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할인된 가격에 구매한 상품권을 활용한 세테크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지만, 할인된 가격에 구매한 상품권을 포인트로 전환해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상품권 판매와 유통 등을 관리·감독하는 특정 기관은 없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11년부터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신용카드 포인트 활용을 위해 ‘신용카드 포인트 국세 납부제’를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위택스 ▲금융결제원 지로 ▲서울시 세금납부 시스템 이택스 ▲국세 납부 시스템 카드로택스에 접속해, 재산세·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뿐 아니라 상하수도 요금·과태료 등 각종 세 금을 낼 때 신용카드사의 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다. 카드사들의 포인트는 카드 사용액에 따라 쌓이는 포인트도 있지만, 자사의 상품권을 포인트로 전환할 수도 있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상테크’와 같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상품권을 활용한 재테크 방법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할인된 가격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하고 신용카드사 포인트로 전환해, 이로 세금을 내는 방법이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세금을 낼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어, 절세에 밝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구매하는 것이 불법유통을 통한 구매가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불법유통을 통해 구매한 상품권으로 세금을 내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또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상품권이 유통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품권을 활용한 절세방법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할인된 상품권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상품권은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이후로 별다른 규제 없이 제조와 발행이 가능해졌다. 무수한 상품권이 발행되고 있지만, 관리하는 주무관청도 감시기구도 없을 정도로 관리 공백 상태다.

백화점 상품권은 서울 명동 일대 구두 수선점이나 온라인에서 2~3%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온라인 중고판매몰 등에서는 10%까지 할인된 상품권이 나오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이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2억장의 상품권이 발행되었으며 총 발행액은 3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상품권이 약 6억4000만장으로 발행량이 가장 많았으며, 전통시장 상품권이 5억2000만장, 정유사 상품권이 5400만장 발행됐다. 상품권은 현금처럼 돌고 돌아 출처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더러,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추적하기가 어려워 적폐의 중심에 있다.

▲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2억장의 상품권이 발행되었으며 총 발행액은 3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러나 국세청은 할인된 상품권을 통한 절세방법이 있는지는 물론, 신용카드 포인트로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이코노믹리뷰>가 국세청 담당 부서에 “상품권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후 신용카드 포인트로 전환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돌아온 답은 “포인트로 세금을 낼 수가 있는가?”였다. 총 세 명의 담당 직원들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신용카드 포인트로 세금 납부가 가능해진 지 7년이 지났지만, 직원들은 모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퇴직연금 가입 영업을 하면서 상품권 제공이나 골프 접대 등 특별이익을 제공한 금융회사 14곳이 적발됐다. 이들 금융회사가 각 회사의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과 관련, 업무 담당자나 고위 담당자들에게 제공한 특별이익 규모는 4억6000만원 상당이다.

앞서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상품권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떼고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 30억원을 조성했다. 이 비자금 중 8700만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은행장은 지난 4월 말 구속됐다.

지난해 6월에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해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F-X 시설사업 로비실태’ 보고서 사건에서도 민간 심의위원에게 상품권 등 금품을 제공한 사례가 있다.

지난 7월에는 인터넷 중고 거래 카페에서 백화점 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판다고 속여 3억원대 돈을 챙긴 30대가 구속됐다. 12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끊임없이 상품권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특정기관과 부처가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관리·감독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A백화점 관계자도 “이미 판매된 상품권의 경로는 그룹사나 백화점의 관할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발행처에 문의하라”면서 “발행기관과 소비자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후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원욱 의원은 “상품권은 뇌물이나 불법 비자금 등으로 불법유통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외국처럼 유효기간, 수수료, 환급, 정보제공 상품권 규제 법률 제정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