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면세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중국인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중국의 경제를 점점 폐쇄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인 관광,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는 악재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국내 면세점 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중국에서 한국 단체관광 개시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련의 신호들은 면세점 업계에게 일말의 희망이 되어 분위기 반전의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중국의 따이공 규제  

지난 9월 중국 정부는 공항을 통해 수입품을 반입하는 자국민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반입품에 대한 높은 세금을 매기고, 이를 납부하지 않는 이들의 반입품을 모두 몰수했다.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에 외국(특히 한국)에서 상품을 구입해 자국에 판매하는 따이공(代工, 보따리상)들은 수많은 물품들을 정부에게 몰수당했다. 중국에서는 현재 약 10억위안(약 1600억원) 상당의 한국상품들이 공항의 창고에 쌓여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중국의 SNS에는 한국 제품 대리 구매로 겨우 생계를 이어나가는 저소득층 따이공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게시물들도 올라왔다.     

▲ 중국 정부의 따이공 단속으로 수많은 물건을 빼앗긴 이들을 안타까워 하는 내용의 SNS 게시물. 출처=이코노믹리뷰 DB

물론 따이공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는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일시적 조치로 밝혀졌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경제 압박에 대해 외화 반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중국 정부의 상황을 고려하면 확실히 이 모든 구도는 우리나라에게 불리하다. 면세점들에게는 더 그렇다.  특히 지난 7월 개점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그리고 11월 1일 개점을 앞둔 현대백화점면세점에게 일련의 상황은 최악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한국 단체 관광이 서서히 재개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국내 면세점들은 분위기 살피기에 들어갔다. 지난 19일에서 24일 중국의 뷰티 브랜드 ‘한아(韓雅)화장품’의 임직원 약 600명은 단체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사드 문제로 한한령이 내려진 이후 최대 규모의 중국인 단체관광이다. 한아화장품 임직원들은 신라, 신세계, SM면세점을 방문해 쇼핑을 즐기고 서울시내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을 소화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단체관광은 사드 긴장 상태가 절정에 이른 지난해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시켰을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확실히 중국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희망적인 것은 지속된 긴장 국면에서도 중국 국가별수입비중에서 한국은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대 중국수출도 2018년 누적으로는 지난해 대비 50%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서 선호도가 높은 국내 뷰티 브랜드들의 선전도 주목 할 만 한 부분이다.

▲ 출처= 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LG생활건강의 중국사업은 지난해 대비 50% 이상 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같은 기간 애경산업의 중국사업 부문도 고신장(면세점 판매 70%, 수출 165%, 전년 대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2018년 중국의 온라인몰 티몰(T-mall)의 마스크팩 인기브랜드 TOP 10 중 6개가 한국브랜드(파파레서피, 닥터자르트, 제이준, 메디힐, 설화수, 라네즈)로 나타나 여전히 한국 뷰티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 또한 고무적이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3분기에 발표된 국내 전체 면세점 업계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8% 증가하면서 실적이 나오기 전 투자업계가 예상한 기대치에 부합했다”면서 “물론 지난 9월 일시적으로 따이공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강도 높은 단속이 있기는 했으나 이후 정책적이고 연속적인 따이공 규제에 대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것으로 국내 면세점 업계가 사드 경직 정국의 위기를 다시 맞이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사드 경직의 절정을 간신히 지난 국내 면세점들에게 중국에서 날아든 따이공 규제 소식은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그러나 악재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