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신냉전'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중국 채권과 주식 시장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출처= IndustryW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갈수록 혼돈속으로 빠져들면서 중국정부는 올해에만 140조원이 넘는 무차별적인 유동성지원으로 시장 받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최근 반전의 분위기도 엿보이고 있다. 중국정부의 무차별적인 대책에 대해 외국인 등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정부가 현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며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중국정부의 지난 5월 28일 발표한 자본시장 추가 개방이후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며 시장 불안 해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중국 펀더멘털 괜찮다" 올해 중국채권 662억달러 매입

파이낸셜타임스(FT)의 신흥국 전문 에디터인 제임스 킨지는 22일(현지시간)자 칼럼에서 자본시장 개방에 힘입은 중국의 외국 자금유입이 중국 경제와 위안화의 내성을 키워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신냉전'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유입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외국 펀드매니저들이 현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으며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결국에는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중국에 대대적인 관세폭탄을 안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중국을 압박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올들어 중국 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662억달러에 이른다. 덕분에 9월말 현재 외국인의 중국 채권보유 규모는 2772억달러로 증가했다.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와중에도 외국인들이 중국에 무역전쟁 실탄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채수익률이 높다는 점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중국 채권이 세계 주요 채권지수에 편입될 것이라는 점이 외국인 자금유입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채권지수에 중국 채권이 들어가게 되면 이 지수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들은 그 비중만큼 중국 채권을 사들여야 한다.

내년 4월에는 위안화 표시 채권이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총지수'에 편입된다. 국채, 국영은행 채권 등 386개 중국 채권이 편입되면, 전체 지수에서 중국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수준이 된다. 또 'JP모간의 국채-신흥시장 지수(GBI-EM지수)'와 '시티 세계 국채 지수(WGBI)'도 중국 국채를 편입키로 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중국 채권 편입에 앞서 선제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지수 편입이 현실화하면 추가 매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도 급등락 장세에도 외국인 주식편입비율 견조

외국인 자금유입은 주식시장에서도 견조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성장둔화와 무역전쟁 여파로 올들어 중국 증시가 주요국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유입의 일등공신은 시장개방에 따른 주요 지수 편입이다. 연초 MSCI 신흥시장 지수에 235개 A클래스 중국 주식이 편입되면서 지수 비중을 맞추기 위해 외국인 펀드매니저들이 중국 주식을 더 사들였다.

이에 따라 9월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A주식 규모는 1850억달러로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연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제임스 킨지 에디터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을 높여가고 있지만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의 효용성을 발견하고 있다면서, 위안화의 IMF SDR 편입, 채권·주식의 주요 지수 편입, 당국의 시장 통제 완화 노력으로 미국의 압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 주말 동안 무더기로 발표된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2일에도 4.09% 급등하며 2년 반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출처= Investor's Business Daily

한편,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 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던 중국 증시는 정부의 무더기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이틀 연속 급등세를 이어갔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9일 2.58% 급등한 데 이어 주말 동안 무더기로 발표된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22일에도 4.09% 급등한 2,654.88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상승 폭은 2016년 3월 이후 2년 반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중국정부 올해에만 140조원 유동성 무차별 공급 

경기 침체 조짐이 뚜렷해지자 중국 당국은 잇달아 시중에 돈을 풀며 경기 띄우기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22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운영을 통해 1200억위안(19조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5일부터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7500억위안(121조 5000억원)을 순공급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나온 조치다.

중국 당국은 최근 경기 둔화와 증시 부진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지준율 1%포인트를 인하했다. 최근에는 이강 인민은행장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뿐만 아니라 1조 3000억위안(210조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 계획을 발표하고,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 허용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유도하고 있다.

또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11개 증권사를 중심으로 은행, 보험사, 국유기업이 공동으로 1000억 위안 규모 자산관리 상품을 만들어 전도유망한 상장사의 주식담보대출 리스크를 해소해 주기로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중소 민영기업에 대한 재대출, 재할인 한도를 기존의 1500억 위안에서 두배인 3000억 위안까지 늘렸다. 민영기업의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지지하는 지원책도 내놓았다.

또 지난 20일에는 당국이 개인 소득세에 대한 세액공제 항목을 대폭 확대하는 세제 개편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22일 “민영 기업 발전을 지지하겠다”고 공언하며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중국 당국은 최근 두 달 새 금융안정발전위원회를 무려 10차례나 소집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중국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1행 2회'를 감독하고 총괄하는 '슈퍼 감독기구'다. 현재 류허 부총리가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주임을 맡고 있다.

20일 소집된 제10차 금융안정발전위원회에서는 이강 인민은행장, 궈수칭(郭樹淸) 은보감회 주석, 류스위(劉士余) 증감회 주석 등 중국 경제를 이끄는 최상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주식 담보 대출 청산 자제, 정부의 민영기업 투자 지지, 민영기업 투자 전용 사모펀드 활성화, 상장사의 주가 부양용 자사주 매입 제한 완화, 보험사 자금의 주식 투자 촉진 등 증시부양 및 금융 안정화 대책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앞서 미국이 일각의 우려와 달리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주말 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다음달 G20 회의에서 무역전쟁 발발 이후 처음 대좌한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미중 무역분쟁 압력도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시장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호주의 인프라 운용사 AMP 캐피탈의 셰인 올리버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은 바닥을 쳤다는 자신감이 있지만 여전히 무역전쟁과 경기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올해에만 수 차례의 ‘가짜 바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티시스(Natixis)의 시줸웨이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지도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100% 확실하다”며 “중국 당국자들의 최대 과제는 부채 감소(디레버리징)였으나 더욱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책 방향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