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웨어러블 로봇 산업을 필두로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인 로보틱스 사업 분야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현장에 웨어러블 로봇이 보급되면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작업자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2일 지난 9월 현대·기아차 북미공장에 ‘의자형 착용로봇(H-CEX)’을 시범 적용한 데 이어, 올 연말에는 ‘윗보기 작업용 착용로봇(H-VEX)’까지 시범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후에도 독자 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의 기술력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웨어러블 기술 성장 전망. 자료=미국웨어러블로봇협회

웨어러블 로봇 시장 10년간 50배 성장 전망...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낙점

올해 초 로봇·인공지능(AI) 분야를 5대 미래혁신 성장분야 중 하나로 선정한 현대차그룹은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로봇 분야를 전담하는 ‘로보틱스(Robotics)팀’을 신설하고, 관련 부문 간 협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H-CEX와 H-VEX도 전략기술본부 산하 로보틱스팀과 생기개발본부의 생기개발센터 간 협업의 결과물이다.

현대차그룹은 웨어러블 로봇과 서비스 로봇,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3대 로봇 분야의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외 로봇·AI 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로보틱스 분야는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이동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산업, 군사, 생환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사업 영역을 광범위하게 키워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BIS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9600만달러(약 1070억원)에서 오는 2026년 46억5000만달러(약 5조 2150억원)로 향후 10년간 50배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조사업체 데이터브리지마켓리서치 역시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지난해 5억2800만달러(약 5980억원)에서 2025년 89억달러(약 10조원)로 연평균 41% 고성장을 점쳤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

무엇보다 현대차가 웨어러블 로봇을 산업 현장에 도입한다는 것은 큰 이슈다. ‘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이라고도 불리는 웨어러블 로봇은 근골격계 질환 환자나 근력이 약한 노인 등을 위한 치료와 재활 목적으로 2010년 이후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제조 현장에서 근로자의 생산성을 키우고 작업환경과 위험성 저하, 피로 감소, 안정성 확보를 위해 빠르게 도입되는 추세다.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일본과 미국 등이다. 일본은 쓰쿠바 대학의 교내 벤처기업으로 설립된 사이버다인이 지난 1998년부터 웨어러블 슈트 ‘할(HAL)’을 개발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서일본 지역에서 발생한 호우 복구 현장에서 활약해 시선을 끌었다.

미국은 엑소바이오닉스가 국방용 웨어러블 로봇 ‘HULC’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또 재활치료용 로봇인 ‘엑소(Ekso)’와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포티스(Fortis)’를 출시했다.

▲ 포드자동차에서 시범도입한 로봇수트 '엑소베스트(Eksovest)'를 입은 근로자의 작업 장면. 엑소베스트는 배터리나 모터 없이기계적 메커니즘과 유압장치를 활용해 설계돼 근로자의 착용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포드자동차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미시간주 자동차 조립라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엑소베스트(Eksovest)’라는 로봇 수트를 도입했다. 포드는 향후 전 세계 7개국 15개 공장으로 이 웨어러블 수트를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엑소베스트는 배터리나 모터가 필요 없이 기계 메커니즘과 유압장치를 활용해 설계됐다. 단가가 저렴해 대량 보급에 문제가 없다.

포드 이외에 크라이슬러, BMW, 아우디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조립 생산 라인에 근로자 작업용 웨어러블 로봇을 시험 도입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는 LG전자가 지난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박람회 ‘IFA2018’에서 ‘LG클로이 수트봇’을 공개하면서 시장 진입을 알렸다. 클로이 수트봇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 산업현장에서부터 일상행활 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하체 근력 지원용 웨어러블 로봇이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로봇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최근 한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노약자용 웨어러블 로봇 관련 임상 시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은 군에 보급하는 ‘복합임무형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 사업에 참여해 병사용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5년 하지마비 환자용 외골격 로봇 H-MEX(Hyundai Medical Exoskeleton)를 선보였다. 또 노약자나 보행불편 환자를 위한 주행보조 로봇 H-LEX(Hyundai Lifecaring Exoskeleton), HUMA(Hyundai Universal Medical Assist)의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CES 2017 전시회에 제품을 전시한 바 있다.

“생산성 하락의 장기적 대안 될 것”

현대차그룹이 산업현장에서의 적용을 목적으로 개발한 첫 번째 웨어러블 로봇 ‘H-CEX’는 작업자가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무릎관절 보조 시스템이다. 1.6kg의 가벼운 무게에도 150kg의 체중까지 지탱하는 내구성이 장점이다. 또한 착용이 간편하고, 사용자의 신장에 맞춰 길이 조절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85·70·55도 3가지 착좌각 설정이 가능해 편하게 작업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실제 H-CEX를 착용하면 허리 및 하반신 근육의 활성도가 약 80%가량 줄어들어 작업자의 작업 효율성이 대폭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다. H-CEX를 사용한 한 노동자는 “작업을 하다 보면 오랜 시간 불편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H-CEX를 착용하고 확실히 피로도가 줄었다”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 직원이 ‘의자형 착용로봇(H-CEX)’을 착용하고 작업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현재 개발 중인 H-VEX 역시 생산라인에서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H-VEX는 몸을 뒤로 젖힌 채 팔을 들고 일해야 하는 작업자의 힘을 보조해주는 시스템으로 목과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돕는다. 작업자가 팔을 올리면 최대 60kg의 힘을 더해줘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탁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서비스 로봇,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활용도가 높은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보틱스 분야는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의 장기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 개발로 쌓은 방대한 기술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혁혁한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