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팔라듐 가격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최근 3달간 약 20%의 상승세를 보이며 16년만에 금 가격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팔라듐이 가솔린엔진 배기가스 정화장치 촉매제로 쓰이는 만큼 완성차와 엔진 제조업체에 지속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팔라듐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과 비교해 0.99%(11.10달러) 내린 온스당 1111.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한때 장중 1137.70달러까지 오른 팔라듐 가격은 연내 최저점과 비교하면 34.5%나 올랐다. 팔라듐은 지난 8월 15일 연내 최저점인 835.30달러를 기록한 뒤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 팔라듐 가격 추이. 자료=마켓워치 캡쳐

가솔린 엔진 생산에 '제동?'

팔라듐은 산업용 금속인 백금(Platinum)과 함께 자동차와 연관이 깊은 귀금속이다. 플래티넘그룹메탈의 세계 팔라듐 용도별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촉매로 688만8000온스나 쓰인다. 자동차 촉매 뒤를 이어 전자(120만9000온스), 치과용(44만7000온스)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팔라듐은 자동차 촉매전환기 산화 촉매제로 쓰이는 만큼 가솔린 엔진 차량 판매량이 증가하면 가격도 함께 오른다.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레 완성차 제조업체와 엔진 제조업체는 적지 않은 타격을 준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팔라듐 가격 상승은 완성차 제조업체나 엔진 제조업체의 제조 단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완제품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팔라듐은 자동차용 촉매변환기에서 일산화탄소, 미연소 탄화수소를 탄산가스와 물로 변화시키는 산화촉매로 쓰인다. 부식과 마모에 강해서 금이나 백금을 쓰는 커넥터나 스위치, 릴레이 등 전기 접점 도금 등이나 전극 등에 비싼 금 대신 가격이 저렴한 팔라듐을 쓰기도 한다.

팔라듐은 상온에서 부피 900배 이상의 수소를 흡수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수소저장합금에 이용된다. 이 부분은 수소자동차와 연관이 크다. 수소자동차 생산에는 규모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만큼 타격을 입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 소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수소전기차 생산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라면서도 “향후 팔라듐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수소전기차 양산 형태 구축 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연료별 글로벌 자동차 등록대수 전망 추이. 자료=엑손모빌

무서운 상승세, 금값까지 추월하나?

팔라듐 상승세는 자본시장에서도 관심사다. 무서운 상승세를 나타내는 팔라듐은 금 가격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 인도분은 전날과 비교해 0.17%(2달러) 떨어진 온스당 1234.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팔라듐과 격차는 110.1달러다. 금값은 최근 3달간 0.52%, 1년간 5.25% 하락했다.

팔라듐은 금값을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 팔라듐에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초원인에 가격이 변화한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기 촉매제용 수요가 오르면서 팔라듐은 금과 별개로 상승추세를 이어갈 수 있다. 전기차 공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솔린 엔진이 대세인 만큼 팔라듐 수요는 지속할 전망이다.

원자재 시장분석전문기관 코리아피디에스의 손양림 책임연구원은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디젤엔진 차량이 줄고 가솔린 엔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는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가격 상승은 지속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하락요인도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백금과 로듐으로 대체하거나 혼합하는 방식을 쓴다면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지나치게 가격이 오르면 반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올해 초 팔라듐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온스당 1000달러가 깨진 바 있다. 당시 팔라듐 가격상승에 따른 차익 시현을 위한 매도세 증가가 팔라듐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2년까지 팔라듐 생산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추가 상승을 예상한 반면 "전세계 팔라듐 40%를 공급하는 러시아에서 자원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하락 요인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팔라듐과 함께 산업용 금속인 백금 1월 인도분은 전날 대비 0.14%(1.2달러) 떨어진 온스당 834.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백금은 디젤엔진 배기가스 정화 촉매제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