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장시성(江西省) 난청현의 희토류 광산.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희토류 생산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희토류 전문 시장조사기관 아다마스 인텔리전스(Adamas Intelligence)의 데이터를 인용,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감축함에 따라 가격 인상에 따른 무역 위축이 우려돼 글로벌 제조업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아다마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국 정부는 시장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희토류 분리 및 제련 쿼터를 36% 감축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희토류 생산량이 4만 5000톤으로 제한되며 이는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아다마스는 중국 국내 수요만 겨우 충족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희토류를 원료로 하는 업체들은 대체 공급선을 찾는데 비상이 걸린 셈이다.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연간 약 15만 6000톤의 희토류를 공급해 왔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희토류 가격이 폭등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스티유는 희토류 주 원료인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산화물(PrNd Oxide) 가격이 향후 12개월 간 10~50% 오를 수 있으며, 향후 5년 간 두 배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희토류란

희토류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란탄, 테르븀, 사마륨 등 '희귀 광물질' 17종을 가리키는 것으로, 첨단 군사장비 제조와 기술 개발 뿐 아니라 재생 에너지 등에도 응용된다. 희토류 없이는 휴대전화, 반도체, 전기차 등 천단제품과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 군사 무기를 생산할 수 없다. 

또 희토류는 철강, 세라믹 등 전통 산업분야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료, 항공, 농업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쓰인다. 이에 따라 희토류를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부른다.

▲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전 세계의 3분의 1에 달하고 있고, 전 세계 수요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출처= 美 지질조사국

中, 희토류 무역 협상 무기로 사용할까

미국에 대항할 관세 무기를 더 이상 마땅치 않은 중국이 앞으로 희토류를 협상 무기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전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로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한 전례가 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두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일 때에도 대일 희토류 수출을 금지해 3일 만에 일본의 양보를 얻어낸 적이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달 24일 중국 제품에 대한 2000억 달러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제품 목록에서 희토류를 제외했다. 지난 7월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관세 부과 품목 초안에는 포함됐으나 최종 목록에서는 빠졌다.

USTR이 발표한 관세 부과 품목은 당초 6031개였지만 최종적으로 5745개로 축소됐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으나 오히려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품목 300개를 삭제한 것이다.  

희토류는 대중국 무역에서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산업에서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이 88%를 차지하고 있고, 이 외에 에스토니아(6%), 일본(4%), 프랑스(4%)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희토류를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희토류 이외에도 천연 흑연,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안티몬 등 주로 금속광물 제품을 관세 품목에서 제외하고 있다.

디지털 영사기에 사용되는 고압 램프를 만드는 미국 기업 라이팅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 (Lighting Technologies International LLC)은 USTR의 관세 부과 목록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USTR에 ‘희토류를 제외해 달라’고 청원하면서 “희토류를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희토류 등 핵심 원료에 관세를 부과하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도태돼 결국 회사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미국에도 중국 다음으로 세계 두 번째로 큰 희토류 광산(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이 있지만1985년 채굴이 중단됐다. 환경문제와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광산은 2015년부터 다시 채굴을 시작했지만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 생산을 위해 2015년부터 인력 200여 명을 투입해 광산 재가동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희토류 처리 시설과 가공기술 부족으로 상업 생산은 앞으로 최소한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