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글로벌 컨설팅 업체 ‘머서(MERCER)’는 23일 ‘호주금융센터(ACFS)’와 함께 ‘2018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 지수(이하 MMGPI)’ 보고서‘를 발표하고 글로벌 연금지수에 의한 국가별 순위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금지수 순위는 네덜란드가 종합점수 80.3점으로 지난 6년 동안 1위를 지켜온 덴마크(80.2점)를 0.1점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적정성 75.9점, 지속가능성 79.2점, 안전성 88.8점을 얻어 종합지수 80.3점으로 A등급을 받았다.

3위는 핀란드(74.5), 4위는 호주(72.6), 5위는 스웨덴(72.5)으로 세계적 연금제도 확립을 북서부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 지수’(자료: 멜버른·머서 보고서(MMGPI))

한국의 연금제도는 47.3(D)점을 받아 34개국 중 30위를 차지했다. 총점은 작년 47.1(D)과 비슷하지만, 순위는 지난 해 25위에서 5단계 하락했다.

순위 하락의 원인은 홍콩, 페루,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등 4개국의 신규 지수의 편입과 일본의 4단계 상승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D등급 국가의 연금제도는 바람직한 측면도 있으나 일부 주요한 약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어 개선하지 않을 경우 효율성이나 지속성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은 연금액의 적정성에서 46.9점,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46.8점, 사적연금제도의 완전성 에서 47.9점을 받아 전 항목 합계 47.1점을 받아 D등급으로 평가받았다.

평가 지수는 40개 이상의 항목으로 구성되며 각각 연금액의 적정성(Adequacy), 제도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사적연금제도의 완전성(Integrity)이 기준이다. 한국은 적정성에서 45.4점, 지속가능성에서 48.1점, 완전성에서 49.3점을 받아 전 항목 D를 받았다.

평가 대상 34개국 전체 평균 종합지수는  60.5점이다.

▲ ‘2018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 지수’(자료: 멜버른·머서 보고서(MMGPI))

한국 개선 권고 사항, 저소득층 지원확대-연금지급 의무화-디폴트 옵션제 등

한국의 연금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권고된 개선 사항은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 가속화(과거 퇴직금의 퇴직연금 귀속) △저소득층 연금 가입자에 대한 지원 확대 △퇴직연금의 연금 지급 비중 의무화 △적립 비율 준수를 위한 법적 제재 미흡 △퇴직연금제도의 사후 관리와 이를 관리할 사내 위원회 부재 및 독립적 감사 요건 강화 △디폴트 투자 옵션의 다양화 부재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커뮤니케이션 요건 강화 △퇴직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이었다.

황규만 머서코리아 부사장은 한국 연금제도에 대해 “빠르게 심화되는 우리나라의 인구 노령화로 인해 국민연금에 가중되는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퇴직연금의 빠른 정착이 중요하다”며 “저조한 투자수익률 개선을 위해 전반적인 인프라의 개선, 퇴직연금 사업자와 자산운용자의 책임 의무 확대, 그리고 효율적인 비용구조로 가입자의 투자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기금형 및 연합형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효과적으로 사후관리 할 수 있는 독립적인 퇴직연금위원회의 책임과 의무를 현실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머서 인베스트먼트 오은정 지역본부장은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하여 원리금보장 상품에 치중해 온 운용을 다변화하여 다양한 실적배당형 상품이 증대돼야 한다. 특히 퇴직연금의 장기투자 특성상 생애주기별 전문자산배분에 따라 운용되는 디폴트 투자옵션 및 투자원칙보고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 지수’ 평가방법 (자료: 멜버른·머서 보고서(MMGPI))

MMGPI는 조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 년째이며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34개국 연금 제도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국가들이 은퇴 후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데 주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특히 올해 조사에서는 모든 평가결과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연금액의 적정성과 제도의 지속가능성 간 대립에 대한 우려가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올바른 균형을 찾고 필요한 변화를 가능케 할 정책과 경제적 여건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서의 데이비드 앤더슨(David Anderson) 인터내셔널 사장(President)은 “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각국 정부가 연금제도 개혁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선진국들은 이미 인구변화가 초래할 연금제도에 대한 부담을 인식하고 있다. 많은 아시아 정부에서도 자국의 이러한 추세를 인식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에 착수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이러한 조치는 미래의 연금제도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것이다”고 말했다.

◇2018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 지수

한국은 2012년부터 머서 글로벌 연금지수 조사에 포함됐다. 멜버른 머서 글로벌 연금 지수는 호주금융연구센터(ACFS, Australian Centre for Financial Studies)와 머서가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와 핀란드 연금 센터(The Finnish Centre for Pensions)의 재정 지원을 받아 조사한 뒤 발표한다. 각 국가별 종합 지수는 연금액의 적정성(Adequacy, 40%), 제도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35%), 사적연금제도의 완전성(Integrity, 25%) 등의 가중평균으로 산정된다.한국은 지난 2012년부터 머서 글로벌 연금지수 조사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