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글로벌 기계회사 두산인프라코어가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1690억원 가량의 청약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처음 발행 규모인 300억원의 5배가 넘는 액수다. 국내외 건설기계 시장 위축, 경쟁심화로 점유율 하락 등 악조건을 예상했지만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높은 신용평가를 받은 것이 이유로 꼽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24일 두산인프라코어가 3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이권부 공모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벌인 결과 1690억원의 청약을 받고, 약 5.6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높은 흥행을 기반으로 확정한 24일 발행 조건 공시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의 공모사채 권면 총액은 570억원으로 증액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사업안정성과 우수한 수익성을 공모채 흥행의 이유로 꼽고 있다.

사업안정성은 국내외 점유율에 기반하고 있다. 과거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매각 등으로 수익가변성이 확대됐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전국 판매망 등 국내 시장 우위를 확보해 사업안정성을 높였다. 완전 경쟁 체제인 전세계 건설기계업 부문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은 3.8%로, 세계7위 수준이다. 또한 두산밥캣 등 글로벌 경쟁업체를 인수해 시장 지위도 양호하고, 국내 지위 역시 딜러망 선점과 14톤 휠굴삭기에 집중한 전략으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엔진사업 부문의 영업이익 성장과, 신흥국·아시아지역 판매량이 증가해 사업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다.

영업수익성 역시 향상 추세다. 두산밥캣의 판매실적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고, 국내 본사의 수익성도 개선 중이다. 2018년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증가해 연결기준 4조101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수익률은 12.5% 수준이다. 2016년 이후 신흥국·아시아 수요 확대와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부진을 보인 국내본사 실적을 상쇄했다. 채산성 높은 산업용 차량 수요 증가와 중국법인 납품이 증대돼 영업 기익에 기여했다.

반면 과중한 재무부담은 위험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 매각, 두산밥캣 IPO 등으로 차입금은 축소했지만, 2018년 6월말 연결기준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42.8%, 부채비율은 213.4%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본사의 차입금의존도는 57.6%, 부채비율은 267.8%다. 지난 6월 국내 본사의 총 차입금 2조9866억원 가운데 1조3159억원의 상환 시기도 1년 이내로 도래하고 있다. 현금창출력과 비교해 재무 부담이 과중해, 제고된 실적 아래서도 재무구조 개선 속도는 더딜 것으로 신평사들은 전망했다.

다만 신평사들은 해당 요소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본사가 당면한 유동성 부족 우려는 2017년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3억달러 규모의 외화사채를 발행 등 차입금 기간구조 개선으로 완화했다. 양호한 실적이 계속되고 있어 차환가능성이 높고, 보유현금량과 자회사 지분가치에 기반한 재무 융통성 등 유동성 부족 문제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담 커버리지 지표인 실질재무부담(EBITDA) 지표가 2017년 3.7배에서 2018년 상반기 2.7배로 낮아진 것도 판단 기준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와 같은 기준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 등급을 ‘안정적’인 ‘BBB’로 공시했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부여된 등급은 등급 수준별 부도율과 내포한 위험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수준의 영업수익성 등을 감안할 때 위험 수준은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BBB가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의 전망은 더욱 낙관적으로, 향후 개선될 여지를 고려해 BBB ‘긍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세계 건설시장을 두고 2018년은 글로벌 경기호조와 원자재·유가 상승으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지만, 2019~2020년은 한편으로 북미시장 인프라 등 수요 강세, 다른 한편으로 중국·유럽의 성장 고점 후 기저효과라는 혼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실적은 국내·중국법인의 실적 향상, 두산밥캣의 고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시장의 변동성과 관련해 2019년 실적은 저하될 수 있지만, 시장지위와 경쟁력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익구조는 영업이익과 비교해 금융 비용이 작고 기타 영업외 비용도 크지 않아, 순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돼 재무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공모채 흥행과 관련해 “연 5%의 고금리가 고객들에게 예전보다 매력 있게 다가온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또한 올해 좋아진 실적과, 꾸준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상향 조정이 이어진 것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