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KCON JAPAN 박람회에 마련된 한국 음식 판매 코너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일본 관람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한류라는 표현은 드라마나 대중가요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인기를 지칭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약 20년의 시간 동안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다양한 분야와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확장됐고 ‘한국(의)=한류’라는 일종의 등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의)=한류’라는 등식에서 한류가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 어떤 기준에서 평가해야 하는지, 한류를 매개로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이며 그 주체는 누구인지 등은 여전히 모호하다. 물론 문화라는 큰 범주의 개념 그 자체가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한류의 개념도 그 범주가 모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이것이 한류의 첫 번째 약점이다.

그러나 반한(류)나 혐한(류) 등 반작용 기조는 콘텐츠 산업과 연계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일련의 기조들이 한류를 매개로 등장한 현상이며 한류와 관계 속에서 해석이 필요하다면 한류의 개념과 범주나 지향점을 어떻게 설정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문화라는 범주 아래 포함된 수많은 산업 영역을 모두 포괄해 설명할 수 있는 개념까지는 아니더라도 산업별로 다르게 설명될 수 있는 한류의 개념 설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반한(류)나 혐한(류), 항한(류) 등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러한 기조가 형성된 원인은 무엇인지,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진단과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한류가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과 일본에 편중돼 있다거나 단기 이익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한류를 바라보는 관점은 한류 전개 과정에서 노출된 한계이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교적으로 민감한 접점이 많은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정치·외교적 요인에 상당히 취약해, 관련된 이슈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반(反)정서에 이리저리 휘둘린다. 물론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한류의 영역이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 여전히 한류는 중국과 일본에 의존적이다.

덧붙여 국내 콘텐츠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해외로 한류 콘텐츠 수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분쟁의 해결방안에 대해 아직은 체계가 잡혀 있지 않으며 그를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도 부족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류가 글로벌 트렌드가 되려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한류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한국·중국·일본 등 국내외 콘텐츠 전문가들 12인과 함께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지난 20년 이상의 긴 시간에 걸쳐 지속된 한류 문화 교류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한류 지체 혹은 위기로 일컬어지고 있는 상황들이야말로 한류에 대한 성찰의 기회”라고 의견을 모았다.

연구원들은 “한류가 일시 유행이 아닌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위기 요인이 되는 문화 갈등의 본질과 장애 요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하면서 “일방적인 생산과 판매가 아니라 타 문화의 수용과 소비가 있을 때 비로소 문화 교류가 성립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한류 교류국들과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실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화로 상대방의 국가를 정복하고자 하는 ‘유사문화제국주의’로 다른 나라들에게 오해받지 않도록 민간 차원의 자연스러운 교류와 공감으로 상호 시너지 효과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세심함도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위해 한류 교류국가의 정책이나 각종 규정 등 관련 정보 수집과 축적을 위한 제도적 지원, 관련 정책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시행할 수 있는 지휘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는 정부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고정민 교수는 “콘텐츠 유통의 속도가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지면서 한류에 열광하는 주기도 급격히 짧아졌다”면서 “수출 시장으로만 여겼던 중국이 막강한 자본을 활용해 각 콘텐츠 산업분야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콘텐츠 자체의 질적 경쟁력과 유통 경쟁력을 키우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면서 “K-POP 그룹의 인기에만 기댄 전략은 효과의 유지 주기가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며 우리에게서 지속 생산되는 고품질의, 기발한 콘텐츠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플랫폼의 강화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