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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썩은 오렌지를 짜면 썩은 주스가 나올 뿐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11.06  18:47:00
   

일요일만 되면 등산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수준이 되었다. 십여 년을 다니다 보니 어느덧 북한산만 400여회 이상 올랐다. 그래도 가보지 못한 길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 길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길이다.

어느 날 모임에 나갔더니 50대 중반의 선배 한 분이 북한산 얘기로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자신이 진정한 산 사나이라며 북한산의 숨은 비경과 샛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좌중은 그 앞에서 모두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4말5초의 중년 남성이라면 열에 일곱은 산에 좀 다니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압도하는 선배의 얘기에 모두가 주눅 들어 있었다.

무슨 바위, 무슨 능선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내가 도착했을 때에도 그의 이야기에는 그침이 없었다. 모두가 동참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서는 그 선배의 말을 끊어야 했다. 그런데 가만히 듣자 하니 나도 북한산이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데 내가 가 보지 못한 곳 얘기들이 주를 이뤘다.

 

불법 등산로 경험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범죄

“선배님, 지금 비법정 탐방로 다니신 걸 자랑하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조용히 말해.”

“진정한 산 사나이라면서 휴식년제로 묶어둔 곳 펜스 개구멍으로 등산 다니세요?”

선배의 목소리는 바로 잦아들었고 그 뒤로는 산 얘기는 끄집어 내지도 않았다. 옆에 앉았던 지인들이 ‘거기가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야?’라며 두리번거렸고, ‘사실 못 가게 하는 곳에 절경이 더 많습니다. 가보고 싶은 맘은 굴뚝이지만 지금 가서는 안됩니다. 그게 산을 지키는 길이거든요’라며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 특히 가파른 길은 갈 때마다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목격한다. 길이 패이고 나무뿌리가 드러나고 돌들이 흘러내린다. 그래서 어느 정도가 되면 보수도 하고 우회로를 만들기도 하다가 이도 저도 안되면 자연이 저절로 치유하도록 십 년 정도 휴식년제로 묶어둘 수 밖에 없다. 지도에서 점선으로 처리되고 비법정으로 분류하여 눈에 띄면 과태료도 부과한다. 그 전에 산 사람들이 먼저 산을 보호해야 한다.

불경기에다 글로벌 증시마저 불안한데 외국계 펀드들이 공매도와 단타를 주도하며 한국 증시를 거의 유린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럴 때마다 성난 개인투자자들이 회사로 전화를 해서 밑도 끝도 없는 항의와 볼멘소리들을 들어야 한다. ‘내가 주주인데, 회사가 책임을 지고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라’는 지적을 받게 된다. 이는 마치 ‘내가 주인인데 일꾼인 니들이 왜 회사를 엉망으로 만드냐?’로 들린다.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을 때도 있다.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수십 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움직인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어느 날 자칭 고수라는 사람이 연락 해왔다. 이것 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대답 할 수 있는 선에서 오랜 시간 수화기를 붙들고 성의껏 설명했다. ‘한 가지만 더 묻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통에 끊을 수도 없었다. 이미 알려진 얘기들은 공시자료와 과거 기사를 참조하라고 권하며 겨우 달랬다. 그 뒤로 매일 아침 ‘오늘은 무슨 일 없냐?’거나 ‘오늘 주가가 왜 이 모양이냐?’ ‘내가 주식 투자해서 실패한 적이 없는데, 회사가 왜 이러냐?’며 투덜댔다. 기본적인 질문도 퍼부었는데, 회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주가가 왜 이 모양이우?”

“혹시, 언제 주식을 매수하셨나요?”

“얼마 되진 않았지만, 괜찮을 것 같아서 매수하고 기다렸는데, 난 주식에 실패를 해 본적이 없는데,, 나 참. 계획한 대로 진행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온다 하지 않았수?”

“예, 맞습니다.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공시며 기사는 찾아 보지도 않으셨군요?”

통화는 매번 비슷한 패턴이었다. 매일 같이 전화해서 ‘뭐 없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제 같은 어제,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일 것입니다.”

“아니, 진행이 되고 있다며?”

“진행되고 있지만, 그게 오늘 내일 결과가 나올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공시와도 관련된 문제고, 내부자 거래에 해당되기에 겉돌 수밖에 없는 대화가 지속되자 결국 자칭 전문가라는 투자자가 짜증을 폭발시켰다.

“전문가이시잖아요? 전문가라면 전체적인 흐름을 꿰고 계셔야죠. 왜 매일 전화통만 붙들고 계십니까?”

회사와 업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단기적으로 그날 아침에 전화로 주가 견인 이슈가 없는지 확인만 일삼는 게 전문가의 소양인지 의심스러워서 자극을 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심한 폭언으로 되돌아 왔다.

“에이, 이 양반아 당신도 내 입장 돼 보슈.”

증권 방송에 나가서 시청자들에게 전문적인 식견을 자랑하기도 하고, 따르는 여러 투자자들에게 방향과 조언을 일러주면서 수입도 올린다고 자평하는 사람임에도 사실 그 알멩이는 전무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 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다 알게 된 회사 내부자를 귀찮게 해서 얻어 건진 한 두 마디로 투자의 지평을 삼는다는 것은 전문가의 그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얻어진 명예와 부 역시 걸맞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집에 있으면 점심 안 먹어?’라며 식비도 주지 않는 회사

IMF 이후 경기가 좋아진 적은 없는데, 늘 일간지에 대문짝 만하게 채용공고를 내던 회사가 있었다. 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한다고 화려한 미사여구와 함께 공개 채용을 계속 진행했다. 아는 후배가 입사를 했던 모양인데, 불과 몇 달 만에 때려 치고서는 씩씩댔다.

“사기꾼 같은 회사입니다. 석 달은 연수기간이라며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점심 밥값도 주지 않았어요.”

“그래?”

“월급이라는 것도 나가서 물건 팔아야 겨우 받고, 점심 값을 지원해 달랬더니, 집에 있으면 밥 안 먹냐고 하더라구요.”

입사 첫날 절반은 출근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남은 절반에서 또다시 절반이 되는 데는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 남으려 노력했는데, 그 뒤론 실적 탓하며 괴롭혔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보통 회사처럼 보였으나 실상 들어보니 다단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기에 그렇게 허구헌날 채용공고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라는 조직은 어느 정도는 직원들의 희생을 딛고 성장한다. 직원 대부분은 사실 받는 것 보다는 훨씬 더 큰 성과를 조직에 안긴다. 그 덕분에 조직은 성장하고,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가져가는 몫은 어찌 보면 자기 이외 많은 사람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성공과 부를 안겨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페이는 없이 열정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돌려 막는 것도 아니고 인건비 운운하며, 한 사람을 뽑아서 여러 보직을 겸직으로 맡기고 거기다 몇 개의 TF에 넣어서 진을 빼는 조직도 많다. 입만 들고 다니는 사람이야 괜찮겠지만. 괜시리 힘없는 팀원들만 이곳 저곳 불려 다니며 쥐어 짜일 뿐이다. 성과가 제대로 나올 리도 없거니와 설령 성과가 나와도 제대로 보상도 없다. 그래서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더 이상 성장을 멈추게 된다.

어렸을 때 아들 삼형제뿐인 집에는 뭐라도 남아 돌 수가 없었다. 40개 들이 라면 한 박스를 사 놓아도, 사과며 귤을 박스째 들여놔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한창 클 나이 때엔 밥 먹고 나서 간식으로 라면을 두어 개 끓여먹기도 했고, 사과 한 개로는 성에 차지도 않았다.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어, 비교적 저렴한 식빵을 사다 놓고 먹기도 했는데, 식빵 한 줄도 순삭이긴 마찬가지였다.

재래시장 근처에 살았는데 겨울이 다가오면 어머니께서는 가게에서 내다 버리는 썩고 멍든 사과를 박스째로 얻어오시곤 했다. 일일이 썩은 부위 잘라내고 썰어서 잼을 만드셨다. 한 박스가 넘는 사과도 썩은 부분 다 자르고 만든 잼은 겨우 한 병도 안 되었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 않으면 아무리 잘 만든 사과 잼도 썩은 잼이 되고, 썩은 오렌지를 그대로 짜면 썩은 주스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썩은 부위는 도려내지 않고 오히려 썩은 주스에 설탕과 향만 입혀 코와 입만 현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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