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22일 노트북 신제품인 삼성 노트북 플래시를 출시했다. LG전자의 그램 시리즈가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플래시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플래시 출시를 통해 드러난 삼성전자의 ‘고심’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플래시는 최고의 무선 인터넷 속도를 자랑한다는 설명이다. 인텔의 최신 기가비트급 무선랜 카드를 채용하는 한편, KT 기가 와이파이 서비스에 최적화됐다. 실제로 인텔의 최신 802.11 ac 2X2 기가비트급 무선랜 카드가 탑재되어 최대 1.7Gbps 속도로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윈도 10 운영 체제의 윈도 헬로기능과 지문인식 기능을 내세웠으며 삼성전자의 시크릿 폴더도 눈길을 끌었다. 13.3형 풀HD 해상도의 광시야각 디스플레이에 USB C타입 포트를 통해 스마트폰 등 다양한 외부 기기들과의 연결성을 강화했으며 차세대 저장매체 UFS(Universal Flash Storage) 카드도 지원한다. 도트 무늬가 들어간 린넨 화이트(Linen White), 트윌 차콜(Twill Charcoal), 소프트 코랄(Soft Coral)의 3가지 색상 커버 디자인은 물론 레트로 감성의 키보드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감수성도 끌어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PC사업팀 최영규 전무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KT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감각적인 디자인, 기존을 뛰어넘는 강력한 무선 인터넷, 강화된 보안 등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장점을 갖춘 제품으로 탄생했다"고 말했다.

▲ 삼성 노트북 플래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PC 노트북 시장...‘계륵’

삼성전자는 플래시를 출시하며 서울 성동구 피어59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이나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며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일상적이지만, 노트북 출시를 두고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레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9을 출시하며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출시 행사를 열지 않고 갤럭시 팬파티로 대체하는 등, 기자회견 횟수를 조정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삼성전자가 플래시 출시 기자회견을 연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노트북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 PC 시장의 상황을 살필 필요가 있다.

현재 글로벌 PC 시장은 물론, 노트북 시장은 제대로 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개인화 모바일 기기가 증가하며 PC와 노트북 시장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C 시장의 ‘파이’를 대거 흡수한 스마트폰이 이미 시장 포화 상태를 운운할 정도로 시대가 변했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PC 기준 총 320만대를 판매했고 그 중에서 노트북은 240만대에 그쳤다. 글로벌 PC 시장 전체로 봐도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너무 미약하다. 일각에서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플래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분간 노트북 사업을 접을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개인용 PC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으나 여전히 글로벌 PC 시장이 선방하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약하지만 약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며, PC 시장은 물론 노트북 시장도 ‘한 방’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분기 다시 시장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당장 노트북을 포함한 PC 시장이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올해 3분기 글로벌 PC 시장이 인텔 CPU 공급 대란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주요국 중심의 성장세를 유지한 지점이 중요하다. 아직 글로벌 PC 시장은 저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때 글로벌 ICT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등장으로 PC와 노트북이 사라질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영역이 나눠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PC와 노트북이 교육이나 직장에서의 수요를 바탕으로 살아남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덱스가 흥미로운 이유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태블릿, 나아가 PC와 비슷하게 잡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태블릿과 일반 PC와 같은 사용자 경험으로 회귀하는 수요도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게이밍 노트북을 중심으로도 일부 수요가 여전히 살아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노트북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데다 자사의 존재감이 흐릿하지만, 시장의 미래 가치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판단한 분위기다. 나아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전체 PC 시장의 수요를 흡수하지 않았다는 점도 노트북 사업 포기설을 일축한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 삼성전자의 노트북 신제품이 공개됐다. 출처=삼성전자

LG전자 MC 사업본부는?

삼성전자처럼 LG전자도 당장의 시장 존재감은 낮지만, 미래 가치를 보고 꾸준히 투자를 단행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현재 LG전자 MC사업본부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영업손실 1463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적자 규모를 줄였으나 14분기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황정환 부사장이 부임하는 한편 스마트폰 출시 주기를 바꾸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실험을 거듭하고 있으나 당장의 흑자 반등은 어렵다는 평가다. 황 부사장은 최근 LG V40 씽큐 출시 간담회에서 “2년이 지나면 턴 어라운드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 황정환 부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MC사업본부가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자 소위 매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증권가에는 구글이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인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으며, 이에 LG전자는 정식으로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매각설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2018년 현재 업계에서 매각설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는 편이다. 5G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상용화 전철을 밟는 5G는 초연결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의 시너지를 끌어내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당장 스마트홈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상태에서 글로벌 ICT 업계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5G 네트워크를 확장시키고 있다.

LG전자가 당장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MC사업본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전자는 MC 사업본부가 추구하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략을 최대한 가동하며 강세를 보이는 생활가전을 일종의 5G 플랫폼으로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