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중단한다. 연말까지 기존에 빌려준 주식도 모두 회수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을 공매도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매매를 말한다. 주가가 내릴수록 수익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분명 좋은 취지다. 공매도에 몸서리를 치는 일반 투자자들이 환영할 만하다. 특히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주식투자를 방해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좋은 취지’는 맞지만 ‘옳은 결정’인지는 의문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러한 ‘기능’에 국민연금이 힘을 실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늘 ‘장기투자’를 표방한다. 반면 공매도 세력은 대부분 단기 이슈에 베팅한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은 주식 매수자와 같다. 공매도 세력이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우상향하기 마련이다. 물론 우량 기업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데는 ‘우량 기업 투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단기적 주가의 등락은 국민연금에 큰 의미가 없다. 주식 투자 부문에서 손실이 화두가 되긴 하지만 전체 수익률로 보면 기금 규모(신규 유입 제외)도 늘고 있다.

주식대여를 하는 과정에서는 단연 수익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이 장기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격이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단 결정이 이미지 제고 측면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주식 대여 비중이 크지 않다”며 우려를 불식시켰지만 자신의 말을 오히려 뒤엎은 셈이다.

그 배경에는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개선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쇼맨십’이었을까.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대한 불신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내용과 모든 맥락은 같다. 솔직하지 못한 태도가 문제다. 이전부터 지적한 국민연금 광고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민연금을 사적연금과 비교대상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근본적 취지를 설명하기보단 “고갈되지 않는다”,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다”만 강조한다.

다시 주식 대여 얘기로 돌아가보자. 찬성과 반대 여론 중 어느 곳이 더 거셀까. 이미지 제고가 우선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까.

최근 국민연금은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수많은 댓글에는 국민연금을 질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중 국민연금의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입장’만 표명할 뿐 잘못된 지적에 대해 해명도 하지 않는다. 일일이 대답하기 귀찮았는지 간간이 보도자료로만 대응할 뿐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대응하지 않을 수 있다. 망할 작정이라면 말이다. 여론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 어떻게 대응하지는 여부에 따라 그 결과가 고스란히 돌아온다.

국민연금은 다르다. 매달 꼬박꼬박 ‘법’이라는 이름하에 국민연금이 납입된다. 제도가 보호하는 이상 국민연금은 무너지지 않는다. 긴장할 이유가 없다. 그러한 태도가 국민들의 눈에 비춰지고 있는 것은 아는 걸까.

국민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사소한 것부터 섬세하게 챙기길 바란다. 앞서 언급한 댓글에 대한 대응 등도 해당된다. 막무가내로 국민연금을 ‘안티’하는 국민과도 일일이 소통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인기’를 얻기 위한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란다. 국민연금은 한 시대만 풍미하고 갈 ‘연예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은 국민연금이 풀어내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