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18일 북한을 방문한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현지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와 공동으로 18일부터 19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현대그룹의 염원인 남북경협 재개 관련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대내외 현실을 보면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현대그룹도 현 회장의 방북은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경협 관련 내용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 현대그룹 사옥. 출처=현대

현대그룹 관계자는 6일 “금강산관광이 처음 시작된 1998년부터 20년이 지난 올해 기념식을 북한에서 여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면서도 “현 회장은 올해 이미 2번 북한을 방문했기 때문에 또 방문하더라도 이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협 관련한 이야기도 크게 말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그룹도 남북경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유엔재재, 미국제재, 한국의 제재 등 정부 당국간의 제재 완화 혹은 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북경협에 대해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제재가 풀리게 되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T)팀 중심으로 경협재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위원장인 그룹차원의 남북경협TFT와 실무를 담당하는 현대아산의 남북경협 TFT팀 2개를 운영 중이다. 주1회 남북경협 관련한 회의를 개최하고 필요시에는 현 회장 혹은 담당자 중심으로 수시로 회의를 연다는 것이 현대그룹의 설명이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출처=현대

현 회장의 꿈 ‘대북사업’ 재개 이뤄질까

현정은 회장은 9월 평양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도 특별수행단으로 참석했다. 현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남북경협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현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정상화 추진을 언급할 때 가슴이 먹먹해 졌다”면서 “금강산광광이 시작된지 20년, 중단된지 10년이 넘었지만 남과 북에서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금강산관광이 여전히 기억되고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에 사업자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이어 “앞으로도 넘어야할 많은 장애물이 있겠지만 이제 희망이 앞에 있음을 느끼고 있는 만큼 남북경협의 개척자이자 선도자로서 현대그룹은 담담하게 남북경협에 적극 나서겠다”면서 “남북평화와 공동번영에 작지만 혼신의 힘을 보탤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 회장이 남북경협 재개 의지를 천명했지만 앞에 놓인 장애물은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협상을 먼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의 비핵과 논의의 성과에 따라 제재완화에 이은 남북경협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독자제재 완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데 이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논의 결과가 좋아야 기대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이는 현대그룹뿐만 아니라 남북경협을 생각하고 있는 모든 기업에도 해당된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비핵화가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대북경협의 가능성이 발생한다”면서 “남북경협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잘 봐야 하고, 자기 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북한과 협력해서 가치가 나올 수 있는 분야를 잘 선택해 속도를 내기 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성과를 내면서 단계별로 경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금강산 관광 재개도 비핵화 협상에 이은 미국 정부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제재완화로 남북경협이 진행되더라도 가장 가까운 시일 내 할 수 있는 사업은 개성공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총 6개의 남북경협 사업권을 보유 중이다. 금강산 관광지구 관광사업권 및 개발사업권,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토지이용권, 개성공업지구 개발사업권, 개성관광 사업권, 백두산관광 사업권, SOC개발 사업권을 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이 중 SOC사업권은 전력, 통신, 철도,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의 7개로 나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