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1.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과 관련된 토론회를 열려던 순간, 수 백명의 원장들이 난입해 공론의 장을 무력화시켰다. 박 의원이 바닥에 자리까지 잡고 원장들을 설득하려고 했으나 이들은 격렬하게 반발했으며 결국 토론회는 무산됐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고개를 숙였으나 이 현안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2. 택시기사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일사분란하게 카풀의 교통질서 교란, 택시기사 생존권 보장을 외쳤다.

#3.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앱 업체를 정조준했다. 이들은 배달앱 사업자들이 약탈적인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으며 과도한 광고비 경쟁을 촉발시켜 전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 사례는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표적인 논란이자, 전통 사업자와 새로운 질서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묘한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전통 사업자인 사립유치원, 택시, 외식업 사업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역사를 쌓아올리던 가운데 새로운 질서, 즉 외부의 충격이 이들에 대한 소위 '문제제기 형식'으로 고개를 들자 강력히 반발하는 것이 닮았다. 물론 사립유치원의 경우 '문제제기의 강도'가 택시나 외식업에 비해 차원이 다른 정도지만, 큰 틀에서는 동일한 맥락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통 사업자라고 반드시 사라져야 마땅한 적폐가 아니며, 그들도 자기들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발전의 가능성을 가진 전문가들이다. 모두가 한 가정을 책임지는 경제인이며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소중한 역군들이기도하다. 그러나 완벽한 산업도 없고 사람도 없기 때문에, 이들이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문제에 주목해 새로운 외부의 충격을 가하려는 움직임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그 간극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공격과 방어의 일차 방정식
사립유치원과 택시업계, 외식업계는 현재 '전투모드'다. 하나하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립 유치원 현안은 다소 복합적이다.

한국의 유치원 역사는 전두환 대통령 당시 신군부의 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낮은 취원율로 고민하던 신군부는 사립 유치원 확대라는 카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넉넉하지 못한 국가 재원으로 단기간에 효과를 보려던 일종의 승부였고, 한국 사립 유치원을 둘러싼 오래된 문제의 근원이기도 하다.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유아교육의 재원을 민간에서 끌어낸 것은 취원율 상승에 따른 한국 유아교육의 양적 확대를 성공시켰으나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이들에게 무분별한 사립 유치원 업계를 개방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한유총이 에듀파인 도입을 두고 원장들의 개인자산 침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의 영역을 민간과 공공의 자본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그 경계를 나누기 모호한 지점이 존재하며, 이 문제를 풀려면 결국 신군부 시절부터 이어져오던 업계의 현황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택시업계와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오랫동안 민간의 영역에서 공공 서비스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찬란한 역사를 쌓아 올렸으나 그 이면에는 반드시 잘라내야 하는 어두운 그림자도 가지고 있다. 자기들의 지위가 위협받는 순간 단체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조직력도 모두 가지고 있다.

사립 유치원 현안이 각 이해 당사자의 의견 충돌, 혹은 오해의 가능성에서 비롯됐다면 택시업계와 외식업계는 더 선명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사립 유치원과 택시업계, 외식업계 모두 전통 사업자에 대한 외부의 불신이 지금의 충돌을 불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택시업계와 외식업계는 외부의 불신이 더욱 구체적인 솔루션을 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립 유치원 현안에서 불법 보조금 문제가 지적된 것처럼, 카풀 논란에 휘말린 택시업계는 고질적인 승차거부와 난폭운전 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불만이 택시업계에 집중되던 찰라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이라는 서비스 가능성을 내비쳤고, 시민들이 찬성하며 문제가 복잡해졌다.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외식시장이 커지며 고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으나 외식시장 전반의 질적인 상승은 크게 없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이 지점에서 배달 프로세스의 사용자 경험 강화를 내건 배달앱 등이 등장하며 외식시장의 체질이 변하자 기존 사업자들이 반발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택시업계와 외식업계는 각각 카풀과 배달앱이라는 구체적인 솔루션이 위협이다.

여기서 시장 파탄, 생존권 보장의 프레임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사립 유치원은 에듀파인의 도입이 소위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택시업계와 외식업계 모두 비슷한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공격과 방어의 일차 방정식이다.

▲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이차 방정식...주도권 경쟁
사립 유치원과 택시업계, 외식업계 모두 내부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받고 새로운 외부의 충격에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 일종의 플랫폼의 주도권을 둔 경쟁이 내밀하게 펼쳐지고 있다.

전통 사업자들이 내놓는 공통적인 대안이 '내부 생태계에서의 해결'이다. 실제로 한유총은 박 의원과 교육부의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가 모든 사립 유치원을 비리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내부 자정 활동을 강조한다. 에듀파인의 일괄적인 도입을 거부하지만, 사립 유치원 특유의 상황을 고려한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에는 찬성하고 있다.

택시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지금 이 시간부터 우리는 승차거부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이코노믹리뷰>와의 8일 인터뷰에서 "ICT 기술의 발전을 외면하면 택시업계도 고사한다는 점,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 “카풀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우리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시장이 고사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수수료가 없는 제로 배달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외부의 충격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정도의 '액션플랜'을 내부에서 하겠다는 명분이다.

어려운 서민의 경제를 지킨다는 프레임,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내부의 자정활동이라는 액션플랜을 꺼내드는 장면은 사립 유치원과 택시업계, 외식업계 등 전통적인 사업자들이 반격에 나설 수 있는 핵심 카드로 여겨진다. 자연스럽게 플랫폼 장악 전투로 불씨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결국 '어떤 프레임이 유용한가'로 전투의 향방이 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배달앱 문제 개선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배달앱 시장 문제점 확인과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을 말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핵심 이슈의 충돌로 본 삼차 방정식
사립 유치원 현안은 다툼의 핵심 플레이어들이 모두 전면에 나선 사례다. 그러나 택시업계와 외식업계는 각각 카풀과 배달앱이라는 구체적인 솔루션에 대응해 '애매하지만 확실한 설득력이 있는 카드'를 빼들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당초 카풀 이슈가 택시업계에 대한 시민들의 고질적인 반발에서 원동력을 얻었다는 점을 살펴보면,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카풀 외에서 찾는다면 당연히 택시'회사'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이들이 최근까지 이어진 카풀 반대 집회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모든 '투쟁'이 기사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이 기사들이 바로 '애매하지만 확실히 설득력이 있는 카드'다.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승차거부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압적이고 극복하기 어려운 사납금 등의 이슈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만약 이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될 경우 카풀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은 택시회사와의 투쟁이 아닌 카풀과의 전선에 나서고 있다. 택시업계와 카카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하는 ICT 진영의 신경전이 벌어지기 전, 택시업계 내부에서는 회사와 기사들이 지금의 업계를 괴롭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외식업계도 사정이 비슷하다. 현재 외식업계가 배달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일부를 받지 않으며 광고 수익만 받고 있다. 요기요를 포함해 국내 배달앱 수수료가 최대 20%로 책정된 상태에서 외국도 비슷한 액수를 보인다는 점과, 배달 시장이 연 30% 급격히 성장하며 고용창출까지 이루는 장면에 대한 냉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 배민은 유료 광고주 전원을 대상으로 지난 1년 사이 업소 평균 매출액과 광고비 등 주요 수치의 변화 추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반복 제기해 온 ‘배달앱 수수료-광고비 부담’ 관련 논란에 대해 객관적 데이터로 반박한 것이다. 출처= 배달의민족

외식업계가 배달앱을 무리하게 지적하는 것은 배달앱을 일종의 '욕받이 무녀'로만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대한민국 자영업 폐업률은 절망적인 수준이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나와 "자영업 창업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외식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시장의 파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한편 더 근본적인 지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나 외식업계는 배달앱 전선에 '사장님의 눈물'이라는 '애매하지만 확실히 설득력 있는 카드'로 일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택시업계와 외식업계는 싸움의 상대를 잘못 정했다.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택시회사와, 외식업계 중 프랜차이즈로 대표되는 거물들의 행보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후자의 경우 아무리 마케팅 비용을 퍼부어도 배달앱 내부에서는 '원 오브 뎀'이 되어 버려 궁극적으로 돈 벌이가 되는 '가맹정 창업'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풍긴다. '을과 을'의 전투가 이어지는 이유다.

변화는 필요하다
사립 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시에만 의존하는 인프라를 벗어나, 카풀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원하는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배달앱이 왜 성장하고 있는가에 집중해 그 플랫폼 가치를 따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전통 사업자들이 소위 '떼법'으로 문제를 덮거나 무마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결국 양쪽의 협상이 필요한 순간이다. 사립 유치원은 시대의 명령에 걸맞는 흐름을 체화시켜야 하며 택시업계와 외식업계도 ICT 플랫폼에 대한 시너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외부의 신선한 충격도 협상의 묘를 살려야 한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나름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거나, 배달앱 업계가 외식업계 전반과 간극을 좁히려는 행보를 보이는 장면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는 최근 국감에서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 광고 입찰액을 블라인드에서 공개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흐름이다.

마지막으로 온디맨드 플랫폼 만능주의도 버려야 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물론, 국내의 많은 O2O 모바일 플랫폼 기업들은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다. 한정된 재화의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공유경제는 모바일 플랫폼이 존재하고 수수료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순간 온디맨드 기업으로 불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재화의 합리적인 소비를 꾀하려면 개인과 개인의 거래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차라리 블록체인 플랫폼이 온전히 어울릴 수 있다.

온디맨드 플랫폼은 새로운 ICT 기술의 비전이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불러올 수 있다. 전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라는 끔찍한 세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특히 카풀과 배달앱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된 문제의식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