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언가를 보는 행위를 통해 욕망을 드러낸다. 그 욕망은 자신이 결핍을 채우기 위해 보통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필자는 코칭할 때 의뢰인에게 어떤 ‘Like List’를 갖고 있는지를 공유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공유해준 내용을 기반으로 그(녀)가 가진 특징을 이끌어낸다. 평소에 무엇에 심취해 있고 어느 부분에 민감하며, 때로는 발끈하는 것까지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취향’이라는 명목으로 정리해 의뢰인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리어를 함께 설계한다.

그래서 보는 관점에 대한 훈련을 지금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대한 많은 것을 보기 위해 눈을 바쁘게 움직이고, 끊임없이 생각한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책과 같고, 그만큼 볼거리는 차고 넘쳐나는 세상이라 다행이다. 그리고 이를 ‘훔쳐보기’라 말하고 싶다.

인터넷 및 모바일, 각종 소셜 네트워크가 일반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훔쳐보기’ 욕망을 채우고 있다. 이른바 ‘눈팅족’, 만약 이 글을 웹을 통해 접한다면 이 글을 유심히 보기 위해 그 사이 사이에 있는 광고들을 빠르게 눈으로 치우면서 읽고 있을 것이다.

물론 시각 외에도 촉각, 후각 등도 이용해 총체적으로 경험한다. 단지 기억하기 쉽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뇌에 저장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감각기관 중에 가장 민감한 것이 눈이다. 눈을 통해 가장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또한 처리해 대부분 ‘이미지’로 기억한다.

사람은 눈을 중심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하는 것들을 이미지로 기록하며, 필요할 때마다 뇌에서 꺼내서 사용한다고 한다. 단 기억이 오래될수록 왜곡될 수 있기에, 반복을 통해 수시로 경험치를 점검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보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훔쳐본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무언가 ‘의도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도적으로 보는 것만이 기억할 수 있고, 기억해야만 반복해서 의식적으로 경험치를 누적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의 대부분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오늘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올라오면서 분명 수십에서 수백 개의 광고판을 봤지만, 기억나는 것은 없다. 의식해서 보기보다는 수많은 Noise 광경 속에서 의식적으로 보지 않았거나, 내 시각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내 탓은 아니다. 단지 내가 관심을 가지고 훔쳐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보이는 모든 것을 훔쳐보듯이 볼 수 없지 않은가. 아마 그렇다면 금새 피로함을 호소할 것이다. 그래서 기왕이면 어떤 분야를 정해놓고, 그와 관련한 다양한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이전보다 새로운 방법론으로 훔쳐보는 것이다.

이직스쿨에서는 좋아하고 관심 가는 것을 기준으로 더 많이 보는 것에 스스로를 최적화하는 것을 권장한다. 당장 일부터 그렇게 하고 싶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우선 일보다는 ‘취미’부터 시작해보라고 한다. 제대로 된 관찰이지만, 처음부터 너무 무거우면 습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스포츠, 그중에 ‘축구’라고 가정해보자. 당연히 축구를 혼자 할 수 없기에 축구를 우선 보는 법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K리그부터 시작해 각종 해외 리그, 그 속의 선수와 감독, 심지어 구단주까지 말이다. 그러면서 이전에 유명했던 레전드 선수들을 보면서 조금씩 경험치를 누적해 가는 것이다.

물론 이걸로는 부족해 보인다. 기왕이면 각종 축구 게임을 통해 더 쉽고 재미있게 눈과 귀를 통해 경험치를 누적한다. 물론 ‘훔쳐보기’의 일환으로 축구를 보다 입체적으로 즐기기 위함이다. 당연히 그 다음 단계는 ‘직접 해보는 것’이다. 선수를 11명 이상 모으고, 시간을 정하고 상대팀을 찾아서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이기면 더욱 즐겁게 할 수 있기에, 이길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연구하면서 감독인지 선수인지 모를 경험을 쌓아간다.

그리고 이 과정을 모두 기록해 각종 온라인 채널에 올리면서 더 많은 이들과 이런 것을 즐기기 위한 방법을 교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부와 명성을 쌓은 것이 ‘감스트’라는 BJ이자 방송인이다. 그는 훔쳐보기 또는 의도적으로 이를 공유하는 활동을 통해 새로운 업을 발견했고, 이를 발전시켜가는 중이다.

물론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일을 취미처럼, 취미를 일처럼 즐기면서 또 다른 방향으로 일하는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내 일과 관련된 부문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같이 훔쳐보고 싶은 것과 같이, 일하면서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쉽게 손이 갈 수 있는 지척에 두고 반복해서 경험하고 수시로 교체하는 것이다.

훔쳐보기, 기왕이면 나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모 선배가 쓴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 우리 경쟁사가 이번에 만든 광고를 뜯어 보는 것, 최근에 관심 가는 서적을 쓴 저자의 강연을 참석해 그를 관찰하는 것, 관련 분야에 적절한 해석이 담긴 블로그를 구독하고 수시로 살피는 것 등등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검색하면, 필요한 정보와 이에 대해 분석한 전문가를 포함 각종 분석된 자료와 블로그까지 콘텐츠는 차고 넘쳐난다. 이를 꾸준하게 살펴보고 그중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모아 나만의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데 동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보는 것에 대한 변화를 주지도 않고, 보는 행위 자체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 봐왔던 것을 보면서, 스스로의 시선이나 관점이 닫혀가는 줄도 모르고 나이를 먹어간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면서 보낸다. 주 40시간에서 최대 52시간, 물론 하는 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반복해서 비슷한 무리의 것을 지켜보고 판단한다. 그 판단은 다른 것을 의도적으로 보면서 그때마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대부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환경’부터 바꿔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 그중에 새로운 소스가 될 수 있는 것을 찾고 정리하면서 끊임없이 유사한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웹과 모바일, 그 외에 책과 잡지 그리고 각종 영상물까지 말이다.

당연히 제한은 없다.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데 가장 쉬운 노력을 하는 것이다. 물론 보는 것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가끔은 이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해봐야 한다.

경험치를 농축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스스로를 동원하는 것이다. 응축과 표출의 반복, 대신 특정 카테고리 내에서의 반복이 중요하다. 그래서 접근하기 쉬운 취미부터 시작해, 이를 일에 적용해 스스로를 성장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 그 안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담겨져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발자취,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부터 다시 한 번 점검해보자. 과연 내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훔쳐보며 살아왔고, 앞으로는 어떤 삶을 위해 무엇을 보면서 살지 말이다.

물론 자신이 바라는 괜찮은 미래가 어느 정도는 구체화되어 있어야만 가능할지 모른다. 대신에 그 미래 또한 자신이 보고 있는 것 중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보는 것을 통해 자신의 꿈꾸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안에 스스로가 정해놓은 답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나를 포함한 세상의 여러 것들을 끊임없이 훔쳐봐야 하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훔쳐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