특정 장르에 개발을 집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펍지의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박수칠 만한 일이다.

부족한 e스포츠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국내에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다. 대부분 수십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이며, 롤드컵 등 규모가 큰 대회가 열릴 땐 e스포츠와 관계없는 경기장을 대관해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이 즐길 만한 추가적인 e스포츠 관련 볼거리나 관련 시설을 제공하긴 힘든 상황이다. 경기장이 대부분 서울 지역에 몰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계 돌파, 어떻게 할까

e스포츠 아마추어 시장이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을 지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이코노믹리뷰>에 “결국은 아마추어 리그가 강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전통 스포츠처럼 초중고 학교 내에 축구, 야구처럼 e스포츠부가 생기고, 학교 대항전이 이루어지고,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e스포츠 대항전이 열리는 등 발전했을 때 e스포츠가 건전한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풀뿌리 기반 산업이 커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반이 전무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는 자녀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는 건 당연하다. 프로게이머 자체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아졌다지만 자기 아이가 프로게이머가 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경일게임아카데미 신건우 프로게이머 코치는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님들이 모두 자녀를 프로게이머로 만들기 위해 오는 건 아니라고 털어놨다. 일단 아이가 원해서, 아이의 사춘기를 잘 조절하기 위해, 교과공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어주면 좋을 것 같아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학원을 찾는다고 했다.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그것은 일 자체 말고도 짧은 선수 기간, 은퇴 후의 미래, 실패했을 때의 위험이 큰 탓일 것이다. 위 교수의 말처럼 아마추어 리그가 커지고 e스포츠 지도자 수요가 많아져 그에 따라 은퇴 선수도 갈 곳이 생기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위험에 대한 압박은 좀 더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장 시설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월 2020년까지 30억원의 예산안을 편성해 e스포츠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발표했다. 사업 내용은 수도권 이외 지역 상설경기장 3곳 건립이다.

10월 29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e스포츠에 대한 문체부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더불어 민주당 이상헌 의원의 지적에, 문체부 도종환 장관은 “e스포츠 저변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며, 상설 경기장 등을 관광지로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