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22일부터 뉴스 댓글 서비스 권한을 언론사에 온전히 넘긴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언론사는 순차적으로 섹션 별 기사에 대한 댓글 운영 여부는 물론, 댓글 정렬기준 역시 ▲최신 순, ▲순공감 순, ▲과거 순, ▲공감 비율 순 중 언론사가 선택한 기준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소위 드루킹 사태를 거치며 네이버는 정치섹션의 뉴스 댓글 노출을 일부 변경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 댓글 서비스 권한은 네이버가 최근 보여준 언론사 정책을 잘 보여준다는 말이 나옵니다. 네이버는 지난 5월 이후, 소셜로그인 시 댓글 및 공감 차단, 동일 기사에 대한 등록 가능 댓글 수 제한 등 댓글 영역에서의 비정상적 행위 근절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개선을 진행해 온 바 있습니다.

 

모바일 첫화면 뉴스 넘기고..댓글도 손 놨다
네이버는 최근 공개한 모바일 첫화면에서 언론사 뉴스 콘텐츠를 오른쪽으로 스와이핑해야 볼 수 있도록 조정했습니다. 네이버 첫화면의 검색 트래픽 등이 자연스럽게 뉴스 콘텐츠 소비로 흘러가는 일은 없어질 전망입니다. 초창기에는 모바일 첫화면의 뉴스 콘텐츠는 언론사 구독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뉴스의 제목을 보고 콘텐츠를 선택하던 이들의 트래픽도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최근 다시 개편됐습니다. 지금 모바일 화면에서 뉴스 콘텐츠는 구독한 언론사 중심의 제목 콘텐츠로 변경됐습니다.

네이버의 변신은 최근의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우선 22일 발표된 네이버의 새로운 댓글 정책은 지난 5월 진행한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댓글 영역을 저작권자인 개별 언론사가 제공여부 및 노출순서 등 제공방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실행했다는 설명입니다.

네이버는 “편집권과 댓글 정책까지 모두 언론사에게 넘기고 네이버는 연결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댓글 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뷰징 및 불법 콘텐츠 유통과 같은 비정상적 이용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은 계속 네이버에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 미디어&지식정보서포트 유봉석 리더는 “뉴스 댓글 영역은 해당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와 독자들간의 소통 창구인 점을 감안하여 댓글 허용여부나 댓글 정렬방식을 해당 언론사가 결정하도록 하는 구조로 변경하게 된 것”이라며,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이 오가는 공론장으로서 댓글 서비스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서비스운영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한성숙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포기...무슨 의미일까?
네이버가 드루킹 사태를 거치며 플랫폼 공공성을 위협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온 사회의 지탄을 받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까지 나서 머리를 숙였으나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위기를 통해 유통 권력의 상실을 보전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아웃링크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네이버를 압박했으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논란도 벌어졌습니다. 네이버와 전재료 계약을 맺은 언론사의 불편한 심기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옵니다.

네이버의 선택은 플랫폼 권력을 놓는 것으로 좁혀집니다. 댓글 정책을 바꾸는 한편, 모바일 첫화면에서 뉴스 콘텐츠를 밀어내고 스와이핑 방식으로 언론사 구독 인터페이스를 마련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언론사 콘텐츠 배열과 관련된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이 대목이 재미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콘텐츠 가치를 두고 벌어지는 네이버와 언론사의 ‘신경전’에 네이버가 상당히 쿨한 대응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사실 최근까지 언론사, 특히 대형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전재료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측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지금 네이버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공신력있는 언론사 콘텐츠가 큰 도움을 줬음에도, 네이버가 언론사의 콘텐츠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네이버는 이러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언론사 콘텐츠는 디스플레이 광고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어필했고, 이번 모바일 첫화면 개편으로 이러한 주장이 진심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모바일 첫화면에 굳이 언론사 콘텐츠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은, 언론사 콘텐츠가 네이버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반증으로도 읽힙니다. 혹은 ‘초기에는 도움을 받았을 수 있지만, 지금은 필요없다’는 정서로도 보입니다.

이 문제를 플랫폼 권력적 측면에서 본다면 더 흥미로운 신경전의 여지가 생깁니다. 네이버가 언론사에 댓글 권한을 제공하는 장면은 약간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모든 권한을 언론사에 주겠다. 그러니 플랫폼 공공성 논란을 키우지 말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콘텐츠 유통 권력을 빼앗긴 상태에서 언론사들이 ‘네이버=공룡’이라는 등식을 걸고 지적했던 플랫폼 권한 남용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언론사 콘텐츠가 모바일 첫화면에서 빠져도, 그 콘텐츠 소비 방식이 구독이나 MY뉴스 등으로 변해 기존 제목 중심의 ‘어그로’가 설 자리가 좁아졌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언론사에 댓글 권한이 넘어가지만 모든 트래픽은 역시 네이버에 돌아간다는 대목입니다. 왜? 언론사들은 입점 매체라면 여전히 네이버 안에 안겨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네이버가 골치아픈 일은 언론사에 떠넘기고, 자기들은 트래픽만 채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며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이 전략이 신의 한 수입니다. 입점 매체들은 네이버를 공룡이라 부르며 비판하지만, 그래도 네이버의 품에 안겨있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네이버는 순수한 네이버 플랫폼에 언론사를 그대로 두면서 권한을 포기했지만, 네이버에게 그 권한이 정말 ‘필요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네이버의 플랫폼 공공성을 지적하며 유통 권력의 상실이 오는 슬픔을 달래려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