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메리츠종금증권이 부동산금융 전문사에서 탈피하고 있다. IB 강화는 물론 해외 포트폴리오 확대,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을 통해 수익구조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종금라이선스 종료에 대한 우려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확대로 상쇄됐다. 투자여력과 신용공여 확대로 외형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을 위한 항해는 순항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조정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투자심리와 거래대금이 증권업 수익성으로 직결된다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한편, 정부가 주택대책을 내놓으면서 국내 부동산 업계는 울상이다. 증시와 부동산의 우울한 전망에 동시 타격을 받은 주체 중 하나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부동산금융 위주의 사업을 영위했기 때문이다. 여타 증권사와 달리 브로커리지 비중은 현저히 낮았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7배로 동종업계(8배) 대비 저평가된 이유다.

▲ 메리츠증권 사업부문 별 수익(단위:억원)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최근 메리츠증권은 인수금융 등 IB역할을 강화하고 해외 포트폴리오 확대, ELS 발행을 통한 트레이딩 역량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호주 시드니 공동주택 사업부지 담보대출 외 5건(2140억원), 3분기 호주 케스트럴(Kestrel) 광산 인수금융 관련 대출 외 4건(4850억원) 등 영국, 독일, 홍콩, 베트남 등에서 딜 소싱을 진행했다.

ELS와 DLS 등 파생결합증권 잔고는 8월말 기준 3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채권잔고는 14조원에 육박해 트레이딩과 이자수익 창출을 위한 기초체력도 강화됐다.

메리츠증권의 향후 전망에 제동을 걸었던 요인은 종금라이선스 만료(2020년 4월)였다. 종금라이선스를 기반으로 NCR규제 제한을 덜 받으면서 공격적으로 IB투자를 확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적용된 신NCR(가이드라인 150%→100%)은 메리츠증권에 투자 여력 확대로 작용했다.

신NCR 도입은 전체 증권사의 투자자산 확대를 가능케 했다. 메리츠증권의 NCR은 2015년까지 400%대로 증권사 평균 수준(500~600%)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신 NCR 도입 후 평균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이후 메리츠캐피탈 자회사 편입(4502억원)과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7480억원)으로 자기자본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 2분기 기준 NCR은 930%를 넘어섰다.

최근 IB투자 확대로 NCR은 하락하고 있지만 4분기 부동산 매각으로 NCR은 상승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IB투자 확대도 예상된다.

자기자본이 증가하면서 레버리지 비율도 낮아졌다. 금융당국은 레버리지가 1100% 이상이면 경영개선 권고, 1300% 이상이면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취한다. 메리츠증권의 2분기 레버리지비율은 736%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지난달 28일부터는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확대됐다. 기존에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일 때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가능했다. 현재는 200%로 상향조정됐다. 증권사 전반 추가적인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

신용공여 확대는 메리츠증권의 종금라이선스 종료 우려를 불식 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메리츠증권의 신용한도(개인·기업)는 100%에 도달했다. 규제 완화가 메리츠증권에 유리한 이유로는 IB부문에서의 탁월한 딜 소싱 능력이 꼽힌다.

신용공여는 인수합병(M&A)과 인수금융, 프로젝트금융회사(PFV)를 활용한 프로젝트파이낸스(PF) 등의 용도로 제한된다. 종금업을 기반으로 기업대출 업무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환경 변화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 탈피...대형IB로의 순항

부동산 규제 강화로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 불확실성은 확대됐다. 올해 6월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우발채무 규모는 5조5000억원으로 자본대비 164.4%에 달한다. 자본확충으로 2016년 말 300% 수준에서 크게 낮아졌지만 부담은 여전히 과도한 편이다.

우발채무 중 신용공여성·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이 높다. 대부분 약정 건에 선순위 담보를 확보하고 LTV도 보수적으로 관리 중이다. 그러나 향후 부동산 경기 저하시 유동성과 신용위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메리츠증권은 이전부터 부동산금융 부문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여타 증권사들이 부동산금융을 확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IB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비중 축소는 단순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은 아니다”라며 “우발채무 문제도 있지만 메리츠증권은 리스크 관리에 상당히 강하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지속돼왔던 만큼 메리츠증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메리츠증권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추이 [출처: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비율은 142.9%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연도별 해당 비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불식시킨다. 이 또한 자기자본 확충에 따른 결과지만 IB딜 증가를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우발부채 우려를 상쇄한다고 볼 수 있다.

대형IB는 자기자본을 태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역량이 수반돼야 한다. 수익구조 다변화, 부채 관리 등 ‘복합경영’을 통해 주변의 우려를 점차 불식시키는 메리츠증권의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