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 증가와 점진적인 임금 상승은 숙련된 여성들을 다시 직업 전선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지난 20 년 동안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노동 참여가 증가해 왔지만 유독 미국의 여성 노동 참여 비율은 감소해 왔다.  출처= TaxLinked.ne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여성 노동 참여비율은 지난 20 년 동안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이 증가세를 보인 것과 달리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사상유래없는 미국 경제 호황에 따라 여성 노동 참여비율이 장기적이 하향 곡선을 탈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9월말 현재 미국 실업률이 1950년대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한창 일할 나이인 25세부터 54세 사이의 미국 여성의 노동 참여율도 최저치를 기록했던 3년 전(2015년 9월) 73.3%에서 반등, 75.2%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자리 증가와 점진적인 임금 상승은 숙련된 여성들을 다시 직업 전선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비록 대학 졸업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아직 정체에 빠져 있지만, 25세 이상 여성 고등학교 중퇴자의 노동 참여율은 3년 전 32.1%에서 지난 9월 33.8%로 증가했다.

노동 참여율은 경제 성장의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노동 참여가 둔화된다는 것은 기계를 관리하거나 식당에서 서빙하는 근로자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2000 년만 해도 미국은 선진국 경제에서 여성 참여율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그러나 이후 계속 떨어져 후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여성 노동 참여율은 캐나다, 호주, 영국의 여성 노동 참여보다 떨어졌다. 지난 17년 동안 독일, 이탈리아,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 여성의 노동의 참여율이 증가했지만 미국은 같은 기간 동안 3% 포인트나 감소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의 경제학자 로버트 모핏 교수는 그 이유 중 하나로 해외와의 경쟁으로 보수가 좋은 숙련된 기술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기간 경제가 성장하고 실업률이 줄면서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미국의 여성 노동 참여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인구 고령화는 더 많은 여성이 은퇴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젊은 여성들도 직장보다는 대학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노동 여성 참여율의 발목을 잡은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도 원인이 있다.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정부가 육아 휴직 정책과 보육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들의 노동 참여율을 꾸준히 높여왔지만 미국은 그런 정책을 쓰지 않았다.

하버드 대학교의 클라우디아 골딘 경제학 교수는 “미국의 부모들은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은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 12주 동안의 무급 휴가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만일 그 이후에도 자녀를 돌보기 원한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미국내 휴가 및 보육 정책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사립 보육은 비용이 많이 든다. 미국노동부에 따르면 1991년 이후 소비자 물가지수는 87%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탁아 및 보육원 비용은 196%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 가정에서 육아 비용의 비중은 순소득의 22.5%로, OECD 국가 평균인 12.6%를 훨씬 상회했다. 저숙련 노동을 하는 여성의 경우, 저임금 일자리를 갖고 있으면서 고비용 보육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고용 시장이 개선되면서 일부 우량 기

업과 기술 대기업들은 처음 부모가 되는 사람들에게 유급 휴가와 파트 타임 일자리 기회 등, 유급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산모를 위해 20주간의 유급 휴가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회사의 하도급업체들도 신생아 부모에게 최소 12주의 유급 휴가를 제공해야한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도 신생아 부모에게 출산 또는 입양 후 전액 급여를 지불하는 무제한 유급 가족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유급 휴가는 이런 소수의 민간 회사에 제한되어 있으며, 휴가 기간도 산업별로 매우 다양하다. 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17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금융, 기술, 과학기술서비스 분야의 회사에서 유급 휴가 제도 시행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저숙련 여성이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레저 및 서비스 산업에서는 시행률이 가장 낮았다.

조세 정책도 미국과 세계 다른 나라 간에 큰 차이가 있다. 영국, 스웨덴, 캐나다 등에서는 근로자가 결혼하더라도 각각 개인적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개별 신고 제도는 결혼한 부부의 낮은 소득자(대개 여성)는 고소득 배우자와 동일한 세율로 과세되지 않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배우자는 별도의 부업을 할 수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부부가 모두 돈을 버는 가구는 합산 소득으로 높은 세율로 과세됨에 따라 다른 부업을 갖기가 어렵다.

최근 여러 유럽 국가에서 여성의 노동 참여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소득은 낮아지지만 관리 책임도 줄어들어 보다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기 위해서다. 유럽 ​​연합(EU)의 경우, 직장을 가진 여성의 거의 3분의 1이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은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앞장서 여성 노동력 참여를 높이기 위한 공공 정책을 적극 실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