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치를 달러당 6.9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출처= MoneyW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중국이 서로 위협과 관세를 주고받는 가운데, 세계는 중국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경제적 무기의 힘을 동원할 것인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숫자 7과 관련이 있다.

중국 통화인 위안화는 지난 4월 중순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더니 마침내 31일(현지시간) 10년 만에 최저치까지 접근했다. 31일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치를 달러당 6.9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위안화 환율이 7을 넘은 것은 전 세계가 금융 위기의 수렁에 빠졌던 지난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통화가 약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 수출업자들에게 불공정한 이익을 주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위안화가 하락하는 데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주간 통화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나름 다양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역 전쟁이라는 무기고에서는 통화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하긴 하지만 동시에 매우 무딘 무기이므로, 통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1달러= 7위안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7이라는 숫자가 특별히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달러당 7.002위안이나 달러당 6.998의 가치는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그러나 그 숫자는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안화 환율이 7이 넘는다는 것은 중국이 통화 가치를 더욱 약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생산 공장들은 미국에서 그들의 제품을 판매할 때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고,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2500억 달러 관세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중국에 어떤 이익이 될까

정원 장식물을 만드는 중국 공장이 미국의 소매 업체에 홍학 조형물을 파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가격은 개당 1달러라고 가정한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일 때에는 1개를 팔면 6위안을 번다.

그런데 위안화 환율이 7이 되면, 1 달러짜리 홍학 한 개를 팔면 7위안을 벌게 된다. 또는 원래의의 6위안 만큼만 벌어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가격을 1달러에서 85.7센트로 인하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달러로 사고 파는 미국의 경쟁자도 중국 공장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려야 한다(물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중국 공장이 플라스틱 홍학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원자재인 플라스틱과 금속을 달러로 수입할 수도 있으니까).

또 위안화가 하락하면 중국 수출업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상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미국은 미국 항구에 도착하는 다양한 중국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가 10% 하락하면 관세는 기본적으로 무효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안화 약세의 주원인은

최근 들어 워싱턴 관리들이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이 오래 전부터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볼 때, 위안화를 약화시키는 많은 요인들은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 밖에 있는 것들이다.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정부에 의해 확고하게 통제되어 있어, 중국 지도부는 위안화 가치를 결정하기 위한 상당한 수준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관리들은 위안화의 일일 기준금리를 설정하고, 통화 시장에서 그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기도 한다. 중국 당국자들은 매일 매일의 거래 상황이 그 다음날 위안화 가치를 결정하는 데 반영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 방법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31일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치를 달러당 6.9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심리적 저지선이라는 7과 그야말로 머리카락 한 홀 차이다. 외환 거래에서 환율이 높다는 것은 통화 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 출처= 중국인민은행 그래프= 뉴욕타임스(NYT)

현재 거래자들은 중국 정부에 오직 한 가지 신호만 보내고 있다. 위안화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위안화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기업들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주식시장의 침체,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 시장, 중국으로서는 벅찰 수 밖에 없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 등으로 인해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물가가 상승하면 위안화의 매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중국 당국은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국영 은행의 대출을 늘리고 상업 은행들의 지불 준비율을 낮춰 줌으로써 보다 많은 돈을 시중에 풀어왔다.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나면 통화 가치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계속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위안화를 팔고 달러를 사면 더 매력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당신이라면, 1.5%의 이자를 지불하는 1년짜리 위안화 예금 증서와 2.6%가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는 1년짜리 달러화 양도성 예금증서(CD) 중 어느 것을 갖겠는가?

위안화 약세는 의도적인 것일까

위안화 평가 절하에 중국 정부 당국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지난 17일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인 지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과연 위안화 약세는 의도적인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중국 정부는 오히려 위안화가 너무 빨리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통화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옵션은 미국 연준처럼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가구와 기업들이 중국에 돈을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또 한가지 방법은 중국 정부가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것이다. 다른 통화와 마찬가지로 시중의 위안화가 줄면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통화를 관리해온 덕분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외환 보유고를 축적했다. 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3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 당국은 이제 외환 보유고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중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월 대차 대조표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약 200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외교 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초당적인 미국 외교 정책·국제 정치 문제 연구 기구)의 브래드 W. 셋서 이코노미스트는 “한 달에 200억 달러를 팔았다고 해서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시장 압력에 대한 방향을 나타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 절하의 쓴 경험

3년 전에 중국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자 중국 기업들을 돕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한 적이 있다. 금융계는 충격을 받았고 시장은 추락했다.

중국 당국은 이를 변명하기 위해 급급했지만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은 중국 경제가 당장 필요로 하는 돈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1년도 안돼 중국 당국은 다시 위안화 가치를 끌어 올리기 외환 보유고에서 5천억 달러 이상을 써야 했다. 당국은 뒤늦게서야 금융 시스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사람들이 돈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길을 막았다.

무역 전쟁이 치열해지면 중국은 위안화를 무기로 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