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내년 5G 상용화 일정이 시작되면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며 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력인 통신은 물론 탈통신 전략까지 골고루 챙기는 SK텔레콤의 행보에 집중하면 의외로 답은 쉽게 나온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 SK텔레콤은 분당사옥 5G테스트베드에서 삼성전자 5G NSA(논스탠드얼론 ; 5G-LTE복합규격) 교환기와 노키아 · 에릭슨 5G 기지국 연동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출처=SKT

부진한 3분기 실적...그러나

SK텔레콤은 3분기 매출 4조1864억원, 영업이익 3041억원, 순이익 1조49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10월 30일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22.5%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도 12.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초로 분기 기준 1조원을 돌파했으나 이는 SK하이닉스의 기록적인 성과에 따른 지분법 이익 영향이다.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실적악화의 큰 요인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고객들의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요금제와 로밍 서비스 등을 대폭 개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한편 로밍까지 아우르는 전 영역에서 가입자 친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SK텔레콤 유영상 코퍼레이트(Corporate)센터장은 “어려운 이동통신사업 환경에서도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이동통신 전 영역에서 진정성 있는 혁신을 지속했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회사의 건강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미디어 사업은 준수하다. 지난 3분기 매출 및 가입자 모두 성장세를 기록했다. IPTV 매출은 기존 회계기준으로 32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3% 늘었다. 9월 말 기준 모바일 IPTV 옥수수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어난 946만명, 월 순방문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한 700만명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의 3분기 실적이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한 방’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안재민 연구원은 “SK텔레콤의 3분기 실적 부진은 선택약정할인제도를 포함한 요금인하 규제에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감소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SK텔레콤은 T플랜으로 대표되는 요금제 개편 카드를 꺼낸 상태다. 스몰, 미디엄, 라지, 패밀리, 데이터 인피니티 요금제로 구성됐다. 스몰 요금제는 월 3만3000원에 1.2㎇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월 2만원에 1㎇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와 유사하다. 미디엄 요금제는 월 5만원에 데이터는 4㎇다. 라지 요금제는 월 6만9000원에 100㎇ 데이터를 제공한다. 미디엄 요금제 이하 요금제에 최대 400kbps 속도제어가 걸렸고 월 1만9000원을 더 내면 100㎇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라지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활용이 많은 층을 라지 요금제로 묶으려는 전략을 구사한 뉘앙스다. 패밀리 요금제는 월 7만9000원에 150㎇ 데이터를 제공한다. 인피니티 요금제는 월 10만원에 데이터 완전 무제한이다. 통신 3사 모두 통신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고객 친화 정책을 구사했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 연구원은 올해까지 요금인하에 따른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내년 무선통신 수익의 턴 어라운드가 예상된다”면서 “서비스 시작 및 가입자 증가, 연간 영업이익 성장세 전환 등 긍정적 이슈가 있고 최근 불안한 주식시장에서 고배당 매력(연말 배당수익률 3.3%)과 방어주 성격도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무선통신 수익은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안 연구원은 “분기별로는 3분기부터 매출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요금인하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되고, 5G 가입자가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키움증권의 장민준 연구원은 SK텔레콤의 통신은 물론, 비통신 분야의 성과에도 집중했다. 그는 “시장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으나 5G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면서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보안, 미디어, 커머스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물리보안에서 정보보안까지 통합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국내 보안 서비스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여기에 5G 기반 신규 보안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 발굴해 보안사업을 신규 성장 핵심 동력으로 키워낼 방침이다. 커머스 행보도 빠르다. 11번가는 지난 9월 신설 법인으로 분사했고 500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도 유치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신규 디바이스 출시, 생태계 확대를 위한 오픈 플랫폼 공개 등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AI R&D와 사업 조직’을 통합한 ‘AI센터’를 편제하고 관련 석학들을 영입하는 등 조직과 인력도 재정비한 상태다.

현대차증권의 황성진 연구원도 통신과 비통신 분야의 성과가 내년 SK텔레콤의 행보를 가볍게 만들 것으로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본업의 실적 정체는 이미 예상되었던 사항”이라면서 “5G 이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사업영역 확대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SK텔레콤은 사업확대를 통해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ICT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만약 기업지배구도 개편이 단행된다면 규제 이슈의 탈피, 자체 자금조달의 용이성, 새로운 협업 가능성 등 다방면에 있어 긍정적 모멘텀을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 박정호 사장(오른쪽)과 도이치텔레콤 팀 회트게스(Timotheus Höttges) 회장이 SK텔레콤 임직원 약 400여 명과 타운홀 미팅을 통해 ICT 현안을 공유하고 디지털 혁신, 경영 전략 및 기업문화 혁신 등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출처=SKT.

통신과 비통신...SKT의 봄 예약하다

SK텔레콤의 미래를 분석하려면 5G로 대표되는 통신과, 인공지능과 커머스를 비롯해 미디어를 총괄하는 비통신 분야를 모두 조명할 필요가 있다.

5G 상용화 로드맵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SK텔레콤은 통신 3사 중 가장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주파수 경매 종료 후 장비 선정 과정에서 속전속결이다. SK텔레콤은 8월 14일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를 5G 통신장비 파트너로 삼았다고 발표했으며 중국 화웨이 리스크와는 일찌감치 선을 긋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와는 지난 10월 15일 5G 퍼스트콜에 성공했다. 퍼스트콜은 상용 서비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데이터가 정상 송수신되는지 확인하는 최종 절차다. 데이터 통신에 필요한 전 과정을 문제없이 통과해야 ‘첫 번째 통신 기록’이 남는다. 네트워크의 핵심 요소인 기지국과 교환기 단말기 연동이 확인됐다. 동기화 작업을 비롯해 5G 가입자의 네트워크 정상 접근도 인증됐다는 설명이다. 5G 상용화를 위한 모든 상황이 포함됐다. 주파수 대역도 실제 상용 서비스에 사용할 3.5㎓ 대역 100㎒ 폭을 활용했다. 모든 기술, 장비가 3GPP 국제 표준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박진효 ICT기술원장은 “글로벌 표준 기반 5G 기술 개발과 시연, 장비사 선정, 이번 퍼스트콜까지 5G 상용화 준비 과정에서 글로벌 통신사들보다 수개월 앞서 있다”며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용화 전까지 품질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각기 다른 제조사 5G 장비를 연동해 하나의 5G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제도 해결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서로 다른 제조사 5G 장비의 연동 품질을 높이는 기술 및 규격(Interoperability)을 AT&T, 오렌지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함께 개발한 바 있다. 이에 분당사옥 5G테스트베드에서 삼성전자 5G NSA(Non-Standalone ; 5G-LTE복합규격) 교환기와 노키아·에릭슨 5G 기지국 연동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자암호통신 영역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SK텔레콤은 최근 도이치텔레콤과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5G 생태계 확장을 위한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양사는 5G 글로벌 경쟁력 및 글로벌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각 회사의 자회사인 IDQ와 MobiledgeX에 전략적 상호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비통신 분야의 선봉은 인공지능 전략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가운데 내비게이션과 IPTV 등 다양한 가능성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글과컴퓨터의 자동통번역 솔루션 말랑말랑 지니톡을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에 탑재했으며, 최근에는 누구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기업이나 개인 등이 누구 서비스를 간편하게 개발할 수 있는 웹 사이트인 누구 디벨로퍼스를 오픈한다는 설명이다.

개발툴은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환경으로 돼 있어, 마우스와 키보드 조작만으로 누구 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다. 서드파티가 직접 서비스를 제작하는 누구 플레이 키트(NUGU Play Kit)와 사용자 그룹 및 전용 디바이스를 관리할 수 있는 누구 비즈(NUGU Biz)로 구성된다. 또 누구의 서비스는 플레이(Play)로 불린다. 최근 이와 관련한 컨퍼런스까지 열렸다.

▲ '누구 컨퍼런스 2018' 참가자가 행사장에 전시된 오픈플랫폼 기반 점자교육 보조기기(탭틸로)를 체험하고 있다. 출처=SKT

SK텔레콤 장유성 서비스 플랫폼 사업단장은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 확산을 위해 누구 오픈 플랫폼을 개방했다”며 “앞으로도 SDK를 공개하고 개발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자율주행차와 블록체인, 심지어 물류 데이터 전반에 대한 접근도 보여줬다. 특히 후자의 경우 포장이사 전문업체인 통인익스프레스와 블록체인 기반의 이주 관련 O2O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두 회사의 접점은 고객이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을 통해 이주 관련 제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에 있다. 구축되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의 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방식으로 연계된다. SK텔레콤은 한국토지주택회사와 블록체인 기반 산업 고도화에 나서기도 한다.

보안 시장으로의 진격전도 관심사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1일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맥쿼리)과 공동으로 ADT캡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물리보안 사업 최적화에 나서는 한편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영상분석으로 특이 행동·이상 징후를 정교하게 판단, 보안시장의 새 바람을 불러온다는 각오다. 사물인터넷과 영상분석의 시너지도 가능하다. 5G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초고화질 영상 시대도 연다. SK텔레콤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SK인포섹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그룹의 보안 사업을 SK텔레콤으로 모아 시너지를 낸다는 각오다.

▲ New ICT 융합 보안. 출처=SKT

SK텔레콤 내부 정비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일종의 체질전환이다. SK텔레콤은 조직 개편을 통해 서비스 위원회, 기술위원회를 연이어 설치했다. 서비스위원회는 박정호 사장이 전면에 나서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일차 목표를 내걸었다. 사장이 전권을 쥐고 SK텔레콤의 ICT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서비스위원회가 큰 그림을 그리면 기술위원회가 세부 안건을 논의하는 구조다. 기존 서비스플랫폼사업부와 AI리서치센터는 AI센터로 통합한다. 이상호 서비스플랫폼사업부장이 11번가 대표로 이동하는 가운데 김윤 AI리서치센터장이 콘트롤 타워를 맡는다.

▲ SK텔레콤은 포장이사 전문업체 통인익스프레스와 블록체인 기반의 이주 관련 O2O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출처=SKT

연속공격 먹힐까

SK텔레콤은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으며 크게 주춤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긴 시간 비통신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주력했다. 여기에 내년 5G 상용화 전략이 전개되면 네트워크 분야에서 퀀텀점프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네트워크만 운용하던 통신사가 ICT 플랫폼 기업들의 전략에 뛰어들며 다양한 실험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과정에서 제로레이팅과 관련된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행보 자체는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전선의 지나친 확대다. 커머스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격하며 비통신 분야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나 자칫 선택과 집중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5G 상용화 과정에서 큰 규모의 자금이 집행되며 기초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SK텔레콤이 온전히 보여줘야 할 역량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