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김영사 펴냄.

‘기술’과 ‘힘’이 대이동하며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상황에서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미래전략연구센터가 2019년 판 ‘문술리포트’를 내놓았다. 이번 문술리포트는 내년에는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함으로써 산업체제·사회구조·삶의 양식 등 전반에서 파괴적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사회·기술·환경·인구·정치·경제·자원 등 7개 분야의 기회와 위기를 점검하고 부문별 실천전략을 담았다.

문술리포트에는 2019년을 뜨겁게 달굴 핵심 메가트렌드가 소개돼 있다. ▲블록체인의 무한한 잠재력: 비트코인을 넘어 저작권 보안·전자정부·금융비용 감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디지털 경제 사회의 핵심 경쟁력인 플랫폼: 소유권이 아닌 접근권을 거래한다. ▲긱 이코노미 시대: ‘자발적 비정규직’의 급증으로 기업의 조직과 인력의 개념이 바뀐다. ▲자동차 진화의 다섯 방향: 전동화, 자율주행, 공유, 초연결, 빠른 업데이트가 관건이다. ▲3세대 크리스퍼와 유전자 편집: 혁명적인 치료 기술이지만 적절한 규제 수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일자리: 직무와 기술을 서로 보완하면 문제없다. 로봇세·기본소득 등 사회적 안전장치는 필요하다. ▲지능형 로봇: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발전한다. ▲디지털 거버넌스: 전자정부·전자투표·온라인 청원의 확산으로 직접 정치참여가 증가한다. ▲저성장 시대의 금융 트렌드: 무형자산 평가, 맞춤형 금융, 해외투자, 기관화현상, 핀테크가 중요해진다. ▲자동화로부터 안전한 문화 영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회가 열린다. ▲미래 인재의 경쟁력: 문제해결능력보다 지식활용력, 기계와의 협동심, 문제제기능력이 중요하다. ▲한반도, 해양과 대륙을 잇다: 동북아를 연결하는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후손들이 번영을 누리기 위해 지금 해결해야 할 ‘6대 절대과제’도 짚었다. ▲저출산 고령화: 합계출산율은 1.1명 이하로 떨어졌고, 15세 미만 유소년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노령화지수)은 2017년 104.6으로 이미 100을 넘었다. 인구절벽과 고령화는 현실이 됐다. ▲사회통합·갈등해결: 이기주의·집단적 터부·배타가 기승을 부린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부의 세습으로 계층 사다리가 무너지고 청년들이 희망을 잃었다. 노사·남녀·세대 간 갈등도 깊다. 어설픈 봉합이 아니라 근본적 갈등해결과 희망전략이 필요하다. ▲평화와 국제정치: 한반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하며, 남북 격차를 줄여 동질성을 되찾아야 하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도입하여 기존 제조업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중심의 지능화된 맞춤형 제조업으로 개선하고, 신산업을 발굴해 키워야 한다. ▲지속가능한 민주복지국가: 포퓰리즘의 유혹을 떨쳐내고 복지와 민주주의가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에너지와 환경문제: 안정적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저탄소 에너지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기후변화, 환경 관련 정책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문술리포트는 국가비전으로 ‘아시아 평화중심 창조국가’를 제시한다. 장차 아시아가 세계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므로 아시아 전체로 한국의 활동공간을 넓히며, 주변국과 평화롭게 공존·번영을 지향하면서 창조정신을 이어가자고 주장한다.

문술리포트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책과 전략을 강조한다. 기술이나 경제, 권력을 중심에 놓은 전망과 전략은 자칫 사람을 배제하는 주객전도를 낳을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다.

올해도 문술리포트는 에필로그에서 지식인들의 ‘선비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선비들은 정파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대의(大義)와 국가, 백성을 위해 시시비비를 가렸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공부한 지금의 지식인들도 선비정신을 본받아 국가와 사회에 보답해야 한다는 지적이자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