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자동차 3분기 판매 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각색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기아자동차가 3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통상임금 관련 기저효과를 반영한 실적이다. 기저효과를 제외한 기아차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약 3200억원 감소했다. 에어백 리콜과 품질 관련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은 둔화됐다. 기아차는 볼륨 차종 신차를 적극 투입해 위기를 타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2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7.47% 늘은 1173억원이다. 기아차의 영업이익 흑자는 지난해 통상임금 관련 기저효과가 컸다. 지난해 기아차는 통상임금 관련 1심 패소 결과, 총 8640억원의 영업비용을 3분기 영업손익에 반영했다.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기아차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이 예상한 약 280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천수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3분기 통상임금 관련비용 기저효과를 제거할 경우 320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안다”면서 “원화 강세와 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 등 외부 요인과 품질 활동과 관련된 일시적 비용 반영됐다. 또 미국공장 싼타페 단산에 따른 판매감소 등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 기아자동차 현지 판매 기준 3분기 글로벌 판매량. 자료=기아자동차

에어백리콜과 품질관리비용 악화 더해

기아차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현재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이다. 기아차는 지난 6월 에어백 제어 유닛 결함으로 미국에서 50여만대의 리콜을 결정했다. 여기에 기존 판매된 차량에 엔진 진단 신기술(KSDS)을 장착하며 품질관리 비용과 가동률 부족에 따른 고정비 부담까지 발생했다. 관련 비용만 28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KSDS(Knock Sensor Detection System)는 차량에 장착된 노크센서(진동 감지 센서)를 활용해 운전 중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동 신호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이상 진동 신호를 감지하면 엔진 경고등 점등, 안전모드 진입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회사는 KSDS가 고객 안전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추후 모든 차량에 차례로 적용할 계획이다.

신흥국 시장 통화가치 하락도 수익성 악화 원인이다. 신흥국 시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현지통화를 받고 거래한다. 현지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국제통화인 달러로 결산한 수익성은 악화하게 된다. 이를 원화약세로 상쇄하지 못한다면 채산성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최근 원화강세까지 겹치며 수익성은 더 악화했다. 원·루블 환율은 17.1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1.9% 하락했다. 원·헤알 환율은 5.2% 줄어든 284.2원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가 부진하면서 판매까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누적기준으로 중국에서는 14% 증가한 24만2380대가 판매돼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44만8375대로 판매량이 3.3% 줄었다. 유럽은 2.6% 증가한 27만8627대,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 등 기타 시장은 3.5% 오른 60만9396대를 팔았다.

기아차 3분기 도매 기준 해외판매는 0.3% 줄은 55만9243대를 기록했다. 내수는 쏘렌토와 스포티지 등 볼륨 모델들이 경쟁사와 비교해 노후화되면서 4.1% 감소한 12만615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를 합산한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68만5396대다.

▲ 기아자동차 현지 판매 기준 3분기 기타시장 판매량. 자료=기아자동차

볼륨차종 투입해 회복 준비

기아차는 볼륨 차종 신차를 대거 투입해 위기를 타개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지난 4월 출시해 국내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형 K9(현지명 K900)을 4분기 미국 시장에 투입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또 포르테와, 니로 EV 등 상품성 강화한 볼륨 모델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시장은 최근 재고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 인센티브 안정화까지 더해지면서 적정 재고수준을 나타내고있다. 기아차는 4분기 미국시장에서 지역 책임제를 도입하고 판매 질적향상과 더불어 수익성 개선 추진에 나선다. 

올해 유럽시장은 모닝과 씨드를 제외한 세단 판매 감소에도 스토닉과 니로 등 RV 차급 판매 호조가 수요 성장률을 상회하는 판매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지역별로 스페인은 11.2%, 독일 3.0%, 프랑스 15.9% 등 판매량이 늘었다. 특히 승용 시장 판매 비중은 3분기 누적 기준 48.5%로 전년(56.9%)과 비교해 8.4%포인트 줄은 반면 RV시장은 같은 기간 43.1%에서 51.5%로 8.4%포인트 늘었다. 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전기차 니로 EV도 국내와 유럽을 중심으로 신차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와 달리 중국은 승용 비중이 73.6%에서 75.8%로 늘어났다. 회사측은 지난해 사드 영향으로 낮은 기저에도 승용급 판매 부진으로 판매가 역성장 한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NP와 KX1 등 SUV신차 투입에도 불구하고 볼륨 차종 노후화로 판매가 부진했다. 기아차는 4분기 중국 전용 SUV 라인업 중심으로 SUV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 판매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에서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신형 리오의 판매를 확대하고 최근 출시된 신형 K3의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며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기아차는 신형 리오의 판매 호조로 상반기 멕시코 판매가 전년 대비 9.2% 증가한 6만9016대를 기록하며 시장점유율이 5.7%에서 6.7%로 확대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중남미 시장에서도 전년 대비 6.0% 증가한 17만5796대를 판매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경기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는 만큼 현지 전략 차종을 앞세워 이들 국가를 전략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오랜 침체를 겪은 뒤 반등하고 있는 러시아 시장에서 수요회복 효과를 빠르게 선점, 3분기 누계 현지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증가한 15만5654대를 기록하며 12.0%의 시장 점유율로 업체별 판매순위 2위에 올라있다. 

신흥국 시장 점유율이 늘어난 만큼 기아자동차 지역별 매출액 비중을 보면 신흥국 비중이 커졌다. 3분기 기준 매출액 비중은 러시아·호주·뉴질랜드 판매법인 도매매출 등 기타판매가 21.6%에서 23.4%로 1.8%포인트 늘었다. 내수는 23.0%에서 24.1%, 북미 34.0%에서 30.1%, 유럽 21.4%에서 22.5%로 매출액 비중이 변화했다.

아울러 기아차는 고수익 RV 차종의 공급 물량을 늘리고 판매 비중을 지속 확대하며 수익성을 적극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지난 3분기 누계 기아차 전체 매출 중 RV 차급의 비중은 카니발 및 쏘렌토 상품성 개선 모델의 선전과 스토닉, 니로 등 SUV 라인업 확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2.3%포인트 상승한 40.9%를 기록했다.

한천수 부사장은 “4분기부터 K3 신형을 본격 판매하고 대형 SUV인 텔룰라이드도 북미 시장에 내년 출시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판매는 RV 신차 중심으로 4분기부터 신차사이클이 가속화돼 판매 실적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