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글로벌 IT기업인 IBM과 세계적인 식품유통기업 월마트(Walmart)가 지난해 돼지고기·망고를 대상으로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 기반의 식품이력추적 네트워크 ‘푸드 트러스트(IBM Food Trust)’를 시범 적용했다. 식품의 유통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식품안전망(Food Safety)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 Food Trust 서비스를 설명한 IBM의 관련 홈페이지. 출처=IBM

IBM은 월마트 등 미국의 식품유통기업들과 블록체인 기술을 공유하면서 약 1년 6개월간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이달 8일 푸드 트러스트 유료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선보였다.

까르푸(Careefour)·숍라이트(ShopRite) 등 미국의 식품유통기업들은 IBM의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에  가입했고, 월마트도 최근 자사에 신선채소를 공급하는 업체에게 1년 안에 IBM의 푸드 트러스트에 참여하도록 공식 요구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미국의 식품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IBM의 푸드 트러스트. 출처=IBM

블록체인 적용한 IBM의 식품이력추적 네트워크 이달부터 상용화

IBM과 <푸드인그레디언트 퍼스트(Food Ingredients First)>·<슈퍼마켓 뉴스(Supermarket News)>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IBM은 지난 18개월 동안 월마트와 크로거(Kroger), 돌(Dole) 등 미국의 유통·공급업체들과 협업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수백만 종류의 식품 원산지와 경로를 신속히 추적할 수 있는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를 최종 완성하고, 이달 정식으로 공개했다. 

우선 블록체인 기술을 간단히 짚어보자면, 블록체인은 중앙기구가 거래정보를 일괄 관리하는 것이 아닌 여러 곳으로 분산해 동시 저장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블록이란 참여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거래정보를 저장한 덩어리(단위)다. 일정한 간격으로 그 사이에 이뤄진 거래를 기록한 새로운 블록이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생성되는데, 이렇게 블록과 블록 사이에 연결된 거래의 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IBM의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IBM의 푸드 트러스트는 식품 생산과 유통, 판매 등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식품 생태계 데이터 정보에 농가와 공급업체, 판매업체 등 참여주체가 간편하면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에 6~7일 정도 소요된 식품 생산이력추적이 단 2초 만에 이뤄져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원인을 더욱 빨리 규명하면서 상황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의 여러 첨단기술이 접목되면서 원산지 추적은 물론 상세한 유통경로와 제품 입·출하내역, 공급량·재고량 확인 등의 내용까지 즉각 확인할 수 있다.

▲ 스마트폰을 통해 판매되는 식품의 생산이력을 단 2초만에 확인할 수 있다. 출처=IBM

Food Trust 도입 후 식품이력추적 6일→2.2초로 단축

이해를 돕기 위해 IBM과 월마트가 지난해 시범 도입했던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돼지고기)를 살펴보면, 돼지 사육농가와 도축·가공업체는 거래내역과 함께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제(HACCP) 등의 주요 정보를 블록체인망에 입력한다. 관련 내용이 담긴 QR코드가 부착된 돼지고기는 물류창고로 전달된다. 물류창고는 유통판매점(월마트)에 보내기 위한 재포장 작업을 통해 부정한 대체물이나 위조품 혼입을 막도록 검정작업을 하고,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입력한다.

제품을 유통하는 월마트는 제품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판매를 통해 고객평가와 선호도를 즉각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감독기관은 제품 공급체계 전반의 규제 준수를 점검하고, 공급체계의 관리인증과 감사 레코드를 생성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농가와 도축·가공업체, 물류창고, 유통업체, 감독기관 모두 유통과정의 참여자가 되고, 소비자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서버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 된다.

월마트는 돼지고기 외에도 망고 원산지 추적에 IBM의 푸드 트러스트 기술을 시범 적용했는데, 기술 도입 전에는 이력 추적에 6일 이상 소요됐지만 도입 이후 단 2.2초 만에 원산지 추적이 가능했다. 

까르푸 2022년까지 전세계 매장에 Food Trust 도입 방침

IBM은 푸드 트러스트 기술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유통체인인 까르푸가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에 처음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까르푸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을 대상으로 푸드 트러스트 기술을 도입하며, 미국 지역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전세계 매장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까르푸의 로랑 발레(Laurent Vallée) 사무총장은 “우리는 최근까지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독자 개발한 Act for Food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우리 고객에게 더욱 안전하면서 정확한 식품이력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기 위해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의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이는 까르푸에게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도 신선채소를 대상으로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에 참여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시금치·상추 품목을 시작으로 내년 안에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신선채소류의 식품이력 추적이 가능하도록 해당 공급업체들이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에 가입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 외에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숍라이트’의 모회사인 웨이크펀 푸드(WakeFern Food Corp, 미 전역 350여개 매장 보유)와 최대 농산물 구매단체인 탑코(Topco Associates, 49개 업체·1만5000여개 상점 보유)를 비롯해 식품공급업체인 비프체인(BeefChain)과 데닉푸룻소스(Dennick Fruit Source), 스콜라 앤드 스미스필드(Scoular and Smithefield)도 IBM의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에 동참했다.

아울러 크로거와 돌, 네슬레(Nestle), 타이슨푸드(Tyson Food) 등 유명 식품유통기업들도 푸드 트러스트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블록체인 기술로 어떻게 식품공급망을 확인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도표. 출처=IBM

월 100달러부터 Food Trust 서비스 이용

푸드 트러스트 네트워크는 트레이스(Trace·식품이력추적)와 서티피케이션즈(Certifications·유통과정 인증), 데이터 엔트리 앤드 엑세스(Data entry and access·블록체인 데이터 관리와 분석) 기능이 포함된다.

서비스는 유료로, 월 100달러부터 사용 가능하다. 기업 규모(Small, Medium, Global)에 따라 월 최소 100달러(약 11만3000원)부터 1만 달러(약 1130만원)를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다.

푸드 트러스트 플랫폼 프로젝트를 주도한 브리짓 반 크랠링겐(Bridget Van Kralingen) IBM 부사장은 “식품 신뢰는 투명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다. 식품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각 영역에서 참여하는 이들이 책임을 분담하면 식품 투명성과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푸드 트러스트는 이러한 책임 분담을 원활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회원사에게 식품 유통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식품이력추적을 신속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회원사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더욱 품질 좋고 안전한 상품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