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얼마 전 국정감사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나온 것이 큰 화제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전국에 수많은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회사의 대표이자, 재미있는 입담과 창업 경험에서 우러난 뼈 있는 한 마디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인기 방송인이기에 백 대표의 국감 출석은 그 자체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백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최근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데,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대표자로서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근본적 문제점을 꼬집는 메시지를 담아 대답했고 현장의 국회의원들은 그의 논리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백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려는 분들이 외식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 창업하기만 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시는데 이러한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앞으로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외식 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아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국감 발언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들이 겪은 어려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한 번 지적했다. 2017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조사한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 현황’에 따르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전체 가맹본부 수는 4017개 그리고 가맹점 수는 총 10만689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업 가맹점 수는 전체 프랜차이즈 중 48.8%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원인은 단순하다. 진입 장벽이 낮아 너도나도 쉽게 시장에 진입하다 보니 과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가맹점 수는 곧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였기에 가맹 본부들은 가맹점 유치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것이 인구에 비해 과도할 경우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간 경쟁이 격화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본사는 가맹점주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점주들을 점주들대로 인근에 몇 개씩 생기는 외식 브랜드들 때문에 수익이 줄어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다.

우습게도 일련의 문제들은 수 년 동안 제기돼 왔으며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을 계속 요구해왔다. 그러나 가맹본부의 높은 사람들 몇이 경찰에 잡혀간 것 말고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만약 이 업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정치인이라면 백종원 대표의 지적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이 정상이었을 것이다.

업계가 이야기할 때는 반응도 없다가 백종원 대표 같은 유명인의 이야기에 감탄하는 정치인들의 태도는 참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백 번 양보해서 감탄은 할 수 있다고 치자. 뭔가 느낀 게 있다면 정치권도 생각하는 게 달라져서 문제에 대한 대안 정도는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