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재건축 시장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반포주공 1단지가 최근 뜻하지 않은 소송으로 들썩이고 있다. 이는 반포주공 1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에 소속된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 7월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 따른 것으로, 조합은 이번 소송에서 조합의 입장을 대변할 법무법인 선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제기한 일부 조합원들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총회결의는 작년 9월 27일 조합 내에서 이루어진 ‘시공사 선정’에 관한 것이다. 당초 반포주공 1단지 공사를 맡은 시공사는 아파트의 품격을 높여줄 5,000억 원 상당의 ‘스카이브릿지’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는 단지 ‘스카이브릿지’가 재개발, 재건축에서 인허가를 받기 힘든 입체구조물이라며 약속을 번복하고 있어 이를 고려하지 않은 총회결의는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조합은 대체로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당시 ‘시공사 선정’ 관련 총회가 관련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만큼 적어도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여느 재건축 조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합과 일부 조합원들 간의 법정 다툼처럼 보이지만,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거센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이하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사건을 쟁점별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 업계 일각에서는 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피하기 위해 시공사 선정을 서둘렀다는 주장이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피하기 위해 시공사 선정을 서두른 탓에 결국 이번 소송이 야기되었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재건축부담금 부과대상 사업으로서 2017년 12월 31일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4조 제1항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신청한 재건축사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하고 있는데(제3조의 2 참조), 반포주공 1단지 조합이 2017년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따르는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피하기 위해 조합이 무리하게 재건축 절차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재건축 절차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이주, 철거, 착공, 분양 및 준공인가, 이전고시, 조합청산 및 해산 등의 절차만을 남겨 둔 재건축 절차의 거의 막바지 단계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기 위해서라면 조합은 당연히 그 전에 ‘사업시행 인가’는 물론 ‘시공사 선정’, ‘조합원 평형 배정’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 그렇다면 2017년 12월 31일을 마감시한으로 정해 그로부터 불과 3개월 정도 남겨 둔 상황에서 이루어진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총회결의에는 어떠한 하자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 만약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총회결의 무효 소송’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 어떻게 되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합은 ‘시공사 선정’, ‘조합원 평형 배정’까지 모두 정상적으로 마친 경우에만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시공사 선정’은 조합이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후 경쟁 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공모하고 조합원 총수의 과반수이상이 참석해 하자 없이 결의한 경우에만 유효, 적법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데, 만약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처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결의에 하자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지난해 진행한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역시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반포주공 1단지 조합은 결과적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의 2가 정한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2017년 12월 31일 이전까지 마치지 못한 것이 되어 조합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실제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총회결의가 법원으로부터 무효 확인을 받은 사례도 있나?

대법원은 2016년 응암 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소속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주택재개발조합이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결의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총회결의가 무효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지만, 형식적으로는 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 결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조합이나 입찰 참가업체가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도시정비법령이나 조합 정관에서 정한 절차나 금지사항을 위반하거나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 '시공자 선정동의서'를 매수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했다면 이 같은 부정행위가 시공자 선정에 관한 총회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면 해당 총회결의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3다50466 판결 참조). 즉 우리 법원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총회결의에 대하여 함부로 무효 판결을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이 절차상 하자가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돈으로 ‘시공자 선정동의서’를 매수하는 것과 같이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결정권이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공사 선정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없어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어떠한 경위로 현재의 시공사가 ‘시공사 선정’ 관련 총회결의에서 최종 시공사로 정해졌는지, 시공사가 당초 약속한 ‘스카이브릿지’가 본 계약에서 누락되게 된 구체적인 배경 등이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