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조숙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과거에 있었던 ‘애들이 잘 먹고 빨리 크면 좋은 것’이라는 편견은 이제 아이들의 빠른 발육과 이른 2차성징이 사실은 성장을 저해하고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면서, ‘제 나이에 맞게 성장하는 것이 가장 건강하다’라는 올바른 건강관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만큼 정보 과잉과 오염으로 인한 잘못된 정보도 많다. 만약 아이가 성조숙증 증후를 보인다면, 먼저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자가 테스트를 해보자. 이후 병원을 선정할 때는 기준이 중요하다. 그 기준으로 ‘진료경력’, ‘비방’ 그리고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질병은 병원이 아닌 의료인이 치료… 간판보다 ‘진료경력’ 중요

중요한 것은 어떤 병원을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의료인을 만나는가다. 또한 아이들 대상 치료일수록 병원 선택은 굉장히 중요하다. 아이들은 스스로 병원을 고르고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에게 의지한다. 의료인의 내공은 라이선스 취득에서 나오지 않으며, 체인 병원이나 대형 병원 브랜드만 보고 모든 치료와 처방을 의심 없이 신뢰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 특히 뼈나 피부 등 특정 부위의 확연한 질환이 아닌, 증상이 모호하고 개인의 체질에 따라 광범위한 성조숙증과 같이 어려운 질병일수록 병원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이때 확인해야 하는 것이 ‘진료 경력’이다.

필자는 20여년간 한의원에서 소아 대상 진료를 보며, 수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특히 한 아이가 병원을 다니며 성인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 진료한다. 이 과정에서 생애전환기에 따른 성장 발달 단계를 보며, 같은 질병이라도 아이의 발달 정도와 컨디션에 따라 치료와 처방이 미세하게 달라야 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비단 필자뿐 아니라 양의든 한의든 의료인으로서 임상경험이 많을수록, 교과서와 이론에서 벗어나 직접 자신의 경험치가 높아지며 내공이 쌓인다고 할 수 있다.

 

한의원 비방, 무조건 신뢰해도 될까?

그렇다고 해서 경력만 보고 실력을 안심하기도 어렵다. 이럴 경우 한의사의 ‘비방(秘方)’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의학은 오장육부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전체적인 몸의 조화에 따라 처방하는 한약재 종류와 용량이 있다. 비방이란 해당 한의원이나 한의사만 아는 특수하고 효과가 탁월한 처방을 뜻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비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필자의 아버지도 한의사다. 그래서 필자는 아버지 때부터 2대째 내려오는 65년 전통의 비방을 토대로 진료한다. 그렇다고 해서 비방 그대로 진료하는 것은 아니다. 비방은 많은 환자를 보며 쌓인 수많은 성공의 사례이자, 실패의 수정이다. 65년간의 처방을 통해 알게 됐던 실패를 끊임없이 수정 보완하고 발전한 것을 담는다. 그렇다고 누적된 성공의 사례를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한의학에서는 유전이더라도 똑같은 몸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전제로 치료한다. 따라서 전통으로 입증된 비방을 토대로 하되 환자 개인의 체질에 맞도록 1:1 치료를 통해 미세한 부분까지 맞춤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 하우연한의원 제공

환자와 소통, 친절서비스가 아니라 ‘치료’의 일부 

제대로 된 치료에는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포함된다. 한의계의 촉진과 진맥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이 환자가 호소하는 신체 정서적 상태를 제대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심신이 약해져 있다. 그 상태로 진료실을 찾기 때문에 예민하거나 기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의료인의 온정 있는 태도는 좋은 처방이자 치료다.

우리나라는 진료시간의 이점이 없다. 오히려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환자를 보는 것이 유능한 의료인으로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환자는 진료 당일에만 의료인을 보지만, 의료인은 매일 비슷한 환자들을 만난다. 그러다 보니 매일 친절하고 마음 깊이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환자와의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은 처한 입장을 이해하며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으로, 꼭 친절하지 않아도 마음을 기울인 관심과 소통이다. 이런 소통이 정확한 진단은 물론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치료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알고 있는 의료인은 같은 처방과 경력이라도 치료 효과와 환자 만족도 면에서 월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