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기 프로게이머의 연봉이 수십억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기도 하고, 최근엔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국가 게임 대항전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게임이 다른 전통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어엿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퍼지고 있다. 그것도 부와 명예를 모두 손에 쥘 수 있는 직업으로서 말이다.

그래서일까,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학원’이 약 2~3년 전부터 생겨나고 있다. 프로게이머 코치는 e스포츠 유망주들을 가르치고 그들이 프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경일게임아카데미(KGA) 신건우(22) 코치를 만나 프로게이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경일게임아카데미(KGA) 신건우 코치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학생에서 프로게이머, 프로게이머에서 코치로

신건우 코치는 태생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유치원 시절부터 오락실에 살다시피 하며 게임에 대한 애정을 키웠고, 그러다 아버지가 사온 ‘스타크래프트’를 접하며 PC 대전 게임에 흠뻑 빠졌다. 2000년대 초반 즈음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활약하는 임요환 선수의 모습을 보며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 신 코치는 부모님께 프로게이머의 꿈을 말씀드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물론 “안 된다”였다.

그러나 신 코치는 도저히 꿈을 포기할 수가 없었고 고등학교 1학년부터 부모님 몰래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웠다. 밤이 되면 방문을 닫고 밤새 게임을 연습했고, 주말에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란 대회는 다 나갔다. 시간이 지나며 대회에서 우승하기 시작했고, 상금도 얻었다. 그는 대회에서 받은 성적과 상금을 부모님께 안겨드리며 다시 부모님을 설득했고,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스타크래프트2’ KT 롤스터 프로팀 입단을 시작으로 스베누, 아프리카프릭스를 거치며 각종 대회에 우승했다.

프로게이머 생활은 예상보다 금세 끝나버렸다. 당시 국내 e스포츠 대회에서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대중들의 신뢰를 잃었고, 거의 모든 프로팀이 해체돼 버린 것. 신 코치는 한동안의 휴식 기간을 갖고 미래를 도모하다 프로게이머 코치라는 직업에 눈길을 돌렸다. 자기가 쌓아온 노하우로 아마추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KGA e스포츠학과에서 코치 일을 시작했다.

▲ 경일게임아카데미(KGA) 신건우 코치가 프로게이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프로게이머, 인성과 분석력이 중요”

신 코치에게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자 예상과 조금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그건 다름 아닌 인성. 신 코치는 “실력 좋은 아마추어는 많지만,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게임 내 욕설, 비매너, 대리 게임 등 도덕성에서 문제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특히 돈을 받고 타인의 티어를 올려주는 대리 행위를 한 경우,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 그 사실이 밝혀져 처벌을 받고 경력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게임 내 비매너 행위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어 e스포츠 인식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하는 문제다. 그는 평소 학생들에게 건전한 태도를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한다.

신 코치가 주장하는 프로게이머가 갖춰야 할 또 하나의 중요 요소는 분석력이다. 그는 “경기를 끝낸 후 게임의 리플레이를 보는 게 아주 중요하다”면서 “자기 경기를 다시 보면서 경기에서 졌다면 왜 졌는지, 이겼다면 왜 이겼는지 파악하고 그 속에서 개선점을 찾고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들의 대회를 챙겨보며 경기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바둑, 체스 등 두뇌 스포츠에서 복기를 통해 문제점을 찾는 것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게이머 지망생들에게 코치가 필요한 이유를 묻자 신 코치는 “프로게이머 지망생은 단순히 현재 가지고 있는 실력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성, 스타성, 태도 등 자기관리 능력과 무엇보다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아마추어가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우선 프로에 입단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 팀에 입단하고, 그곳에서 코치와 선배들에게 배우려고 하는 것인데, 이는 오산이다. 프로팀에 속한 사람들은 아무도 연습생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안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분석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잘하는 선배의 경기와 코치의 피드백을 듣고 그걸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능력을 배양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 코치는 학생들과의 1대 1 교육을 중요시한다. 각 개인이 필요한 교정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KGA에서 한 반의 수강 인원을 6명으로 제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도 재능 없었고 게임 진짜 못 했어요”

전통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 프로게이머를 준비한다고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신 코치가 확신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건 본인이 ‘노력하면 된다’는 경험을 해봐서다. 신 코치는 “사실 저는 게임에 재능이 있어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니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실력으로는 턱도 없다’, ‘게임 진짜 못한다’는 비판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승부욕과 열정은 남달랐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오락실이나 PC방에서 친구들한테 게임을 지면 억울해서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어서 그는 “정말 될 때까지 노력한 것 같다. 결국은 그렇게 원하던 프로게이머가 됐다. 그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서 현재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이들의 막막함을 해소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은 어렵지만 간절히 되고 싶은 마음과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