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쟁의기간 중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다’는 단체협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 A씨를 비롯한 유성기업 주식회사(이하 유성기업) 소속 근로자들은 2011. 3.경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다 사측인 유성기업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결국 쟁의행위를 개시하였습니다. 그러자 유성기업은 직장폐쇄 조치를 내리며 이에 대응하였고, 같은 해 10월 A씨를 비롯한 유성기업 소속 근로자 27명을 해고하였습니다(이상 1차 해고). 이후 노조와 유성기업 사이에 벌어진 소송에서 유성기업의 1차 해고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져 유성기업은 결국 이들을 복직시켰습니다. 그러나 2012. 3.경 A씨를 비롯한 유성기업 소속 근로자들은 임금협약 결렬 등을 이유로 다시 쟁의행위를 개시하였고, 유성기업은 쟁위행위가 한창 이루어지던 중인 2013. 10.경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종전 쟁의행위 기간 중에 이루어진 사유를 들어 A씨를 포함한 근로자 11명을 재해고 하였습니다(이상 2차 해고). A씨 등 근로자 11명은 이에 반발하여 즉각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유성기업과 유성기업 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중 ‘쟁의기간 중에는 쟁의 등 인사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와 노조 사이에 체결되는 단체협약 중에는 헌법상 근로자들에게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처럼 ‘쟁의기간 중 신분보장’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은 ‘쟁의기간 중 신분보장’규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쟁의기간 중 신분보장 규정은 노동조합의 실질적인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쟁의행위가 실체적·절차적으로 정당하다면, 쟁의기간 중 징계절차 개시를 비롯해 조합원에 대한 일체의 징계를 할 수 없을 것이나, 쟁의행위가 부적법하거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조합원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주류적인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3두3351판결 등 참조).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쟁의 기간 중 이루어진 2차 해고가 적법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2차 해고의 정당성을 평가하였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1심은 쟁의행위가 1년 이상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정당한 행위라 보기 어려워 회사가 징계권을 행사하더라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여 유성기업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은 2차 해고가 이루어질 당시의 쟁의행위를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쟁의행위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쟁위행위의 목적, 절차, 수단 등이 모두 적법해야 하는데, 당시 쟁의행위는 주된 목적이 임금협상을 위한 것이었고, 이를 위한 절차나 수단 등도 모두 적법성을 갖추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유의할 점은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경영자 또는 노조가 자신의 입장에 맞추어 예단을 내려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는 사후적으로 그것도 법원이라는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 내려지는 것이고, 법원의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방송연기자도 헌법 상 보장된 노동 3권을 누릴 수 있다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은 대표적으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됩니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불구하여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지만, 정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근로자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없는 근로자인 셈입니다. 다행히 2008년 이후 이들에 대해서는 근로자는 아니지만,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라는 이름으로 산재에는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가령 택배기사가 배달 물품을 상하차 하던 중 다치는 경우 산재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도 아닌 이들이 업무환경 개선이나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단체로 파업을 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올해 들어 비록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따라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해서도 이른바 노동3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노동 3권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거나 현행 노조법상 근로자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가 포함되도록 관련 조항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이후의 일입니다. 그 시작은 학습지 교사였습니다(관련기사 ☞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닌 학습지 교사도 노동 3권은 누릴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인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노조법상 근로자성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에게 그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제시하였고, 그러한 요건에 부합하는 방송연기자 역시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노조법 상의 노동자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회당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대에 이르는 출연료를 받는 일부 연기자들에 가려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최소한의 생존기반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의 방송연기자들이 단체교섭, 단체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