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온라인 구매가 자리 잡은 여타 제품과 달리 소비자가 식료품을 구입할 때는 보통 근처 대형마트나 시장, 슈퍼마켓에 가는 경향이 높다. 특히 채소·과일·육류 등의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경우, 혹시라도 화면과 달리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배송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품질이나 포장이 불량한 식료품을 수령했을 때, 교환·환불처리가 번거로운 것도 온라인 주문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유통업체나 식료품 마켓 입장에서 인건비 등 배달비용의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직 타 산업과 비교해 식료품 시장에서의 온라인 활용도는 아직 더딘 수준이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업용 테스트를 받고 있는 로보마트. 출처=robomart
▲ 고객이 어플리케이션으로 로보마트를 호출하면 고객 위치에 가장 가까운 로보마트가 과일·채소 등 식료품을 싣고 고객 집 앞까지 온다. 출처=robomart

전세계 식료품 시장규모 1조 달러…온라인 주문·배송 비중 5% 불과

실제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패널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칸타 월드패널(Kantar Worldpanel)’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 식료품 시장은 1조 달러(한화 약 1140조원)로 추정되는데, 유통기한이라는 특성 때문에 소비자 대부분은 근처 식료품점·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해 식품을 구매하고, 5%의 소비자만이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한다는 결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식료품을 구입할 때 직접 대형마트나 시장, 슈퍼마켓까지 굳이 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으로 내려 받은 어플리케이션을 몇 번 터치해 채소·과일 등 식료품을 싣고 온 자율주행 무인 식료품 배달 차량이 내 집 앞까지 신속하게 오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 상업용 테스트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율주행 무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의 본격적인 시작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서 가장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 GITEX 2018에서 선보였던 로보마트. 출처=Etisalat

로보마트-두바이 통신업체 협약…2020년 두바이엑스포 개최 앞서 운행

두바이 유력 매체 <칼리지타임즈(khaleejtimes)>와 <아라비안비즈니스(arabianbusiness)>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무인 식료품 배달 차량인 로보마트(Robomart)가 이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두바이 정보통신 박람회(GITEX 2018)’에서 선을 보였다. 특히 박람회 기간 동안 로보마트는 향후 UAE 시장에서 상용화를 위해 두바이 국영 통신업체인 ‘에티살랏(Etisalat)과 파트너 협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로보마트의 공동 창업자인 알리 아메드(Ali Ahmed)는 “우리는 UAE 시장에서 로보마트의 상용화를 앞두고 두바이 유통체인들과 논의 중에 있다. 로보마트의 상업용 운행을 위해 현재 미국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곧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며 “로보마트의 첫 운영 지역으로 두바이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에티살랏과 파트너 협약을 맺었으며, 향후 에티살랏은 로보마트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5G 통신망을 지원하는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무인 식료품점 서비스 개시 지역으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유력한 가운데, 2020년 10월 개최 예정인 ‘두바이엑스포’를 기점으로 로보마트의 운행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해 알리 아메드는 “운전자 없이 5G 통신망으로 원격 조종될 로보마트에 대해 두바이 유통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다면, 두바이엑스포 개최 시기보다 더욱 빨리 로보마트의 상업용 운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로보마트의 공동 설립자들. 맨 오른쪽이 로보마트 창업을 주도한 알리 아메드. 출처=robomart

미국 스타트업이 최초 개발…올 초 CES 2018에서 선보여 큰 관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로보마트는 지난해 설립된 스타트업 기업으로,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 출신의 알리 아메드가 주도해서 창업했다. 특히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무인 식료품 배달 차량 ‘로보마트’를 선보이며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원래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주행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허가와 승인이 필수지만, 로보마트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데에서 차이가 있다.

알리 아메드는 당시 CES 2018에서 “온라인이나 어플리케이션으로 과일과 채소, 반찬 등의 식료품을 주문하면 편리하지만, 고객은 주문제품의 신선도가 어떤지, 과연 좋은 품질의 제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식료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고 있는 이유다. 우리는 이러한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신속히 식료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자율주행 식료품 배달 차량’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다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로보마트를 선보이게 됐다”고 로보마트의 출시 이유를 설명했다.

▲ 로보마트는 무인 자율주행 기술과 RFID, 특수 제작된 냉장 및 온도제어 등의 최첨단 기술로 설계됐다. 출처=robomart
▲ 로보마트의 선반은 자동 온도제어·선도유지가 가능하며, 고객은 집 앞에서 차량 창문을 열고 원하는 식료품만 집어들면 자동 결제된다. 출처=robomart

집 앞까지 찾아온 식료품 배달 차량에서 원하는 제품만 구입하면 끝

그렇다면 로보마트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일까? 고객이 어플리케이션으로 로보마트를 호출하면 고객 위치에서 가장 근거리에 있는 로보마트가 고객 집 앞으로 이동한다. 고객은 로보마트 문을 열어 원하는 채소와 과일 등 식료품을 집어 들고, 다시 문을 닫으면 쇼핑은 바로 끝나게 된다. 무척이나 간단한 과정이다.

그럼 결제는 어떻게 처리될까? 로보마트가 특허 출원한 ‘Grab and Go’ 기술을 바탕으로, 카메라에 부착된 센서가 고객의 제품 구매 과정을 자동으로 추적하고, 체크아웃되면(차량 외부 문을 닫으면) 자동 결제와 함께 영수증이 발급되는 방식이다. 아마존의 무인 편의점에 적용된 ‘아마존 Go’와 유사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로보마트의 외관. 출처=robomart

로보마트는 원격조종을 위한 무인 자율주행 기술과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인식 태그) 기술, 특수 제작된 냉장 및 온도제어 등의 최첨단 기술로 설계됐다. 또한 전기 배터리로 구동돼 배터리가 소진되면 전기 자동차 충전소를 통해 충전하면 된다.

알리 아메드는 “로보마트는 매장 부지를 확보하지 않으면서도 유통망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식료품 체인이다. 배송비용 부담을 갖고 있는 식품공급업체나 유통체인에 특허기술 라이센싱을 제공하거나 배달차량 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며 “로보마트는 ‘세계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식료품 가게’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