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달러는 앞으로도 몇 달 동안 미국 대기업들의 이익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물가 인상으로) 그 동안 미국산 제품 구매에 익숙했던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까지 파고들 것이다.   출처= Investing.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연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무역 전쟁 못지않게 달러 강세가 미국 대기업들에 더 타격을 줄 수 있다고 CNN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같은 다른 주요 국제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가치를 측정하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올해 거의 5% 상승해 52주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달러는 왜 그렇게 강한 것일까? 주 원인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계 경제가 성장 둔화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미국만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통화는 금리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강달러는 국제 거래와 이익의 가치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해외에서 많은 사업을 하는 회사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또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상승시켜 해외에서 보다 많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대기업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완구 회사 하스브로(Hasbro), 오토바이 회사 할리 데이비슨, 하기스(Huggies) 기저귀를 만드는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 면도기 질레트(Gillette)를 보유하고 있는 프록터앤갬블(P&G) 등 미국의 우량 소비자 기업들뿐 아니라 산업용 제품 회사인 3M과 중장비 회사 캐터필라(Caterpillar), 항공기 엔진 회사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nited Technologies Corporation) 같은 회사들도 강달러가 회사의 실적을 해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달러 강할수록 기업 이익 적어진다

하스브로는 지난 주, 달러가 유럽, 중남미 및 아시아 지역의 통화에 비해 크게 강세를 보임에 따라 3분기 매출에서 3000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할리 데이비슨은 강달러로 인해 매출이 1% 이상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알루미늄 및 철강 가격 인상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이 미국의 오토바이에 부과한 보복 관세로 타격을 입은 가장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다.

킴벌리클라크의 마이클 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달러와 다른 통화와의 환율 요동으로 2019년에 ‘상당한 역풍’이 예상된다고 예고했다.

이것이 내년 1분기에 북미 지역 소비자 제품 기업 대부분이 가격 인상 계획을 하고 있는 이유다.

포스트잇(Post-it)을 만드는 3M은 지난 주, 올해 달러화 강세로 인해 주당 5센트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초,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그로 인해 주당 10 내지 15센트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3M은 또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 인상으로 올해 약 2000만 달러, 내년에는 1억달러 정도 비용이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P&G의 조 묄러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강달러가 회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직설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연준의 잇단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금리가 다른 많은 국가들보다 높아졌다고 경계하면서 "우리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금리 차이가 강달러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회사의 수익에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달러 강세로 기업이 이익이 줄어들자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년도 가격 인상을 줄줄이 예고하고 있다.    출처= energyhelpline

줄줄이 이어지는 가격 인상 예고

P&G도 킴벌리클라크와 마찬가지로 내년에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캐터필러도 지난 주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내년에 기계와 엔진 가격을 1~4% 올리겠다고 밝혔다. 앤드류 본필드 캐터필러 최고재무관리자(CFO)는 “관세와 운송 비용 인상을 상쇄시키기 위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항공기 엔진 회사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nited Technologies Corporation)도 올해 늘어난 비용 부담을 내년 가격 인상을 통해 만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그 헤이스 UTC 최고경영자(CEO)는 “궁극적으로 관세는 결국 다른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대기업들이 달러의 지속적인 상승 탄력성에 방심하고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과소 평가하는 것 같다.

강달러는 앞으로도 몇 달 동안 미국 대기업들의 이익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물가 인상으로) 그 동안 미국산 제품 구매에 익숙했던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까지 파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