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마트의 샘스클럽은 오는 11월 달라스에 무인 매장 ‘샘스클럽 나우’를 개장한다.  출처= Sam's Club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창고형 회원제 할인매장 샘스클럽(Sam's Club)이 "간단하게 절약하기”(Savings Made Simple)라는 프로젝트를 일보 진전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샘스클럽은 11월에 달라스에 무인 매장 ‘샘스클럽 나우’(Sam's Club Now)를 오픈한다. 이 매장에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산대를 없애고 대신 700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쇼핑객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스캔앤고(Scan & Go) 앱과 소통하며 상품을 검색하고,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마다 자동으로 구매 목록이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출구로 나가면 자동으로 계산되고 영수증이 출력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고객과 그들의 기호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회원 전용 체인을 통해 무인 매장 모델을 시험하는 것은 월마트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에 정통한 쇼핑 경험은 소매업계가 나아가는 방향이기도 하다.

샘스클럽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회원 및 기술 담당 부사장 제이미 래논은 "우리는 컴퓨터 시각기능(computer vision), 증강현실, 머신러닝,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사용 가능한 모든 기술을 동원해 소매산업에 대한 고객의 경험을 완전히 재정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전자상거래 거인 아마존과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존의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은 고객 경험을 끌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임을 깨닫고 있다. 이들에게 아마존의 무인 매장 아마존고(Amazon Go)가 벌써 미국 전역 6곳에 들어서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되었다. 이들 무인 매장에는 계산원이 없으며, 따라서 계산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설 필요도 없다.

아마존고 매장에서는 쇼핑객이 굳이 선반에서 픽업한 물건을 따로 스캔할 필요도 없다.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와 센서가 쇼핑객이 움직이는 것을 모두 추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카메라들은 쇼핑객이 바구니에 담은 물건들의 목록을 만들면서 그 쇼핑객의 소비 습관과 지출액에 대한 데이터까지 축적한다. 물론 그 쇼핑객은 자신에 관해 얼마나 많은 정보가 수집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샌드위치를 ​​고를 때 수 백대의 카메라가 자신의 행동 정보를 습득해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아마존은 2021년까지 미국 전역에 3000개의 아마존고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다른 식료점들도 자신의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 수퍼마켓 체인 크로거(Kroger)도 지난 1월, 소비자들이 직접 스캐너를 들고 계산하고 나가는 ‘스캔, 백, 고’(Scan, Bag, Go) 프로그램이라는 이른 바 ’셀프 계산대’ 기술을 전국 400개의 매장에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앱을 통해 고객은 상품을 모두 스캔한 후 나중에 한 번에 계산할 수 있어, 계산대에 줄서 기다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 샘스클럽의 스캔앤고(Scan & Go) 앱을 깔면 무인 매장 ‘샘스클럽 나우’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출처= Sam's Club

11월에 개장할 샘스클럽 나우에서는 수백 대의 카메라가 스캔앤고 앱과 함께 작동한다. 통로에서 길을 잃고 시간을 낭비할 걱정도 없다. 앱이 음성으로 고객에게 특정 상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전자 가격표가 설치되어 있어 앱을 통해 주문하고 곧바로 물건을 픽업할 수 있다. 샘스클럽 나우의 매장 크기는 3만 2000 ft2(900평) 정도로, 일반 대형 매장의 4분의 1에 불과하며, 특히 농산물, 육류, 주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스캔앤고 기술은 텍사스, 아칸소, 플로리다, 테네시주 등의 매장에서 테스트를 거쳤지만 올해 초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는 한 단체가 지역 언론인 달라스 모닝 뉴스(The Dallas Morning News)와의 인터뷰에서 “(샘스클럽의 모회사인) 월마트에서 계산원을 없애는 시도를 했지만 그것이 쇼핑을 더 편리하게 만들지는 못했다”며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판매하는 물건이 많지 않은 소형 매장에서는 이 기술의 효용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한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 리테일(GlobalData Retail)의 닐 사운더스 전무는 샘스클럽나우 같은 기술적 실험은 고객을 위해 속도와 편리성을 향상시키고, 비용과 비효율을 줄이려는 소매 업체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존 계산대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은 고객과 직원의 시간을 많이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이 셀프 계산이나 그 외 기술 옵션을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젊은 고객층은 전체 쇼핑 경험을 통제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지만, 앱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게 느끼지 않고 인간과의 상호 작용을 선호하는 고객층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객층에게는 이와 같은 기술적 옵션이 해결 방안이 되기 어렵다.

사운더스 전무는 "월마트의 사례에 비추어보면 이런 접근 방식은 현 단계에서는 분명히 실험적일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확실히 시장이 나아갈 방향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던슨 리서치(MoffettNathanson Research)의 소매업 애널리스트 그레그 멜리히는 월마트가 회원 전용 체인인 샘스클럽을 통해 이 기술을 시험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며, 아마존고의 성공 여부도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회원이라는 핵심 기반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마트도 샘스클럽 나우를 통해 이미 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한 충성도 높은 고객 그룹을 활용할 것이다.

멜리히 전무는, 10년 전 식품점과 편의점들이 시도했던 자율계산 시범 매장(elf-checkout kiosks)이 이번에 샘스클럽 나우가 선보이는 기술의 토대가 되었다며, 이 기술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과연 회원들이 이것을 좋아할 것인가, 그래서 쇼핑을 더 자주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월마트는 분명히 시장 흐름의 최전방에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