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달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국토교통부가 12월 중으로 신규 주택 공급과 교통망 계획을 발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사 수요가 적은 비수기인데다 지자체 협의가 불발되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택지지구와 함께 광역교통대책을 12월 중으로 함께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과밀현상을 분산하는 효과로 건설된 2기 신도시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신도시 교통대책의 지연율은 97%이고, 전체의 25% 가량이 이미 10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망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30만 가구가 공급돼봤자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올해 9월 말 기준 총 12개에 이르는 2기 신도시 가운데 개발이 완료된 곳은 단 2곳으로, 개발완료율은 16%에 머물렀다.

▲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총 12개의 2기 신도시 가운데 단 2곳만 개발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홍철호 의원실.

2기 신도시의 분산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수요자들은 다시 서울로 몰려들었다. 지난 7월부터 불어 닥친 서울 집값 광풍이 그 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총 30만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3기 신도시’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밖에 공개된 택지는 성동구치소 부지, 개포동 재건마을 등 1640가구와 비공개의 9개 부지다. 현재까지 8642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서울시내 해당 9개 부지는 베일에 쌓여있다. 사전절차 이행 후 서울시가 공개한다는 단서뿐이다.

그러나 단순 공급대책을 두고 안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직 2기 신도시의 분산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시점에 3기 신도시를 개발하면, 교통망이 미비한 2기 신도시의 집값 등 형평성 문제를 불러오리란 내용이다.

반면 택지 지정에 반대하는 지자체 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공급 택지 공개에도 지연이 빚어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사례가 대표격이다. 이후 고덕강일지구의 신혼희망타운 공급 강행 논란, 2기 신도시의 교통기반시설 우선 배정 여부 등 각지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강동구, 광명시 등을 필두로 ‘국토부의 일방 발표’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지자체들도 늘어났다.

이번 공급 대책과 관련한 부서는 ‘공공주택추진단’으로, 택지 지정과 사업 승인, 토지 공급과 주택 건설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신규 주택 공급의 열쇠를 쥔 쪽은 각 택지를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예고한 12월까지 지자체들과 협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발표가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 역시 아직 남아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국토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기보다 지자체 협의 등이 지연되면서 아직 ‘못’ 내놓고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폭등세 잦아든 집값...서울 수요 분산 가능할까

다만 9.13 대책 이후 부동산 폭등세는 잦아드는 모습이다. 김현미 장관은 “9.13과 9.21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이 진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과 부동산114가 지난 25일과 26일 각각 발표한 주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두 지표 모두 잦아드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 매매가를 지시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0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은 강남3구 주택 가격 하락이 서울 전체의 상승률 하락을 견인해, 상승폭이 0.05%에서 0.03%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분석전문업체 부동산114가 발표한 10월 4주 주간 동향 역시, 서울 아파트 시장의 오름폭이 8월 이후 꾸준히 축소됐고, 9.13과 9.21 대책의 영향으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10월 3주보다 0.2%포인트 하락한 0.11%에 머물렀다.

▲ 서울로 몰려드는 수요는 여전한 가운데, 10월 4주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다소 진정된 분위기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전문가들은 공급 정책의 시점이 가시화되자 반색을 표했다. 심교언 교수는 “서울 집값이 안정세라기엔 이르고 폭등은 진정됐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서울 시내에 진입하려는 수요는 여전히 남아있어 추가 공급은 필수다”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천천히 하더라도 교통망도 함께 전개돼야 하는데, 좋은 지역에 시설을 구축하려면 비용 등 따질 게 많다”면서 “주택 공급도 교통망도 재촉한다고 빨리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폭등세가 진정됐고 시장은 여전히 관망세”라면서 “시장 반응이 급박했다면 국토부가 속도를 냈겠지만, 변동폭이 잦아들면서 시간을 조금 더 번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은진 팀장 역시 “더욱 직접 영향을 끼친 것은 해당 택지지구가 속한 지자체의 반발이라고 판단되므로, 협의 과정이 열쇠”라고 해석했다. 김 팀장 역시 교통망의 중요성을 들어 “개통의 시간이 단축된다면 좋겠지만, GTX 등 신규 교통망은 확실히 인구분산의 효과가 있다”면서 “과거 신분당선 개통되고 경기 남부권이 서울 출퇴근 수요를 흡수한 예가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국토부의 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함영진 랩장은 “이제 겨우 한 달 지났는데 완결된 대책을 기대할 수는 없다”면서 “여러 지역의 연내 분양이 지연돼서 어떤 효과를 누릴 수는 있겠지만, 이는 무주택자 우선 공급과 관련돼 분양보증을 유보하는 것일 뿐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공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급 일정 "차질 없다"는 국토부

김정희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수급 계획의 차질 우려는 없다고 못 박았다. 김정희 단장은 연내 공급대책 지연 우려를 두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외에서 나오는 지표로 볼 때 주택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해석은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분양과 청약 시장과 달리, 국토부가 준비 중인 공공주택은 해당 지표에 직접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충분히 해당 택지 공급대책 발표에 무리가 없다고 보고 충실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발표한 수도권 공급대책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9월 21일 주민공람을 시작해, 환경영향평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2019년 상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