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최근 규제와 다양한 가능성 부족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글로벌 거래소가 국내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한편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거래소들이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거래소들도 암호화폐를 단순히 거래하도록 만들어 주는 일반 플랫폼 비즈니스를 뛰어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판은 힘들어지는데’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악화일로다. 정부는 금융감독원 등 자본시장의 논리로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며, ICO(암호화폐 상장)은 여전히 무법지대에 놓여져 있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 등 해외로 ICO 자본이 유출되는 한편, 최근에는 이 마저도 자본이 말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거래소들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국내에 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있으나 강력한 규제로 힘을 쓰지 못하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세가 떨어지는 등 전체 업계의 매력이 하락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지만, 후오비와 같은 중국계 거래소들이 대거 등장해 국내 투자자들을 빨아들이며 몸집을 키우면서 거래 불투명성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헝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로 기지개를 켜고 있으나 아직도 중소형 거래소들은 소위 벌집계좌가 횡행하기도 한다.

정부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육성에 선을 긋는 한편, 블록체인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최근 서울시와 제주도가 블록체인 육성전략을 발표하는 장면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자체 블록체인이 없는 토큰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가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하는 것을 두고 ‘과연 옳은가’라는 회의감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표철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표철민 ‘판 흔들 수 있을까’

국내 암호화폐, 블록체인 업계가 극한의 혼란에 휘마린 가운데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국내 거래소가 제공할 수 없는 백엔드 기술을 통해 판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표 대표는 체인 파트너스의 새로운 암호화폐 거래소인 데이빗을 소개하며 “기존 국내 거래소들은 자체 지갑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자체 지갑을 가지고 있다. 데이빗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거래소들은 자체 지갑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해외 기업인 암호화폐 지갑 빗고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즉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빗썸이나 업비트 등에서 거래를 해도 코인은 해외에 있는 빗고의 지갑에 저장되고 거래되는 방식이다. 표 대표는 이 지점을 데이빗의 강점으로 봤다. 그는 “국내 거래소들은 매칭엔진만 만들고 실제 거래는 외국에서 이뤄지는 구조”라면서 “데이빗은 다르다. 우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자체 지갑을 만들었으며, 이는 앞으로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변화는 표 대표가 누누이 강조했던 기관 투자자들의 업계 진입에 따른 시장의 성장이다. 표 대표는 “앞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진입할 경우 폭발적인 거래양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자체 지갑을 가진 데이빗은 차원이 다른 속도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빗의 엘릭서 기반 기술, 증권사 수준의 Socket API 제공도 거론됐다. 표 대표는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데이빗의 모토”라고 설명했다. 강력한 기술로 승부를 낼 수 있다는 각오다. 표 대표에 따르면 데이빗의 조건거래는 국내 거래소들이 제공할 수 없는 기술이다.

최근 데이빗을 둘러싸고 수수료 등 몇몇 논란이 생긴 가운데, 이러한 논란도 데이빗의 극단적인 투명화 노력에 따른 오해라는 설명이다. 표 대표는 “국내 거래소들은 누가 판매한 코인을 구매하는 것인지 전혀 공개하지 않지만 데이빗은 모두 공개한다”면서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 국내 거래소에만 익숙한 투자자들에게 데이빗의 투명화는 오히려 낯설었을 것”이라면서 “데이빗은 모든 것을 거래하며, 이 과정에서 다른 거래소들이 보여주지 않는 것도 과감하게 보여주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개방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표 대표의 체인파트너스는 암호화폐 발행 경험이 없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토큰 경제 구조 설계와 크립토 펀드 연결을 비롯해 상장 등의 업무 전반을 대행하는 토크노미아, 이오스 전문 블록체인 엑설러레이터 이오시스, 투자자들이 참고할만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코인사이트, 이더리움 오프라인 결제를 제공하는 코인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덕은 국내 최대 휴게소인 덕평 휴게소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최근 50%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표 대표는 “약 900개의 매장에서 이더리움이 활용되며, 현재 한국은 이더리움 결제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플루언서 플랫폼인 피클도 운영되고 있다.

체인파트너스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생태계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 운신의 폭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거래소들이 단순 거래에만 치중하는 가운데, 논란은 여전하지만 데이빗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BCEX가 들어온다. 출처=갈무리

글로벌 거래소들도 속속 등장

국내 거래소들이 규제와 해킹 한 방에도 무너지는 자체 혁신 부족으로 허덕이는 사이, 글로벌 거래소들의 전격전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후오비 등에 이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BCEX가 12월부터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BECX는 세계 15개 지역에 파트너를 두고 일 거래 금액 약 1900억원을 처리하는 글로벌 톱10 거래소다. 150여 종의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고가 없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BCEX코리아에 따르면 이들의 거래 서비스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엄격한 6중 안전 매커니즘이 설치될 예정이다. 해외 15개국에서 사용하는 거래 시스템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이오스와 더불어 150여종의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하다. BCEX글로벌과 BCEX코리아에서만 단독 상장되는 암호화폐 거래도 제공할 예정이다.

BCEX코리아의 국내 서비스와 함께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전략도 공개됐다. 암호화폐 전문 자산관리 회사를 목표로 투자자들을 위한 안정적이고 혜택 많은 거래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내 거래소들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논란이 거셌던 시장 초기부터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명맥을 이어 왔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거래소의 등장과 글로벌 플레이어의 진입은 국내 거래소도 ‘변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심어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