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글로벌 통신사들의 화두는 5G 네트워크 상용화로 좁혀지고 있으나, 전통적인 통신업 외 다양한 ‘탈 통신’ 전략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ICT 플랫폼 사업자들이 추구하던 전략을 기존 통신사들이 ‘초연결 시대’라는 기회를 맞아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ICT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들과 경쟁해 통신 외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KT가 명쾌하게 내놓고 있다. KT는 “통신사야말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원조이자, 최강자”라고 말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이 최근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강의실에 선 장면을 가장 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다.

▲ 황창규 회장이 강의하고 있다. 출처=KT

황창규 KT 회장이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HBS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특별강의를 했다. 이번 강의는 HBS 케이스로 ‘KT 스마트 에너지 사업(KT Corporation in the New Energy Market)’이 등재된 것을 기념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KT는 2017년 기가토피아에 이어 올해 스마트 에너지 영역에 강렬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KT는 현재 국내 최대 에너지 소비기업이자 ICT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 기술에 집중하는 장면이 중요하다. 황 회장은 강연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로 배터리 소모를 줄여 이용시간을 45% 증가시킨 C-DRX 기술을 소개했다.

KT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지능형 통합에너지 관리 플랫폼인 ‘KT-MEG(Micro Energy Grid)’과 함께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에너지 빅데이터 분석엔진인 ‘e-브레인(e-Brain)’이 핵심이다. KT-MEG은 e-브레인을 통해 에너지의 ‘생산-소비-거래’ 전 분야에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전기뿐 아니라 태양, 열, 가스, 물, 바람까지 관리가 가능하다. 2015년 12월 문을 연 과천 KT-MEG센터는 대규모 발전기부터 소형 건물까지 다양한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다.

KT-MEG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e-브레인은 단순한 관제를 넘어 ‘진단-예측-최적제어’까지 제공한다. AI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거나 생산할 때 발생하는 고유의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KT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수련관에 100㎾급 연료전지발전설비를 준공하고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경기도 과천의 통합에너지관리플랫폼인 KT-MEG와 연동되며 에너지 효율에 방점을 찍은 연료전지발전사업에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100㎾급 연료전지발전설비로 연간 약 876㎿h의 전기를 생산하는 한편 전력은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생산된 열원은 급탕설비 등을 통해 전량 자가 소비한다는 계획이다.

황 회장은 KT-MEG을 바탕으로 생산-소비-거래 3대 영역에서 5가지 기가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가상현실(VR)을 통해 실제와 같이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통해 올 여름 2개월간 KT R&D센터의 에너지비용을 약 12% 절감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와 관련된 KT의 경쟁력을 알렸다. KT MEG과 e-브레인을 적용하면 10~20%, 설비 교체를 병행하면 20~40% 수준의 에너지비용을 줄일 수 있고,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관리 서비스, 최적자동제어 등을 모두 활용하면 최대 75% 수준까지 에너지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생산 극대화에서는 기가 에너지 젠이 있다. 신재생 에너지 설비 설계·구축부터 운영·관제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며 신재생발전소 구축, 신재생 발전, 에너지 저장 시스템 구축 등을 포함한다. 에너지 소비 효율화에는 기가 에너지 매니저와 기가 에너지 트레이드가 있다. 전자는 공장, 빌딩, 아파트와 같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이용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낭비요인을 파악하고 비용을 절감해주는 서비스며 후자는 현재 소규모 전력중개를 제공 중이다. 향후 기업형 프로슈머, 전력 소매판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에너지 거래 최적화도 있다. 기가 에너지 차지와 기가 에너지 DR이며 전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전기 충전 플랫폼 기반 운영관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후자는 빌딩, 공장 등의 에너지 수요자원거래 중개가 핵심이며 조만간 블록체인에 연동한다는 설명이다.

KT는 해외에서도 에너지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2015년 5월 우즈베키스탄에서 1200억원 규모의 지능형 원격 검침 구축 프로젝트를 계약한 데 이어 올해 9월에는 300억원 규모의 첨단 스마트 미터기 공급 및 운용시스템 구축 계약을 맺었다. 최근 베트남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KT는 2022년 스마트 에너지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외연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이외에도 황 회장은 KT(로밍데이터 기반 스마트 검역 솔루션)를 비롯해 캄보디아(메콩강 유역 감염병 감시), 프로메드(ProMED, 감염병 정보알림 메일링 서비스), ITU(상세통화기록 기반 에볼라 통합DB 구축), 헬스맵(실시간 감염병 정보알림 앱)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ICT 플랫폼의 강점을 피력했다.

황 회장은 “이번에 HBS 케이스로 등재된 스마트에너지와 다보스포럼, 브로드밴드위원회 등에서 주목받은 감염병 확산방지 프로젝트는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뿐이 아니라 KT가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KT는 5G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국민기업이면서 ICT를 통해 인류의 당면과제 해결에 기여하는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