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화장품 시장에 더마코스메틱 열풍이 불고 있다. ‘더마코스메틱(Dermocosmetic)’은 피부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의 합성어로 화장품에 피부 과학의 전문성을 더한 제품을 말한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병원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로 화제가 되었던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인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이 기타 병원 화장품, 닥터 화장품, 제약사 화장품 등과 함께 더마코스메틱란 의미에 포함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더마코스메틱의 개념이 실제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 인식되고, 관련 연구가 가속화되면서 소비자 니즈가 높아져 더마코스메틱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목받는 ‘더마코스메틱’ 왜?

최근 관련 업계는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잡기 위해 다양한 생존전략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매년 약 1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H&B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관련 카테고리는 연평균 매출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브랜드 정체성을 아예 더마코스메틱으로 전환하는 브랜드들도 늘고 있으며 신규 론칭한 제품들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더마코스메틱의 성장은 소비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인식 변화에 원인이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의 피부가 민감해지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더마코스메틱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강점이 바로 성분의 차별화다. 기업마다 전략은 다르지만, 뛰어난 기술력으로 탄생시킨 ‘특허 성분’으로 시장 공략에 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매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등 유해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현대인에게 최적의 피부 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의 피부가 민감해지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더마코스메틱을 찾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피부과학 브랜드 아이오페가 아이오페랩을 통해 우리나라 20~39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93%가 자신의 피부가 민감하다고 답변했다. 민감성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예민한 피부에 대해 고민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이오페 측의 설명이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여성들은 대부분 건조, 가려움 등 증상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고 화장품 때문에 피부에 심각한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답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화장품의 유형, 성분, 효과를 꼽았다. 이에 건성·지성·중성·복합성 등 피부 타입에 상관없이 외부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민감 피부를 위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소비자 역시 늘고 있고, 그 대표적인 화장품으로 더마코스메틱이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아모레·LG생건·애경도 총력전

더마코스메틱의 치열한 경쟁으로 각 뷰티기업들은 새로운 브랜드 론칭이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그동안 코스메슈티컬을 내세웠던 CNP차앤박화장품과 고운세상코스메틱 등의 브랜드들이 더마코스메틱으로 슬로건을 변경하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들이 더마코스메틱이라고 불리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컬뷰티 브랜드 '에스트라 365' 제품. 출처=에스트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메디컬뷰티 전문 자회사인 브랜드 ‘에스트라’는 지난해 공개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7%, 11.3%가량 상승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매출과 영업 이익이 떨어진 가운데 거둔 성과였다.

최근에는 한국소비자포럼에서 진행한 ‘2018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에스트라는 병·의원과 약국을 중심으로 안티에이징과 피부의약 제품 등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다. 에스트라 브랜드 이외에도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로 더마 리페어라인을 론칭하는 등 더마코스메틱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더마코스메틱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회사는 LG생활건강이다. 올해 더마코스메틱 사업 확장을 경영 목표로 잡기도 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2017년 태극제약을 인수했다. 태극제약 지분 80%를 446억원에 인수한 LG생활건강은 나머지 지분 20%도 추가로 사들여 태극제약이 갖고 있는 의약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더마코스메틱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LG생활건강의 더마브랜드 '더마리프트' 제품. 출처=LG생활건강

이에 자사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케어존’ ‘더마리프트’ ‘CNP코스메틱스’로 시장에도 진출했다. 저자극 화장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고품질의 저자극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차세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면서 이를 강조한 만큼 앞으로도 관련 사업 확대에 지갑을 열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장품 업계에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애경산업은 지난 9월 JW신약과의 협업을 통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더마에스떼’를 출시했다. 이 브랜드는 기존의 더마 화장품이 저자극의 순한 기능을 강조한 것과 달리 즉각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독한 더마 성분을 사용해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 애경산업은 지난 9월 JW신약과의 협업을 통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더마에스떼’를 출시했다. 출처=애경산업

제품에는 JW신약의 특허 기술 CTP(Cytoplasmic Transduction Peptide)를 적용했다. CTP 기술은 세포막 투과성 물질이 세포길을 열어 단백질이나 의약품들을 세포 내로 잘 전달하도록 개발된 약물전달기술로, 뛰어난 세포막 투과 효능이 있어 적은 양으로도 유효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브랜드 측의 설명이다.

 

제약업계도 뛰어든 ‘더마코스메틱’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검증된 화장품을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더마코스메틱 시장에서 가장 활약하고 있는 제약사는 동국제약이다. 동국제약은 2015년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 24’를 선보여 대표제품 ‘마데카 크림’으로 화장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데카 크림은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의 주원료인 ‘센텔라아시아티카’라는 식물추출 성분에 기반한 제품이다.

▲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의 마데카 크림 제품. 출처=동국제약

이는 지난해 100만개 이상 팔린 인기상품으로 홈쇼핑과 인터넷 판매로만 지난해 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동국제약 전체 매출 3500억원의 약 14.3%에 이르는 규모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마데카 크림은 상처를 치유하는 마데카솔 연고의 이미지가 강해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다”면서 “지금은 홈쇼핑을 통한 판매가 주를 이루지만 최근 이마트와 롭스 매장에 입점하는 등 유통채널이 넓혀진 만큼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121년 제약 기술을 기반한 동화약품도 뷰티 브랜드 ‘활명’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스킨케어 브랜드 ‘활명’은 조선시대 궁중비방을 바탕으로 제조된 활명수 성분 중 5가지 생약성분(육계, 건강, 정향, 진피, 육두구)을 엄선해 만든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 동화약품의 뷰티 브랜드 '활명'의 제품. 출처=동화약품

특히 ‘활명 스킨 엘릭서’는 토너, 미스트, 세럼, 오일이 한 병에 들어있는 제품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도 내놓고 있는 제품인 만큼 동화약품은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힘을 쏟고 있다.

일동제약은 약 70년이 넘는 의약품 연구 성과를 토대로 화장품 브랜드 ‘퍼스트랩’을 내놓았다. 퍼스트랩 브랜드는 ‘2018 한국소비자평가 최고의 브랜드’ 대상을 받는 등 화장품 업계에 등장한 제약회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동제약은 자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기술력을 활용해 마스크, 크림, 세럼, 아이크림을 선보였다.

▲ 일동제약의 화장품 브랜드 '퍼스트랩' 제품. 출처=일동제약

특히 프로바이오틱 마스크 제품은 다수의 피부 관련 인체적용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취득해 700만장이 판매되는 저력을 보였다. 이러한 일동제약의 유산균 개발기술과 임상 실험 입증을 바탕으로 성인여드름이나 기미치료, 색소 침착 개선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전문가들은 더마코스메틱의 시장 잠재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개인화된 소비 트렌드 변화로 더마코스메틱의 높은 성장은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난해 국내화장품 시장 성장이 정체했으나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26% 성장하는 등 향후 비중확장의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인사이트 코리아는 “소셜 빅데이터 분석결과 더마코스메틱의 유통채널이 다각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체 화장품 산업의 유통채널 비중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의료기관과 약국 비중이 크지만 향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의 차별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면서 “대다수 브랜드가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공략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을 만큼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