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2000년대 초 즈음만 해도 해외에서 한국산 식품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산 식품이 교민시장 위주로 유통됐고, 국내 식품기업들의 홍보·마케팅 활동도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다보니 외국인에게 한국산 식품은 겨우 김치나 인삼 정도를 꼽을 뿐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과 미국,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에 케이팝(K-Pop)과 드라마 등 이른바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산 식품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점점 늘어났다. 식품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을 타고 전 세계를 무대로 수출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고, 정부와 관계기관도 다양한 수출지원사업을 통해 힘을 보탰다.

▲ 미국의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김스낵.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그 결과, 2000년 30억 달러에 그친 우리 농식품(수산 포함) 수출은 2010년 59억 달러로 두 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냈고, 지난해 역대 최초로 수출 9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품목도 김치, 인삼 등에 국한되지 않고 이제는 딸기와 파프리카, 라면, 스낵, 음료, 분유, 아이스크림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지역별로 소비자 특성과 취향, 식습관, 환경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거나 혹은 현지에 유통되는 한국식품도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한국식품의 주요 수출시장인 일본과 중국, 미국, 동남아, 유럽 등으로 구분해 지역마다 소비가 가장 활발한 K-Food가 무엇인지 통계를 통해 살펴본다.

▲ 한국산 참치는 일본에 초밥이나 횟감용으로 활발히 공급되고 있다. 출처=makesushi
▲ 일본 수입산 파프리카 시장의 80% 이상은 한국산이다. 출처=경남도청

한국산 참치·파프리카 소비 가장 많은 일본

우리 농식품 제1의 수출시장인 일본. 일본에 가장 많이 수출되는 한국식품은 무엇일까? 바로 참치다. 지난해 2억1000만 달러 규모의 한국산 참치가 일본에 유통됐다. 이는 참치 전체 수출액(6억2550만 달러)의 1/3 이상에 해당된다. 일본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참치는 황다랑어·가다랑어 등 냉동참치인데, 주로 스시용 횟감으로 공급되고 있다. 최근 도쿄와 오사카, 교토 등 관광지를 중심으로 중저가 회전스시 인기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한국산 참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올 9월까지 참치의 일본 수출은 1억7058만 달러로 9% 늘었다.

한국산 파프리카를 먹는 일본 소비자도 많다. 일본에서 파프리카 수입량은 연평균 4만여t인데, 이중 80%는 한국산이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풍부한 비타민으로 일본에서 건강채소로 인식되고 있다. 2001년부터 네덜란드와 뉴질랜드 등 경쟁국을 제치고 지금까지 줄곧 일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산 파프리카 금액은 8948만 달러. 전체 수출액(8920만 달러)의 99% 이상이다. 올 9월 현재 파프리카의 대일본 수출액은 7155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 증가해, 지난해 수출실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 중국 베이징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한국라면. 출처=서울에서 청년으로 사는 것(블로그)
▲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맥주 '블루걸'. 출처=오비맥주

한국산 라면·맥주에 열광하는 중국인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중국에서 잘 팔리는 한국식품 1위는 바로 라면이다. 지난해에만 1억320만 달러가량의 한국산 라면을 중국인이 구매했다. 이는 전년(7530만 달러)과 비교해 37.4% 증가한 수치. 지난해 사드(THAAD) 여파로 대중국 수출이 악화됐음에도, 라면은 주 소비층인 중국의 20~30대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SNS를 통해 한국의 매운라면 시식 후기가 활발히 공유돼 홍보효과가 컸다. 더불어 대형마트와 편의점뿐만 아니라 온라인 마켓으로 판매 창구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져 9월 현재 한국산 라면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737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산 맥주도 중국에서 가파르게 소비가 늘고 있는 품목이다. 한류 인기와 함께 제조자 개발 생산(ODM) 제품 수요가 확대된 덕분이다.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맥주는 오비맥주가 ODM 방식으로 수출하는 ‘블루걸’이다. 광저우 등 중국 남부지역과 홍콩에서 판매망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블루걸은 지난해 기준 중국에 유통된 한국산 맥주 공급량의 90%를 차지했다. 카스와 하이트, 클라우드를 비롯한 한국 토종 브랜드 맥주도 중국 대도시의 한식당·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공급이 늘고 있다. 2017년 한국산 맥주의 대중국 수출액은 5020만 달러로, 전년(240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올 9월까지 중국에서 소비된 한국산 맥주 역시 수출금액만 6904만 달러로, 이미 지난해 수출액을 뛰어 넘어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 미국에서 판매되는 CJ제일제당의 김스낵. 출처=CJ제일제당
▲ 미국 수출용 한국산 배. 출처=shockingly delicious

미국인은 건강한 김스낵과 아삭하고 달콤한 배를 선호

세계 최대 식품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인기 높은 K-Food로 단연 김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에 김은 한인마켓과 일식당을 중심으로 식자재용 김 공급 비중이 컸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특유의 바삭하면서 짭짤한 식감, 낮은 칼로리의 한국산 김스낵이 미국 소비자에게 웰빙 간식으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김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산 김의 대미 수출액은 8660만 달러로 지난해(7030만 달러)보다 23.1% 증가했는데, 단일품목으로 수출액이 가장 많다. 올 9월까지 김의 미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0.2% 증가한 7048만 달러.

배도 미국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품목이다. 지난해 우리 배의 미국 수출액은 전년보다 3.0% 늘어난 3040만 달러. 전체 배 수출액(6628만 달러)의 50% 가까이를 차지했다. 미국이 우리 배 제1의 수출시장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교민 위주로 소비됐지만, 지금은 화교와 히스패닉 시장까지 소비층이 확대됐다. 3년 전부터 우리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신고배가 미국에 유통됐지만, 맛과 품질 면에서 여전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9월 현재 배의 미국 수출액은 13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5.4% 감소했다. 그러나 10월 하순부터 수출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고배가 수확되기 때문에, 수출상황을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 한국의 매운 라면을 '먹방'하는 동남아 소비자. 출처=youtube
▲ 태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한국산 딸기. 출처=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의 라면과 딸기에 빠진 동남아 소비자

동남아는 꾸준한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수준 향상과 한류 인기로 한국식품의 새로운 주력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모두 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데, 금액 면에서 가장 많이 수출되는 품목은 라면이다. 주로 동남아 젊은 층에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유튜브·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매운라면·짜장라면 등 한국의 다양한 라면 시식 후기를 올리는 게 유행이 되면서, 한국산 라면 수요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기준 동남아로 수출된 한국산 라면 금액은 8943만 달러로 무려 62.8%가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올 9월까지 이어져 전년 동기보다 19% 늘어난 6842만 달러를 기록했다.

동남아 소비자들은 한국산 딸기도 무척 좋아한다. 지난해 한국산 딸기의 동남아 수출액은 전년보다 27.2% 증가한 2400만 달러. 이는 전체 수출액(4400만 달러)의 45.5%를 차지하는 규모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와 동남아 국가들 간의 딸기 수출 위생검역이 잇따라 타결되면서, 기존의 싱가포르 외에도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까지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수확시기(매년 11월~이듬해 5월)에 맞춰 동남아 시장에 공급되며, 프리미엄 과일로 현지 중·고소득층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 동유럽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는 한국 OKF의 알로에음료. 출처=OKF

한국산 참치와 음료 소비 꾸준한 유럽시장

고급스러운 식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한국식품을 좋아할까? 금액 면으로 가장 많이 수출되는 품목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참치다. 지난해 기준 유럽에서만 1억3730만 달러가 수출됐다. 전년과 비교해 24% 증가한 수치다. 이는 유럽시장에서 일식 레스토랑과 스시 프랜차이즈가 확대되면서 식자재용 한국산 참치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프랑스(5000만 달러)와 이탈리아(3960만 달러), 스페인(3440만 달러)은 일본과 태국에 이어 한국산 참치의 제3~5의 수출시장이다. 다만 올 9월까지 한국산 참치의 대유럽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줄어든 8387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이탈리아의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와 프랑스 내 식자재용 참치 재고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시장에 꾸준히 수출되는 한국식품으로 음료가 있다. 특히 서유럽보다 폴란드·불가리아 등 수입산 음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동유럽을 중심으로 달콤하면서 건강한 이미지의 알로에음료가 동유럽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외에 인삼음료와 오미자음료, 유자음료, 쌀음료를 비롯한 이색적인 한국의 건강음료가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의 아시안 마켓과 현지 대형유통체인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수출액은 337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올 9월까지 우리 음료의 대유럽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소폭 증가한 2840만 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