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국내 게임 업체들의 MMORPG(대규모다중역할수행게임)가 콘솔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오래전부터 관련 논의는 있었으나, 이젠 가시화될 전망이다. 콘솔 시장은 북미·유럽 등 게임 시장 파이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국내 콘솔 게임 수출액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대형 게임사들의 플랫폼 다각화로 북미·유럽 수출길이 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국내에서 콘솔 시장에 진출한 MMORPG는 블루홀의 ‘테라’가 첫 번째다. 이어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올해 안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네오위즈의 ‘블레스 언리쉬드’는 다음해 출시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TL’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게임은 PC와 콘솔 플랫폼을 모두 노린다.

▲ 테라 대표 이미지. 출처=블루홀

콘솔로 나오는 국내 MMORPG
블루홀은 지난 4월 테라의 콘솔 버전을 북미·유럽 지역에 출시했다. PS4와 엑스박스원에 모두 내놨다. 이 게임은 출시 약 3주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테라는 지난 2011년도에 출시됐으며 한국, 북미, 유럽, 일본 러시아 등 지역에 2500만 이용자를 확보한 MMORPG였기에 IP(지식재산권) 파워가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블루홀에 따르면 북미·유럽 지역에서 기존 테라 PC온라인을 즐기던 팬들의 많은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펄어비스는 국내외에서 흥행하고 있는 ‘검은사막’ IP를 올해 안에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 게임 또한 흥행 여부는 긍정적이다. 원작 PC온라인 검은사막이 북미·유럽에서 흥행에 성공한 게 이유다. 검은사막 콘솔 버전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점 출시한다. 펄어비스는 국내외 출시한 검은사막 온라인과 올해 국내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이 연이어 대박을 터트리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콘솔 플랫폼 출시로 검은사막 IP가 또 하나의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느냐의 여부도 시장의 관심사다. 

네오위즈는 ‘블레스’ IP를 이용해 만든 ‘블레스 언리쉬드’를 다음해 출시할 계획이다. 엑스박스원을 통해 우선 출시되며, 이 게임은 원작 PC온라인 게임 블레스의 세계관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사실상 다른게임이다.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는 지난 8월 미국 게임쇼PAX WEST에서 블레스 언리쉬드의 첫 번째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TL’을 PC버전과 콘솔버전으로 모두 준비 중이다. 아직 많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게임인 만큼 콘솔로 출시를 준비 중인 국내 MMORPG 중에서는 조금 늦게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PC버전으로는 오는 겨울에 CBT(비공개 베타 서비스)를 앞두고 있어서 게임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 콘솔게임을 하고 있는 남성의 모습. 출처=이미지투데이

게임사 플랫폼 다각화 노린다
게임 업체들은 콘솔 플랫폼으로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건 플랫폼을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게임의 개발 시작 단계부터 여러 플랫폼으로 만들 것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한다. 

하나의 IP로 플랫폼을 다각화하는 전략은 게임사 측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기존에 있는 콘텐츠를 플랫폼에 맞게 변형해 출시하면 이미 해당 게임에 익숙한 예비 수요자들이 많은 데다가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의 콘텐츠를 참고해 게임 운영을 하므로 콘텐츠 업데이트 등도 빠르다.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2레볼루션’ 등이 모바일로 출시하며 그 선례를 보여줬다. 이들 게임을 비롯한 국내 MMORPG는 모바일로 재탄생해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플랫폼 확장 효과를 증명한 셈이다. 

PC와 모바일게임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진단도 플랫폼 다각화에 힘을 실어준다. 현재 PC와 모바일 시장에서는 소수의 오래된 IP가 전체 매출액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모바일 MMORPG 매출액은 국내 유저에게 많은 부분 의지하고 있다. 게임 업계는 좀더 넓은 시장이 필요하다. 판호 등 정책 이슈로 게임이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 아니라면 그다음은 북미·유럽이다. 이 지역은 여전히 콘솔 게임 시장 비중이 높다. 이를 증명하듯 북미 유럽에서 열리는 유명 국제 게임쇼에는 콘솔 비디오 게임 전시가 주를 이룬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뉴주는 올해 전 세계 게임 시장 매출은 1379억달러에 이르고, 그중 콘솔 게임 시장 매출액 규모는 모바일(703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출액인 346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해외에서는 MMORPG 장르가 콘솔로 나와 있다. ‘네버윈터 온라인’, ‘엘더스크롤 온라인’, ‘파이널판타지14’ 등이 그 예인데, PS4, 엑스박스원부터는 콘솔이 온라인 환경이 더 좋아졌다.

다만 국내에서는 당분간 콘솔 MMORPG 출시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콘솔 시장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5%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이용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인데, 수십명이 모여 하는 레이드 콘텐츠 등이 핵심인 MMORPG를 국내에서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임사들도 콘솔 시장은 북미·유럽 지역을 우선으로 들어가고 그 이후 영역을 넓혀갈 방침이다. 

수익모델도 게임사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패키지 판매 방식을 가져갈 것인가, 부분유료화(Free to Play)모델을 채용할 것인가다. 두 모델을 동시에 택할 수도 있다. 국내 게임시장에선 대부분의 MMORPG가 부분유료화 수익 모델이다. 그러나 북미·유럽 지역은 과금 성향이 국내와는 다를 수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블루홀의 테라는 부분유료화 모델이며,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패키지 판매와 부분유료화 수익 모델을 둘 다 택해서 출시할 예정이다. 네오위즈의 블레스 언리쉬드는 부분유료화로 서비스한다.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TL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