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2010년 2월 25일 A씨의 가족인 B씨를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가 2013년 6월 24일 보험계약자를 A씨에서 B씨로 변경하였습니다. 한편 B씨는 2010년 7월 21일 B씨 자신을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추가적으로 체결하였는데, 이처럼 B씨가 보험계약자로 가입되어 있으면서 보장내용이 유사한 보험은 2010년 1년만에도 47개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B씨는 허리뼈 염좌 등으로 입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0년 4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총 1037만원의 보험금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하여 보험사는 B씨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취득하기 위하여 보험을 체결하였으므로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며 B씨에 대하여 이미 지급한 1037만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통상 법원은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 상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판단기준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B씨가 체결한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A씨와 B씨가 2010년 1년 동안 체결한 보험계약의 건수는 47건이나 되었고, 보장내용과 성질이 유사한 다수의 보험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가입할 특별한 이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A씨와 B씨는 매월 보험료로 2,017,887원씩을 납부하고 있었는데, 이는 A씨와 B씨의 수입에 비추어 매우 많은 금액에 해당하고, 그 동안 A씨와 B씨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돈은 적어도 183,627,901원에 이르렀다는 점은 A씨와 B씨가 부정한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유력한 정황증거가 되었습니다.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우리 법원은 이 같은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 상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만약 보험계약을 ‘유효’하다고 볼 경우 보험계약을 악용해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하여 사회적 정의를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쳐, 같은 조건으로 가입한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제는 일부 보험계약의 경우 나중에 B씨가 ‘보험계약자’로 지위를 변경하기는 하였으나, 한 때 ‘보험계약자’가 아닌 ‘보험수익자’였다는 것이고, 이 경우 민법 상 ‘제3자를 위한 계약’법리(민법 제539조 이하)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사와 당시 보험계약자였던 A씨 사이의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것을 이유로 보험수익자였던 B씨에게 보험금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 위반에 따른 무효로 판단될 경우 보험사가 보험계약 체결의 당사자인 ‘보험계약자’에게 이미 지급한 보험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보험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라 보험계약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제3자인 ‘보험수익자’에게도 보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반적인 민법 법리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 1심 법원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2심 법원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른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일종이므로, B씨가 계약자가 아닌 수익자로서 받은 보험금 222만원은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며 1037만원에서 222만원을 뺀 815만원만 돌려주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보험사가 보험수익자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보험사가 자신이 이행해야 할 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질적으로는 보험계약자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며 다시 B씨가 보험사에 대하여 보험금 전액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얼핏 보기에 따라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민법상의 ‘제3자를 위한 계약’법리를 무시하고 민법 제103조에만 치우며 계약‘무효’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처럼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른 이른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서의 ‘보험수익자’는 계약 체결 당시의 상태로 위험발생 가능성을 유지할 의무(상법 제653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험사에 통지할 의무(상법 제657조), ‘보험계약자’가 파산, 지급지체를 한 때에는 보험료를 지급할 의무(상법 제639조 제3항)까지 부담하는 등 보험금을 받을 권리 이외 그에 필적하는 의무도 부담하는 자로서 결코 ‘보험계약자’와 무관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A씨와 B씨는 가족관계로서 사실상 ‘보험계약자’와 이해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여지가 많고, B씨는 A씨로부터 ‘보험계약자’지위를 이전받기도 하였습니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보험사기를 통해 부정한 이익을 취득하려는 시도가 많아집니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만도 7,302억 원으로 2016년에 비해 117억 원이나 증가하였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보면, 반대로 보험사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보험사기로 보기 어려운 정당한 보험금 청구까지 보험사기로 몰아가려는 경향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보험사는 분명 보험가입자들에 비해 절대적인 강자의 위치에 서 있는 만큼, 보험사가 보험가입자들에 대하여 ‘갑질’을 하게 될 가능성은 언제나 잔존합니다. 보험사기와 정당한 보험금 청구를 구분하는 명확한 잣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리 연구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